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0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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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속의 풀냄새
김민웅의 세상읽기 <67>
겨우내 얼었던 흙이 물기를 머금으면서 들릴락 말락 하는 생명의 소리를 내는 찰라, 우리는 봄의 격류(激流)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예감을 하게 됩니다. 그건 아주 미세한 신호이지만 이윽고 일어날 거부할 수 없는 사태의 장래를 감지하게 하는 자연의 숨결이라고 할 수 있
김민웅 프레시안 기획위원
'살인의 추억'이 묻고 있는 것은?
김민웅의 세상읽기 <66>
한때 악명을 떨쳤던 경기도 화성지역의 연쇄살인은 그곳 주민들에게 깊은 공포감을 주었고, 우리사회를 배회하는 유령 같은 폭력의 한 면모를 드러내주었습니다. 얼굴 없는 폭력 앞에서 사람들은 움츠러들었고,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 화성 연쇄살인사건
종을 치는 자여, 그대의 이름은 콰지모도
김민웅의 세상읽기 <65>
서구 역사에서 중세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첨탑과 철벽같은 신학 그리고 영주의 군대가 지키고 있는 보편적 질서였습니다. 무겁고도 위압적인 건축양식은 인간의 자리를 박탈했고, 그 대신 신의 이름을 앞세운 자들의 횡포와 수탈의
'윗트'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
김민웅의 세상읽기 <64>
오로지 책의 세계에만 파묻혀 있던 50대의 한 여교수, 비비안 베어링은 어느 날 자신이 난소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현실의 비극적 얼굴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녀의 전공은 17세기 영시의 최고봉 <존 던>이었는데, 그는 죽음에 대한 시적 비유에 절정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었
장미의 이름, 그리고 지식, 권력
김민웅의 세상읽기 <63>
<장미의 이름>이라는 작품에서 움베르토 에코는 지식과 권력의 문제를 파헤칩니다. 지식에 대한 주도권을 누가 어떤 이유로 잡는가에 따라 당대의 “권력지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주목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주도권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역사의 내면에 잠복해 있는 진실에
천황제, 일본의 늪
김민웅의 세상읽기 <62>
일본사람을 개개인으로 만나보면 대체로 수줍어하고 겸손하며 깍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집단으로 대할 때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개인 일본인과는 매우 다른 야만적 기세를 뿜어냅니다. 아시아는 지난 19세기 이래 이러한 이중적 일본과 마주치면서 막심한 고통과 혼란
겨울 보내기
김민웅의 세상읽기 <61>
조선조 선조 때, 허난설헌의 둘째 오빠와 친구사이로 허난설헌에게 시문(詩文)을 지도했던 바 있는 이달(李達)이라는 이가 있습니다. 그의 시 <산사(山寺)>에 이런 대목이 등장합니다. “절간이 흰 구름에 묻혀 있어도/흰 구름 스님들은 쓸지를 않네” 원문으로 읽자면 “寺
참여정부 2년의 자리
김민웅의 세상읽기 <60>
동화작가 정채봉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라는 글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
주홍글씨
김민웅의 세상읽기 <59>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새겨진 A. 그것은 "간통"을 뜻하는 영어 "Adultery" 의 머리글자로 그녀의 삶에 지울 수 없이 남겨진 낙인이었습니다. 혼외정사로 인한 딸아이 펄까지 태어난 그녀에게, 1640년대 중반 미국 보스턴의 청교도적 심판의 화살이 겨누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아, 아! 몽양
김민웅의 세상읽기 <58>
몽양 여운형은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회상에 잠겼다. 자못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퍽이나 쓸쓸해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백범 김구도 침묵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몽양과 즐거운 농담을 늘 주고받던 장준하도 오늘만큼은 역시 다소 우울해보였다. 몽양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