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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동북아 모범국가 한국을 구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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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 동북아 모범국가 한국을 구상한다"

[인권경제 窓] 북한의 법치와 인권은 왜 한국에 중요한가?

한국과 북한을 에워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네 나라의 공통점은 세계사에서 제국이었거나 제국인 초강대국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들과 공존하면서 독자적으로 민족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한국과 같이 어느 한 제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방식이든, 북한과 같이 제국과 군사적으로 대항하는 방식이든 어느 것도 최종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나는 한국과 북한이 법치와 인권의 동북아 모범국가가 되는 것이 광복 70주년의 민족 통합 과제를 해결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군사력에 의지하여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군사우선주의와 결별해야 한다.

주변의 4개의 제국 국가들에 둘러싸인 조건에서 군사우선주의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오히려 군사우선주의는 사회를 붕괴의 위험에 빠뜨린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군사력이 없으면 한국이라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세계에서 그 예가 없을 정도로 미국의 군사력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의존한다. 그러나 군사우선주의는 김종대 군사전문가가 지적하였듯이 오히려 육해공 합동 군사력 운용 능력마저 매우 취약한 육군식 군대를 초래했다.

북한의 경우는 어떠한가? 챠오스공(曺世功) 중국 아태학회 연구위원이 2014년의 논문에서 지적하였듯이 핵무기 개발의 군사우선주의는 오히려 안보 환경 악화, 국제정세 긴장, 경제곤궁 가속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북한 사회 통합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핵무기 개발 단계를 보면, 초기 개발 생산 단계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운반체 개발과 지휘 통신 개발에 7배 이상의 돈이 든다. 챠 위원의 지적대로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하지 않는 한,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핵무력 건설 목표 달성은 매우 어렵다.

만일 한국과 북한이 상호간, 그리고 주변 4개 제국과 핵무기 개발 경쟁을 벌인다면 이보다 자기 파괴적인 것은 없다. 주변의 4개의 제국 국가들에 둘러싸인 조건에서 군사우선주의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과 북한은 4개 제국을 움직이거나 그들 사이의 힘의 균형을 만들 수는 없다. 한국과 북한은 상호간, 그리고 4개 제국과 공동의 이익을 모색하고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부단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과 북한의 역할은 자신을 포함해서 4개 제국이 공유할 이익과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4개제국이 한국과 북한에서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동북아 모범국가론이라고 부르고 싶다.
동북아 모범국가론의 관건은 한국과 북한의 법치와 인권에 있다. 한국과 북한이 법치와 인권의 나라가 되어야만, 상호간, 그리고 4개 제국과의 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북한은 작년 7월, 일본에게 납치 피해자 조사 위원회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일본인 납치는 반인권적 범죄이다. 나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에서 중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인권과 법치를 실질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 점에서 북한의 '인권연구협회'가 작년 10월 최초로 북한의 인권 보장제도를 담은 인권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의미있는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중국의 <환치우시바오>(環球時報)도 보도하였듯이 이는 북한이 지금까지의 무반응 태도를 바꾼 것으로 놀라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보고서에 대해 주목할 부분은 인권관이다. 식민지 강점으로 나라를 잃어 비참한 반인권 범죄를 겪은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인권을 단순히 고립된 인간 개개인의 자유만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국가가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인권이 가능하다고 보고 국가와 인권을 동일시하는 국가주의적 인권관도 옳지 않다. 바로 그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인권 탄압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보편적 인권관이 필요하다.

또 하나, 북한의 법치에서 북한이 '법제정법'을 시행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법은 북한이 법을 만드는 절차를 규정하고 법 사이의 효력 순위를 정한 법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인 한국법제원의 손희두 박사는 이를 '북한에서의 형식적 법치주의 발전에 관한 분명한 징표'라고 평가한다.
▲개성공단 노동자들. ⓒ연합뉴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북한의 법치와 인권에서 개성공단 10년 동안의 법 운용 경험이 중요한 기여를 한 점이다. 개성공단은 북한에게 한국의 법치주의 개념을 경험하게 한 법률특구였다.

인권과 법치는 단지 북한에게만 미완의 과제가 아니다. 새해 광복 70주년에, 한국과 북한이 같이 공유하는 인권과 법치의 폭을 획기적으로 넓히기를 소망한다.

아울러 한국은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핵실험 중단을 동시 교환하자고 제안한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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