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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잃지 않으려 범죄 저지르는 당신, 행복한가?

[이권경제에서 혁신경제로 ⑫] 이권경제 축소해야 정의가 바로 선다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외국자본의 성격에 관한 논란

1998년 이후 10년간의 민주당 정부 시절에는 IMF의 강압에 의하여 주요 은행들의 지배권을 외국자본에 넘겨야 했고, 주요 기업들의 50% 이상의 주주가 외국인들로 바뀌었다. 장하준 교수가 이를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국민은행에 투자했던 골드만삭스, 제일은행에 투자했던 뉴브리지캐피털, 외환은행에 투자했던 론스타는 수조 원씩 단기적 이익만을 챙겨서 떠나갔다. 그들은 국제화라는 이름으로 IMF의 비호를 받으며 들어온 또 다른 강력한 이권집단이었다. 그들의 정체를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는 잘 몰랐고 일부 재경부 관료들은 그들의 하수인 노릇까지 했다. 그들이 투자한 분야가 혁신경제나 요소경제보다는 이권경제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2000년 1월에 골드만삭스는 내가 창업하여 경영하던 (주)팍스넷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그들은 한국, 중국, 일본의 여러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 벤처에 투자했었다. 골드만삭스에서 선임한 이사와 많은 교류를 했던 나는 그들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을 어떤 관점에서 경영했는지를 가까이서 보았다.

외국자본이 한국에 투자하는 형식은 두 가지로, (1) 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의 포트폴리오 투자와 (2) 외국인 직접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로 나눌 수 있다. 나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나 포트폴리오 투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직접투자도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의 투자와 그린필드 투자(green field investment)로 나눌 수 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의 투자는 인수방식투자로 실패한 사례이다. 필립스가 기술을 제공하여 LG와 합작투자한 LG디스플레이처럼 혁신경제 분야에서 서로 장점을 접목하여 새로운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는 국가경제에 좋은 영향을 준다. 중국 경제성장의 태반은 여기에서 왔다.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그린필드 투자를 한 것이 중국의 산업과 기술발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러나 외국인 직접투자의 경우에도 이권경제에 투자하는 것은 국민경제에 이로움이 별로 없다. 골드만삭스의 국민은행 인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등에서 보았듯이 은행을 저가에 인수한 다음 직원들을 해고하고 수익성을 높인 후에 몇 년 지나서 이익을 챙겨 떠나는 이들은 한국경제의 발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밖에 맥쿼리한국인프라펀드는 호주 맥쿼리금융그룹의 자회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하는 공모펀드로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비롯한 다리 그리고 터널에 투자했는데,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등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국가예산을 쓰는 것을 감추기 위한 관료들의 꼼수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수익을 보장받는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서를 가지고 저금리의 자금을 조달하여 대규모의 단기적인 차익을 챙긴다는 것을 우리의 관료들이 잘 모르고 막대한 국부를 유출한 것이다. 이들이 투자한 고속도로와 터널은 전형적인 이권산업이다. 중국처럼 금융 같은 이권산업의 외국인 투자를 통제한 국가들은 경제발전에 성공했고, 남미의 많은 국가들처럼 이권산업을 외국의 투기자본이 장악할 수 있게 한 국가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실패를 거듭한 것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은행과 국가기간산업에 외국인의 투자한도를 늘려주었고, 이후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가 급격하게 늘어났으나 국가경제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동안 기업의 실적이 좋아 주가가 크게 올라간 우량 주식들을 보면 상당수가 외국인 지분이 매우 높다.

2012년 8월 24일 현재 데이터를 보면, 하나금융 65%, 이마트 64%, KB금융 64%, 신한지주 62%, KT&G 60%, 삼성화재 56%, 신세계 53%, 포스코 51%, 삼성전자 50%, 현대차 45%, KT 46% 등이다. 이권경제인 주요 은행 태반에서 외국인 지분이 60%가 넘는다. 골목상권을 유린한다고 비난받는 이마트도 주주의 3분의2가 외국인이다. 독점적인 담배업체인 KT&G의 주주 60%도 외국인이다. 우리가 자랑하는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의 외국인들 소유권이 45~51%이다.

