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일본 관방장관은 20일 기자 회견에서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보도와 표현의 자유'를 언급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던 일본인이다. 그런 사람에게 왜 한국이 보도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훈계를 들어야 하는가?
가토 전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을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기소하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20일, 가토에게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가토에게 유죄가 선고되든 무죄가 선고되든, 이미 이 사건은 아시아에서 한국의 언론 억압을 상징한다.
한국은 1980년대의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 교체를 통해 아시아에서 일본을 뛰어 넘을 수 있는 법치 국가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내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판사, 당 간부 등에게 한국의 공공 기관 정보공개법을 설명하였을 때, 중국의 엘리트들은 실제로 정보가 어디까지 공개되는지 실태를 끈질기게 질문했다. 중국이 2007년에 만든 정보 공개 조례에는 한국의 경험이 들어 있다.
북한은 어떠한가? 개성공단의 초대 법무팀장이었던 김광길 변호사의 경험을 보면, 개성공단은 단지 생산 공장만이 아니었다. 북한이 남한의 법치주의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공간이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만든 16개의 개성공단 규정은 남과 북의 법률가들이 남의 법치주의를 자료삼아 공동 작업한 것이다. 북한이 나진 선봉 경제특구법에서 행정 소송을, 부동산관리법에 토지 건물 등록 대장을 도입한 것은 개성 공단의 소산이다. (☞관련 기사 : 개성공단 창업 멤버의 쓴소리)
그러나 지금 한국은 아시아 법치의 한계로 전락했다. 2014년에 한국이 중국인 유학생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중국으로 추방한 사건이 발생하자 중국 관영 통신은 이를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도 이렇게 사상 통제를 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사상 통제를 정당화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스가 장관의 위 발언뿐만 아니라 야마구치 공명당 당수 등 일본 지도부들은 가토 지국장에 대한 기소를 '표현의 자유와 보도의 자유를 침해하는 한국'과 동일시하고 있다.
한국의 법치주의는 지금 중국 법치주의 단계로 후퇴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교육부 장관의 행정 예고 절차를 통해 강행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법이 교육부 장관에게 위임한 것이지만, 일개 관료의 '고시'로 역사에 대한 학자와 시민의 다양한 견해와 관점을 차단하고 유일 사관을 주입하겠다는 것은 법의 지배에 위반된다.
아무리 대중의 물질생활 개선과 부국강병의 겉옷을 껴입더라도, 인간 해방의 핵심적 자유인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는 법치주의라 할 수 없다.
한국은 아시아 법치주의 경쟁에서 일본에게 뒤지고 있고 중국과 동급이 될 위험에 처해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5일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TPP)에 대한 공식적 설명 자료를 발표하면서 이를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협정'이라고 명명했다. 이 표현은 아시아 법치주의의 대표자로서 일본을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이다.
지금 법치주의를 옹호할 시민 행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법에는 어쨌든 길이 있다. 행정절차법은 국정 교과서와 같은 고시 예고에 대해 시민이 의견을 제출할 공법적 권리를 모든 시민에게 주었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은 시민이 제출한 의견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하여 처리하여야 한다." (제44조 제3항)
교육부 장관은 "국민에게 미리 알려 의견을 듣고자"한다면서 10월 12일에 국정 교과서 행정 예고를 했다. 그러니 이제 시민들이 의견을 제출할 차례이다.
어떻게? 11월 2일까지 번호 044-203-7009으로 팩스를 보내거나 '세종특별자치시 갈매로 408 정부세종청사 14동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 339-012'로 편지를 보내자.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를 국정 교과서로 구분한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 구분(안)' 행정예고에 대한 찬반 의견과 그 이유를 써서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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