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의 원리와 부조리한 이권평형을 검토하면서, '이권집단'의 부조리를 해결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이번에는 '침묵하는 다수'의 피해자 문제를 다루어보자. 침묵하는 다수가 장기적으로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회는 결국 몰락한다. 문명사회란 억울한 사람이 적은 사회다.
우리나라에서 고생스럽게 노력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대표적인 집단이 군복무를 하는 젊은이들이다. 그래서 국군과 경찰에서 병역의무를 마친 젊은이들에게 의무수행 기간의 기회비용에 대해 최소한의 보상을 하는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재 받는 10만 원 남짓 되는 월급과 별도로 사병과 의경이 전역할 때 복무개월 수 약 20개월에 50만 원을 곱한 1000만 원 정도를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는 최저임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군복무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병역을 이행한 젊은이들에게 주는 배려가 너무 없어서,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논의는 많이 있었다. 군복무자에게 공무원시험을 볼 때 몇 점의 가산점을 주자고 했던 방안은 여성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다. 어차피 1% 이내의 극소수에게만 돌아가는 혜택이었으므로 좋은 정책은 아니었다.
시민운동가들과 정치인들에게서 사병들의 월급을 올려주자는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2012년 2월 비슷한 총선 공약을 하면서 "이는 대학등록금으로 고통받는 대학생들의 학자금과 취업을 걱정하는 젊은이들의 창업자금으로 자연스레 유도될 수 있을 것이며 군생활이 단순히 의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대하는 논리는 이 정책이 인기영합 포퓰리즘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의무'인 '신성한' 국방을 돈을 받고 하냐는 것이다. 또한 국가예산이 빠듯하다는 것이다. 현재 병장 월급 약 10만 원은 군생활 유지에도 빠듯한 돈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징병제를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징병제를 채택한 나라들 중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대만은 복무기간이 10개월인데 매월 4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전역 후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공무원 공채 및 국가시험에서 가산점도 준다고 한다. 스위스는 의무복무를 하는 동안 통상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한다고 한다.
젊은 시절 2년 가까이 학업과 생업을 희생하며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면 국가는 그들에게 자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상은 해주어야 한다. 전역 후에 스스로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0~25세의 청년들이 부모에게 손 벌려가며 대학을 다니는 모습은 선진국에서는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 젊은이들에 비해 사회진출이 매우 늦은 이유는 군복무 때문이다. 이 때문에 늦게까지 자식을 도와야 하는 부모들은 노후준비가 허술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45%나 되고 노인자살률이 OECD국가 평균의 6배가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 정책을 위해서는 50만 명에게 한 달에 50만 원씩 12개월을 지급하는 셈이므로 1년에 약 3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2012년 국가예산이 325조 원 정도이고 국방예산이 33조 원이므로 우리나라 국력을 생각할 때 3조 원 정도를 지급할 여력은 있다. 국가가 최저임금의 절반도 주지 않으면서 젊은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만큼 우리나라는 가난하지 않다.
이처럼 큰 예산을 사병들에게 나누어주어도 되겠느냐는 질문도 나오고, 더 생산적인 곳에 예산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 이 논의에 대해서 나는 되받아 질문하고 싶다. 이보다 더 합리적이고 이보다 더 생산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쓸 곳을 말해보라고. 전역사병들에게 자금이 지급되면 이들은 그 돈을 학자금으로 쓰고 집을 얻는 데 쓴다. 내수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억울한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국방의 의무를 회피한 사람들은 2년간 자기 이익을 추구하여, 군대에 간 사람들보다 경쟁에서 유리해지는 경향이 있다. 회사에서는 빨리 진급할 수 있고, 석박사 학위를 더 빨리 받게 된다. 공무원시험을 공부할 시간도 상대적으로 많다.
▲ 순찰 중인 국군 장병들. ⓒ뉴시스 |
병역 미필자로 가득한 이명박 정부와 재벌가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의 핵심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들을 보면 태반이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들은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음으로써 동년배를 상대로 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들의 명단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전직이라도 직위를 그대로 표기했다.
이명박 대통령(면제), 김황식 국무총리(면제), 정운찬 국무총리(면제), 원세훈 국정원장(면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면제, 행방불명 이후 정신병으로), 김문수 경기도 지사(면제, 중이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탈영, 일병귀휴, 아들 면제), 강만수 경제특별보좌관(면제), 윤증현 재경부장관(면제),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면제), 이만의 환경부장관(면제), 김경한 법무부장관(면제), 백용호 국세청장(이병 소집해제), 윤여표 식약청장(면제)
나는 세계 역사상 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 어느 곳에서도 이처럼 병역의 의무를 필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주로 이루어진 정부를 알지 못한다. 국가의 권위(authority)는 정당성(legitimacy)과 강제력(power)을 가질 경우에만 제대로 작동한다. "이명박 정부는 병역 미필자들 위주로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정당성과 권위를 상실하고 실패한 정권"이라고 후대의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삼성그룹의 임원 명단을 검토해보면 병역 미필자의 비중이 평균보다 상당히 높다. 이는 병역 미필자들이 2~3년 먼저 입사해서 진급이 빨랐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허리 디스크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병역을 필하지 않았다. 현대의 정의선 사장은 수술 후유증으로 면제받았고, SK의 최태원은 과체중으로, 최재원은 시력에 문제가 있다고 면제받았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기꺼이 수행한 병역의 의무를 이들은 회피하였다. 그 시간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개인적으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그들도 병역의무를 다한 대다수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와 평화를 누렸다.
그러면 3조 원이라는 예산을 어찌 마련할 것인가?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되면, 사병의 숫자를 점차 줄이고 대신 첨단무기를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출산율 저하로 사병 수가 줄어드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국군은 첨단 기술무기를 갖춘 강한 군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무인유도 무기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주요한 방책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항공 등 기계공업 강국인데다가 정보통신산업에서도 강국이어서 무인공격기, 무인정찰기, 무인로봇탱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무인유도 무기시스템'을 자체 개발할 수도 있다. 새로운 군사 패러다임 시대에는 사병들을 정예화해서 귀하게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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