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 06월 2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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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건 오로지 몸뚱이뿐인 완전한 자유
"자유는 내게 이런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내가 가진 건 오로지 몸뚱이 하나뿐이라는 사실, 어떻게 해서든 그 몸뚱이를 입히고 먹여 살려야 한다는 사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모든 게 끝난다는 사실을." <자유 국가에서>(V. S. 나이폴, 정회성 옮김, 민음사) 소설 안에 5개의 독립된 이야기가 들어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시작과 끝에 두고
안치용 인문학자, ESG연구소장
아이유의 음악이 파시즘 한국을 구원할 수 있을까?
철학자 박구용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청년 남성들의 극우화를 막기 위해 청년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제안했다. 그는 남성들의 극우화가 합리적 설득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가수 아이유의 음악을 듣는 남성 대다수가 진보적 성향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정승기 작가 역시 비슷한 말을 한다. 청년 남성들의 극우화 경향에 대해서 지식인들도
김창훈 칼럼니스트
"작가가 세상 멋진 천재인지, 구제 불능 바보인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애덤 모스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기념품점에서 <프랭크 게리 드로잉> 책을 들춰보다가 낙서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게리의 표현을 빌자면, '시끄럽게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다. 낙서가 구겐하임미술관이 되었다. 책 430면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드로잉과 설명이 실려 있다. 많은 예술가들은 스케치 단계에서 작업 계획에 대해
최재천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미국의 민낯, 마릴린 먼로는 누가 죽였는가?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법학자이면서 현대 미국사에 정통한 인사다. 그의 삶이나 관심사도 한국의 평범한 학자들의 그것과는 다르다. 50년대 초반 생인 그는 서구의 68혁명(명칭을 뭐라고 하든)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힌다. 전쟁과 분당의 후유증에 시달리며 독재의 그늘에 있던 당시 한국에서 그런 '세계인'은 드문 시대였다. 청년 이상돈의 외조부는 한
박세열 기자
'제2의 윤석열' 막는 진정한 '압도적 승리'는 여기 있다!
전홍기혜 기자
"한국 정치 흐름이 미국 정치에 후행할까, 선행할까? 트럼프 전임인 버락 오바마는 미국의 노무현일까? 문재인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에 미국에 체류하고 있었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때다.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거대 양당과 대통령제라는 공통점에 기반해 이런 엉
내란·파시즘·혐오·극우화 원인은? 한국, 심리적 보상에 실패했다
12.3 내란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내란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시험대였다. 한국 시민들 덕분에 이탈했던 민주주의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 반년간 유지되던 긴장감이 사라지자 이런 질문이 불쑥 머리 속을 헤젓는다. 한국 같은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 발생한 친위쿠데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파시즘 운동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닐까? 윤석열의
"모랫바람 속에서 둔황과 둔황학을 지켜가는 사람들"
해인사에는 장경각藏經閣이 있고 둔황 막고굴 제17굴에는 장경동藏經洞이 있다.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 발견된 곳이다. 최고의 보물들은 어떻게 작은 석굴에 봉인되었을까. 가장 널리 인정받는 가설은 피난설과 폐기설이다. 1036년 탕구트족과 위구르족이 전쟁을 벌였고 둔황이 점령된다. 이때 막고굴의 스님이 서하 군대가 둔황을 점령하기
산타클로스는 무슨 돈으로 우리에게 줄 선물을 사는걸까?
