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장차 미국의 총사령관으로 한미 연합군 사령관 임명권을 행사할 것이다. 한미 연합사 사령관이 한국군의 전시 작전 통제권을 가지므로 트럼프는 장차 한국군 전시 작전권을 자국의 한미 연합군 사령관을 통해 행사한다. 그런데 트럼프든 힐러리든, 미국의 전시 작전권에 한국 국회는 동의했는가?
이성덕 교수가 국제법학회 논총에 실은 <미국의 군사 작전 통제권 하의 한국군 : 1977년 추가 의정서 I과의 관계> 논문에서 지적한 대로, 전시 작전권은 "실질적 국가 주권의 중요한 부분"을 이양한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에 대해 국회에게 사전 동의권을 주었다. 그러므로 만일 트럼프의 국군 전시 작전권 행사가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최소한 한국에서는 트럼프의 국군 전시 작전권 행사는 무효이다.
명색이 변호사인 나도 올해에 처음 알았다. 국회의 동의는커녕 전시 작전권을 미국에 이양한 조약 자체가 비밀 조약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유엔 총회가 1975년에 주한 유엔 사령부의 해체를 결의한 후, 한국과 미국의 국방부 장관은 1978년 7월 27일 "군사위원회 및 한미 연합군 사령부에 대한 권한 위임 사항"이라는 약정을 체결하였다.
국방부는 이 약정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미 비밀'로 지정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17일, 한국과 미국은 이 약정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하도록 하기 위해"(국방부의 정보 비공개 통지문에서 인용함) 조약을 체결했다. 그것이 한국의 외무부 장관과 주한 미국 대사가 서로 교환하였다는 "한미 연합군 사령부 설치에 관한 각서"이다. 이 각서에서 두 나라는 "위 약정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상호 확인"하였다. (인용 국방부 비공개 통지문)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의 총사령관에 취임할 지금까지 이 두 문서는 공개되지 않는 비밀 조약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국회가 동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심의나 토론을 할 수조차 없다.
효율적인 군사력 운용을 위해 미국이 전시 작전권을 상시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미국의 군사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좋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의 기초를 이루는 헌법은 지켜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는 무엇인가? 자기들 생각이 옳다는 이유로 모든 공적 적법 절차를 무시한 것 아닌가?
그러므로 정세균 국회 의장은 트럼프가 취임하기 전에 전시 작전권 이양 비밀 조약을 국회로 보내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가 심의를 해야 한다. 왜 한국은 나토(NATO)나 일본도 그렇게 하지 않는 전시 작전권 이양을 해야만 하는지, 이양은 항구적으로 규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전시 작전권을 어떻게 할지를 국회가 토론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왜 일어났을까? 지배자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 주는 체제에서 지배자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북한 핵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조차 심혈을 다해 갖추지 않으면서 '북한의 핵 사용 의심 시 평양을 지도 상에서 없애 버릴 것'이라고 빈말만 늘어놓는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면 미국의 얼굴을 살핀다.
국민의 안전을 제 힘으로 지키지 못하는 무책임이야말로 모든 무책임의 뿌리이다. '박근혜-최순실 사건'은 그저 누가 물러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무책임한 구조에서는 제2, 제3의 박근혜가 반드시 다시 나타날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해결은 국민을 가장 무섭게 여기는 책임 국가를 만드는 데에 있다. 그 일차적 전제가 자신의 힘으로 안보를 해결하는 국가이다. 전시 작전권을 이양한 비밀 조약을 공개하는 것이 책임국가로 가는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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