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시장에서 공평한 질서를 증가시키며 이권경제를 혁신경제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문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게임이론의 모델 하나와 '무질서의 비용'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겠다. 무질서의 비용(price of anarchy)의 뜻은 "집단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최적의 선택을 할 때에 비하여, 각자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추가되는 비용"이다. 즉, 질서가 부족할 때 생기는 낭비다. 이 개념을 설명할 때 흔히 '두 도로 모델'(2 roads model)을 이용한다. 두 도로 모델은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Pipou)가 1920년에 제안한 개념이다.
두 도로 모델
아래 그림과 같이 도심의 사무실에서 주택지구로 가는 길이 거리는 가깝지만 좁은 다리가 있는 길 A와, 거리는 멀지만 넓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B의 두 가지가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모두 10대의 차량이 두 도로 중 하나를 선택하여 퇴근하는 상황이다. B고속도로는 넓지만 멀어서 한 대가 이용하든 10대가 이용하든 이동하는 데 10분 걸린다. 그런데 A도로는 가깝지만 좁은 다리를 통과해야 하므로 이동차량이 많을수록 오래 걸린다. 차량 한 대가 이용하면 1분, 2대면 2분, 3대면 3분, 10대가 이용하면 10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가장 이상적인 경우는 B고속도로로 5대가 이동하여 도합 50분(10분×5대)이 소요되고, 나머지 5대는 A도로를 사용하면 25분(5분×5대)이 소요되는 경우다. 그러면 10대가 도합 75분 걸려 이동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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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경우 A도로를 이용하는 차는 5분 걸리지만, B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는 10분 걸려서 B고속도로로 다니는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그래서 모두 좁은 다리를 통과하는 A경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고, 그러면 총소요시간은 10대가 10분씩이므로 도합 100분이 걸린다. 전체에게 이로운 <Case 1>을 선택하지 않고 <Case 2>를 선택하는 것이 개인들 각자에게는 합리적이나 전체에게는 해로운 집단행동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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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는 여러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고, 각 개인이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판단을 하여 결정을 바꿀 인센티브가 없는 내쉬평형 상태이다. 하지만 집단 전체에 가장 합리적인 상태는 <Case 1>이다. 여기에서 각자가 최적의 선택을 한 내쉬평형 상태의 비용인 100분을 집단적으로 최적상태의 비용 75분으로 나눈 133%를 '무질서의 비용지수'(price of anarchy)라고 하고, 약자로 PoA라고 표시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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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A가 133%라는 것은 무질서로 인하여 비용의 33%가 낭비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 모델은 이기적인 개인들이 무질서하게 낭비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개입하여 집단적으로 합리적인 상태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면 PoA를 100%에 근접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본 내쉬평형 상태인 <Case 2>에서 A경로로 가는 차량에는 5분의 가치에 해당하는 통행세금을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의 남산터널에서 차량이 붐비는 시간에는 통행요금 2000원을 받아 지나치게 많은 차들이 몰려 길이 막히는 현상을 방지하는 것과 비슷한 정책이다. 그러면 A로 가는 데 5분이 걸리고 5분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서 도합 10분이 비용이 되므로, B고속도로로 10분 걸려서 가는 것과 비용이 비슷해진다. 그렇게 되면 A, B경로를 각각 5대 정도가 선택하는 경향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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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사회 전체에는 25분(5분×5대)에 해당하는 세금이 생기므로 사회의 총비용은 75분(100분-25분)이 된다. 이때 사회 전체의 비용은 최적상태와 같으므로 PoA는 100%가 된다. 세금을 걷기 위한 3분에 해당하는 비용이 든다고 하면 PoA는 104%가 된다. <Case 2>의 133%에 비해서 질서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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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비용세금의 개념
이같이 가격 차이로 인해서 생기는 쏠림현상을 교정하기 위해서 가격 차이만큼 부과하는 세금을 한계비용세금(marginal cost tax)이라고 부른다. 한계비용세금을 이용한 해결책은 이기적인 개인들이 무질서하게 낭비하고 있을 때, 국가가 세금을 이용하여 건강한 질서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이기적인 개인들의 행동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세금과 규제는 합리적인 자원 분배를 저해하므로 적을수록 적다"는 주장을 한다. 그런데 두 도로 모델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원의 최적분배'라는 신고전학파 경제이론이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뉴라이트나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이 원리에 대해서 무지했거나 이를 무시했으며, 일부 인사들은 스스로 이권을 추구하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이런 현상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집단화된 인간이 어떻게 하면 무질서의 비용을 줄이고 최적화된 협동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가 기업경영과 국가정책 설계의 핵심이다. 한계비용세금 같은 인센티브들을 동원하여, 여러 부문이 각자의 목표를 추구할 때 생기는 집단의 낭비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규칙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과정을 통하여 한 사회가 축적한 사회질서가 불합리를 해소하고, 창조적인 노력을 부추기고, 집단적 분업을 극대화해야만,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은 행복해지고 국가의 생산력은 발달한다. 역시 공평하고 건강한 질서가 부의 원천이다.
두 도로 모델은 '부조리한 이권평형상태'를 정부가 세금을 이용한 개입을 통하여 전체에 좋은 상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다음 글에서는 이와 유사한 현상이 우리나라의 에너지시장에 고착화되어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정부가 한계비용세금을 부과하여 최적에 가까운 상태로 평형을 이동시켜서 무질서의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소득과 재산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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