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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쇠고기 양보는 설탕 때문?

[설탕 담합 이야기 ④] "FTA 협상에서 설탕관세 방어 위해 크게 양보"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삼분파동과 사카린 밀수 사건

설탕의 과점과 불법적 담합 범죄에는 박정희-공화당-이병철-이맹희-김두한과 연결된 깊은 역사적인 뿌리가 있다. 아래에 인용된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공정거래법이 설탕과 밀가루 그리고 시멘트의 담합폭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이 추진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대기업의 독과점은 1963년 삼분파동으로 절정에 달하였다. 이를 계기로 기업결합과 카르텔에 의한 경쟁 제한 행위와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제하려는 노력이 나타났다. 삼분사건이란 1963년 밀가루, 설탕, 시멘트 등 이른바 삼분산업과 관계된 기업들이 가격 조작과 세금 포탈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집권당인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건이다. 밀가루, 설탕, 시멘트는 당시에 모두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제품이었으나 기업들이 1963년의 식량파동을 계기로 폭리를 취함으로써 전 국민의 분노를 샀었다. 삼분 가운데 밀가루나 시멘트같이 가격통제와 생필품으로 규제를 받지 않았던 설탕은 일반의 기호식품과 부식, 그리고 분식장려 덕분에 당시 수요가 한창 급증했다. 설탕의 도매 가격이 1962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근당 36원에서 98원까지 올랐고, 1963년 초에는 포당 1200원에도 살 수가 없는 품절상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제당업체는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 삼성재벌의 제일제당은 15억 원 이상의 부당 폭리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삼성의 부도덕성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공정거래법 제정과정; 1963년 발생한 삼분파동을 계기로 1964년 9월 24일 '공정거래법'(초안)이 작성되었으나 업계 반대로 국회에 상정되지 못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1975년 12월 31일 법률 제2798호로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1980년 12월 31일 법률 제3320호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독과점과 산업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와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었다. (공정거래위 홈페이지)

1963년 삼분파동으로 삼성과 제일제당 그리고 이병철 회장에 대한 여론이 매우 나빠진 상태에서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졌고, 한국비료의 사장이던 이병철 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첫째아들인 이맹희 씨가 그룹 경영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이맹희 씨는 지난 1993년 발간한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에서 당시 사건을 자세히 설명했다.

"삼성은 공장 건설용 장비가, 청와대는 정치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돈을 부풀리기 위해 밀수를 하자는 쪽으로 합의했다. 미쯔이에서 받은 리베이트를 일본에서 물건을 사서 밀수를 하여 몇 배로 불린 후에 3분지 1은 정치자금으로 헌납하라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밀수현장은 나(이맹희)와 동생 이창희 씨가 지휘했으며 박정희 정권은 은밀하게 도와주었다. 밀수를 하기로 결정하자 정부도 모르게 몇 가지 욕심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참에 평소 들여오기 힘든 공작기계나 건설용 기계를 밀수하여 이윤을 남길 생각이었다. 밀수한 주요 품목은 변기, 냉장고, 에어컨, 전화기, 스테인레스판과 사카린 원료 등이었다."

설탕을 생산 판매하는 회사가 인공감미료인 사카린 원료를 밀수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삼성과 제일제당 그리고 이병철 회장에 대해서 분노했다. 당시에는 수입관세가 높아서 밀수가 국민경제를 교란하는 요인이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밀수를 중범죄로 홍보하는 캠페인이 일상적인 시대였다.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며 '종로 주먹왕' 출신 김두한 의원이 이 사건에 분노해 똥물을 국회에 반입하여 국무의원들에게 투척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공정거래법이 생긴 계기가 '설탕, 밀가루, 시멘트의 담합폭리' 때문이었는데, 이러한 불법 담합과 폭리를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제일제당은 유사한 방법으로 다른 품목에서도 담합을 하다가 여러 차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었다. 오랜 기간 밀가루 가격을 담합했고 식용유, 빨래비누, 조미료 가격을 담합했으며 심지어 간염 백신과 고추장 가격까지 담합한 것이 적발되었다. 국내에서도 모자라 외국에서도 라이신과 핵산조미료 등에서 담합을 하다가 적발되어 국제적으로 범죄기업이 되었다.


▲ 1966년 9월 22일, 사카린 밀수 사건에 분노한 김두한 의원이 국회에서 장기영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게 오물을 투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FTA와 설탕 담합

현재 CJ제일제당의 최대주주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첫째아들인 이맹희 씨의 큰아들이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재현 회장의 모친 손복남 씨의 남동생으로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와 제일제당의 대표이사로 오랜 기간 재직했다. 손 회장은 2005년부터 5년간 FTA민간대책위원회의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2010년 11월 <문화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한미FTA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것 다 제쳐놓더라도 한미FTA를 통해 우리 경제수준이 격상된다고 봅니다. 관세율이 낮아져서 일본·중국 등 경쟁국 상품에 비해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점도 중요(…)"

관세율을 낮추는 것이 FTA의 핵심이라면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설탕 관세를 높게 유지하는 데 많은 협상력을 투입했다"와 "FTA 협상에서 설탕관세 30%선 방어를 위해 다른 품목에서 우리가 크게 양보했다"는 최원목 교수의 실토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FTA 협상과정에서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일부 기업들의 이권을 위한 협상을 했던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설탕 관세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 '크게 양보'했다는 품목이 혹시 쇠고기나 쌀이 아닌지 궁금하다.

손 회장은 최근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법질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법을 넘어서는 기업 때리기를 비판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규제 철폐'를 부르짖었다. 정부가 규제를 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CJ제일제당은 은밀하게 자사에 유리한 규제를 만드는 일들을 치밀하게 추구해왔다. 높은 관세는 역사적으로 흔히 써먹던 대표적인 규제이다. CJ 제일제당은 열 손가락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법적인 담합을 저질렀다.

어차피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협상을 마쳤고 이명박 대통령이 발효시킨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독소조항이 너무 많아서 개정은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협상전략 하나를 제시하겠다. "미국은 자국의 설탕 관세를 없애거나 낮추어라. 한국도 설탕 관세를 없애겠다."라는 주장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FTA정신에 부합하는 것이어서 미국도 무작정 반대하기는 어렵다. "당신들이 설탕 농민들을 보호하려고 관세를 유지한다면, 우리도 한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쇠고기 관세를 높이겠다"는 주장을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소수지만 막강한 로비그룹인 미국의 설탕농장 주인들과 전분당 생산자들이 저항할 것이므로 이 협상은 대한민국에 유리하다. 우리에게는 설탕 생산 농가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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