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로 심각한 부상을 입은 두 명의 하사의 빠른 회복을 빈다. 언젠가, 징집은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면 좋겠다고 애써 소망했다. 논산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 배치 군용 열차에 오를 때, 그런 소망이라도 가지면서 자대 배치의 불안감을 덜어 보고 싶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자식 때에는 무언가 달라지겠지, 애써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군용 열차를 탄 지 30년이 더 지났지만 고통은 자식 세대들로 이어졌다. 기성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다.
나의 아버지는 1945년에 아내와 홀어미를 두고 일본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징집되어 먼 이국의 전쟁터로 끌려가야 했다. 살아 돌아오기 어려운 길이었기에 온 마을 사람들이 배웅을 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의 손에 들린 일장기의 물결 속에서 전장으로 가는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통이 당신 세대에서 끝나기를 애써 소망하지 않았을까?
만일 그 해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먼 이름 모를 이국의 전선에 도착하여 일본군으로 전사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잔인한가? 조선인 4만 명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탄에 피폭되어 사망했기에 내 아버지는 최전선에 도착하기 전에 살아 돌아 왔다. 비극은 해방 후에도 계속되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잔혹한 전쟁과 학살로 죽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국가에 진정한 안전 보장을 요구한다. 더 이상 국민이 죽지 않게 해다오!
북한을 규탄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국민의 생명을 가장 우선적으로 지키며 그럴 책임의식과 능력이 있다는 것을 북한과 주변국에 보여 주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안보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진실된 안보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가장 최우선의 가치로 책임지는 정의다.
그러나 한국이 자신의 힘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킬 능력과 책임의식이 있다는 것을 북한과 주변국에게 보여 주고 있는지 매우 의문이다. 전시 작전권도 없는 군대가 책임성이 있을까?
이 점에서 제2롯데월드는 한국의 안보 의지가 진정한 것인지를 시험대에 올린 사건이다. 성남 공군 기지의 동측 활주로를 3도 변경하더라도 '동측 활주로 중심선의 연장선과 약 1600 미터의 수직거리인 곳', 바로 그곳에 한사코 555미터 높이로 제2롯데월드가 서 있다. (수치는 2009년 한국항공운항학회의 <제2롯데월드 관련 서울공항 비행안전성 검증 최종 보고서> 21쪽)
공군 조종사와 국민의 생명을 진실로 지키는 정부라면 제2롯데월드를 국방부의 2005년 서울시 통보와 2007년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의 결정대로, 203미터에서 멈추어야 했다. 성남 공군 기지 비행안전 '제2구역'에 인접한 바로 그곳에 555미터 높이의 비행 장애물을 세워서는 안 되었다.
나는 위 안전성 최종 보고서의 책임연구원이 보고서 말미에 '에필로그'라는 제목으로 쓴 아래 글을 읽고 놀랐다.
"우리는 어떻게 안전성과 생산성을 균형있게 유지하면서 관리해야 하는 것일까? 결국 안전 관리는 기업의 도산을 막고 또 한편으로는 기업이 파국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 범주 내에서 상황에 맞는 안전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110쪽)
나는 이 책임연구원에게 묻고 싶다. 제2롯데월드를 애초 국방부의 판단대로 203미터로 지으면 롯데는 도산하는가?
20대의 청춘들이 군대에서 죽거나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지키고 있고 그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북한과 주변국에 보여 주어야 한다. 더 늦지 않게 555미터로 솟는 탐욕을 203미터로 바로 잡아야 한다. 거듭 두 명의 하사의 빠른 재활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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