이름을 밝히지 않는 '증여'자로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있다. 산타클로스. 세상은 '시장경제라는 교환의 논리의 한복판에서 증여를 성립시키기 위해' 산타클로스를 발명했다. 그런데 시대와 문화와 동네에 상관없이 어떻게 산타클로스라는 존재는 가능할까. 이는 산타클로스라는 장치가 '이건 부모가 주는 증여야.'라는 메시지를 지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산타클로스 덕분
시간의 반역자들: 객체지향존재론이 펼치는 고고학적 상상력
한창희 홍익대학교 박사
시간은 과연 사물들이 존재하는 비어있는 공간인가? 철학자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과 고고학자 크리스토퍼 위트모어(Christopher Witmore)의 <반시대적 객체(Objects Untimely: Object-Oriented Philosophy and Archaeology)>는 이 질문을 통해 두 학문 분야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
남영호 신한대학교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장
드디어 한국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지난 주 나온 <전쟁에게 평화를 묻다>이다. 사실, 전쟁의 배경과 진행과정, 참상의 성격, 협상 과정, 현재의 상황뿐 아니라 종교적 배경, 제3자의 중재, 국제사법기구와 한국 평화운동의 대응, 언론의 보도 논조까지 아우르는 이러한 책은 아마 다른 나라에서도 그리 흔치 않
인생의 중반에 선 당신, 이 시선집을 추천합니다
"우리 삶의 길 중간쯤에 왔을 때 / 내가 보니 나 있는 곳은 한 음습한 숲속 / 바른길 잃고 벗어난 까닭에"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중 '지옥'의 첫 곡, 첫 행이다. 이 책의 제목 <인생길 중간에 거니는 시의 숲>은 여기에서 왔다. 설마 윤혜준 교수가 지옥으로 안내하는 것일까. "이 책은 독자를 지옥 탐방에 초대하려는 것이
'보는 감옥'에서 빠져 나가는 법
좋은 책을 소개받는 기회가 흔치 않다. 소개받은 책이 공감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책 소개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쉽지 않은 법이다. 몇 년 전, 첫째 아이가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갔다가 책을 하나 사들었다. 마음에 들었는지 번역본이 나와있다며 찾아주었다. 저자에 대해 놀랐고 제1부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를 읽고는 한탄했다. 다른 한편,
역사를 선별해 살아갈 수는 없다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삶에 대한 욕망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다만 나에게 약속된 저 양철북만이 당시 태아의 머리 위치로 되돌아가려는 나의 욕구가 강력하게 표출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여기서 마침표를 찍고, 이 상태에 머무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양철북>(귄터 그라스, 장희창 옮김, 민음사) 주인공이자 화자인 30살 오스카가 정신병원에 갇혀
북한 망한다고? 북한 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이재호 기자
지난 3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9년째 북한을 식량지원이 필요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1990년대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북한은 좀처럼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이 언젠가 몰락할 것이라는 이른바 '북한 붕괴론'이 나오는 이유도 이같은 북한의 열악한 경제 상황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면 북한 경제는 곧 무너질까? 이에 대해 북한
젠슨 황 "기대가 크면 회복 못합니다…성공의 키는 회복력이거든요"
이 책은 젠슨 황이라는 우리 시대의 천재와 또 다른 천재들이 모인 엔비디아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천재 젠슨에 대한 이야기. 본인의 말이다. "아마 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영향일 텐데요. 나는 싸움을 먼저 시작하지 않아요. 하지만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가 나를 건드리려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게 좋을
생태학에 대한 린치적 명상, 또는 유물론적 재주술화
문규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사
우리는 기묘함 앞에서 진정으로 웃을 수 있을까? 티머시 모턴에 따르면 모든 것이 다소간 기묘하다. 따라서 기묘함 앞에서 웃는다는 것은 단지 유쾌한 반응이 아니라 존재 전체에 대한 긍정이 된다. 기묘함을 발견하고, 당혹해하고, 우울에 빠지다가 결국 웃는다. 이것이 모턴이 말하는 생태적 알아차림(ecological awareness) 또는 에코그노시스(ecog
추사의 예술혼을 찾아 중국을 가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나 되는 많은 곳을 유람하여 경험을 넓혀야 한다.(讀萬卷書 行萬里路)" 서화가 동기창의 말이다. <옛것에 혹하다>의 저자 김영복 선생은 추사 김정희의 예술혼을 생각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린다. "추사의 예술이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올라가게 된 것은 연경에서의 경험과 중국인 두 스승 옹방강翁方綱과 완원阮元에게서 받
불행해도 싼 사람은?
"불행해? 당신은 그래도 싸." <오늘을 잡아라>(솔 벨로, 김진준 옮김, 문학동네) 40대 중반의 불행하 남자가 오랜만에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아내에게 전화했다. 계속 불행했지만, 그날은 특히 더 불행했다. 그가 원하는 건 그저 한마디의 위로였을 터였다. 불행한 남자는 한 조각의 위로도 받지 못한다. "근심을 감추는 재간이라면 토미 월헬름도
윤석열이 망친 한반도와 남북관계, 어떻게 재건해야 하나
이대희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면서 한국의 내부 정세는 일단은 정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한반도를 둘러싼 외부 정세는 외교와 통상 모두 불안정성에 휩싸여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됐던 국제질서에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시기에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회복, 대외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각 분야의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
대한불교조계종 선禪불교의 뿌리인 중국의 6조 혜능 스님은 본래 나무를 해서 내다 팔아 어머니를 봉양하던 나무꾼이었다. 어느 날, 나무를 팔고 돌아오던 길에 한 스님이 읽던 경전 소리에 단박에 깨달음을 얻고 출가를 하게 된다. 그때 그 문장이 바로 <금강경>의 한 대목.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어라.(應無所住 而生其心, 응무소주 이생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