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은 서울특별시 시장이다. 그는 지방자치법 제9조에 따라, "주민의 복지 증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박 시장이 청년 활동 수당으로 9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한 것은 그의 적법한 사무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시대 미취업자와 졸업 예정자들의 고통을 조금은 안다. 미취업자와 졸업 예정자 청년들 3000명을 지원하여, 그들이 구직 활동을 비롯하여 여러 '청년의 시간'에 투자하도록 돕는 것은 청년에게 내미는 사회적 손길이다.
그러나 정부는 2013년에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무를 위축시키는 복지 제도 "협의" 조항이 들어간 것을 기화로 아예 박 시장의 청년 수당 자체를 무력화하려고 한다. 심지어 박 시장의 청년 수당을 "범죄"라고 부르고, 교부세 지원을 깎겠다고 박 시장을 압박한다. 황교안 총리는 아예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까지 고쳐 버렸다. 그래서 위 복지 정책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에는 '지나치게 많은 경비를 지출하였다'는 이유로 교부세를 깎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가 안 될 경우 국무총리 소속 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정책을 조정하도록 한 협의 조항은 지방자치법과 맞지 않다. 헌법이 보장한 지방자치 제도의 본질을 해친다.
나는 황 총리에 묻고 싶다. 박 시장의 90억 원이 지나치게 많은 경비인가? 그렇다면 론스타의 5조5054억 원은 어떤가?
미국의 사모 펀드인 론스타가 대한민국에게 요구하는 돈은 46억7950만 달러이다. 오늘(8일) 환율 1176원을 기준으로 하면 약 5조5054억 원이다. 이 돈은 박 시장이 계획한 청년 수당을 611년간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새해 휴가가 끝나자마자 헤이그에서 마지막 론스타 심리가 열린다. 하지만 시민도, 국회의원도, 기자도 출입할 수 없다. 재판의 신뢰와 공정을 보장하려는 근대 사법제도의 공개 재판주의를 내팽겨쳤다.
나는 론스타 중재 판정부에 참관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중재 판정부는 지난 21일자로 내게 거부 회신을 보냈다. "당사자들", 그러니까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가 반대하기 때문에 참관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나는 정부에 론스타가 달라는 청구 액수가 도대체 어떻게 계산된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나 정부는 외교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론스타 사건은 한국의 금융 산업 분리와 대주주 적격 심사라고 하는 은행 정책의 뼈대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에 대한 대응이라는 조세 주권의 문제이다. 즉, 한국의 법률이 적법하게 론스타에게 적용되었는가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한국 법원이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게 한 행정이 적법 타당했는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여기서는 시민과 국회의원과 기자들은 한국 법정에 참석하여 정부와 론스타의 주장을 직접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세 명의 낯선 외국인이 공개조차 하지 않은 채 한국을 심판한다. 그 결정에 대해서는 항소조차 불가능하다.
론스타 재판 결과를 지금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 과정과 절차는 이미 근대 사법 원칙에 벗어났다. 밖으로는 낡고 전근대적인 질서에 순응하면서 안으로는 청년 수당의 새로운 손길을 잘라 버리려는 그런 정부를 원하지 않는다. 시민의 정부를 만들지 않고선 답이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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