이런 우량주식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은 엄청난 이득을 챙겨 나갔다. 그들은 주식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대규모로 구매했고,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매도한다. 한편 미국이나 유럽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금 확보 차원에서 한국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엉뚱하게 우리나라가 큰 피해를 본 것도 이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이 한국의 주가 동향을 좌우하게 되었다. 이들이 기여하는 것은 주식시장의 거래량을 늘려서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정도밖에 없다. 외국의 장기적 혁신자본을 유치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중요하지만, 요소경제의 단기적 투기자금이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서 들락날락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 금융환경의 변화에 우리 경제가 흔들리게 하는 나쁜 영향을 줄 뿐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이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하여 거둔 이익이 수백조 원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우리 국민들이 열심히 일했는데도 살기 어렵고 빚을 많이 지게 된 원인 중 하나이다.

1998년 이후 외국자본에 의한 국부 유출이 과도하게 많았다는 점을 집권 정치인들과 재경부 관료들은 뼈저리게 반성하고 그 내역을 백서로 만들어 공개하고 국민들 앞에 사죄해야 한다. 외국자본의 중장기적인 투자라고 할지라도 은행이나 보험, 도로 같은 사회간접자본, 그리고 정유 같은 독과점사업, 즉 이권경제에 투자를 허용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물론 이권경제에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와 혁신경제 부문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적극 유치해야 한다.

▲ 인천국제공항. ⓒ뉴시스

민영화와 공기업에 대한 관점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우리 경제가 준 나쁜 영향은 '모든 기업은 다 비슷하므로 국가기간산업도 외국자본 혹은 재벌들에게 넘겨주어도 된다'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었다. 이권산업과 요소산업의 특성을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권경제 분야 중에서 재벌 등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를 희망하는 것들은 오히려 국유화하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산업은행은 민영화된 후에 결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KTX는 이권산업이기 때문에 특정 재벌이나 외국에 매각하여 이권을 사유화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특히 에너지 분야와 금융 분야는 국가의 기반산업이므로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처럼 경제를 혁신경제-요소경제-이권경제-공공경제로 나누어 분석하는 시각은 경제를 보는 통찰력을 주기 때문에 많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이권경제와 건강한 질서

이권사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뇌물과 향응과 로비가 뒤따른다. 이권경제를 축소하는 일은 부정부패를 줄이고 신뢰사회를 구축하고 지하경제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국제시장에 수출을 할 때 뇌물을 주거나 불법 로비를 할 일은 별로 없다. 이권경제 규모가 비교적 작고 수출산업을 키운 독일과 스위스는 신뢰가 매우 높은 신용사회가 되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대접받고 잘사는 따뜻한 사회다.

이권산업은 국민들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한다. 열심히 공부하여 치열한 경쟁을 뚫고 꿈을 품고 입사했는데, 회사는 뇌물을 주고 접대를 하라고 강요한다.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범죄자가 되어야 하고, 범죄를 잘할수록 회사에서 출세한다. 관료에게 로비하고 접대하고 서류를 조작하는 일에 종사하는 인생들이 너무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이 재벌기업에 속해 있다.

이런 불쌍한 인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이권산업은 축소해야 한다. 이권경제를 축소하면 자원이 생산적인 요소경제와 혁신경제로 이동하여 경제가 발전한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담합과 불법행위를 줄이는 과정이다.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면 억울한 사람들이 줄어들고 한층 정의로운 사회가 실현된다. 경제범죄가 줄어들어 정신세계와 문화수준이 높아진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나라가 된다. 소수만 갖는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사교육 같은 낭비적인 경쟁에 인생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된다. 이권경제를 축소하는 일은 곧 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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