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한 해 통틀어 이만큼 죽었는데, 올해는 하루 만에 다 죽어불었소. 27년 동안 넙치를 키웠지만 이런 꼴은 생전 처음이요."
31일 오전 찾은 전남광주 완도군 군외면의 한 넙치 양식장. 정오가 되기 전인데도 내리쬐는 햇빛으로 달궈진 양식장은 숨이 '턱' 막히는 열기와 비릿한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양식장 한쪽에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수조에서 건져낸 넙치들이 대형 바구니와 팔레트 위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양식장 운영자 김모 대표는 "이게 전부 오늘 오전에 건져낸 것 들이다. 하룻밤 새 또 3000마리 정도가 죽었다"며 "지난 24일부터 하루 평균 3000마리씩 죽어버린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한 마리에 3만~4만원씩 하는 놈들인데 하루에 1억 원가량 손해다. 농사로 치면 수확 앞둔 작물이 하루아침에 전부 망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액화산소도 계속 들어가고 산소농도도 두 배로 하고 있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약 2000평 규모의 양식장 내부로 들어서자 47개 수조에는 바다에서 끌어올린 물이 쉴 새 없이 쏟아졌고 액화산소도 계속 투입되고 있었다. 그러나 고수온을 견디지 못한 넙치들은 수조 바닥 곳곳에서 하얀 배를 뒤집은 채 멈춰 있었다.
김 대표의 부인은 "이제 출하해야 하는데 다 죽어버리니 우울하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이게 화병인가 싶다. 속이 울렁거려 밥도 못 먹고 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힘없이 말했다.
폐사한 넙치 한 마리를 가리키며 "죽어도 이렇게 통통하고 큰 놈들부터 죽는다"며 "2년 동안 애지중지 키웠고, 영양제와 예방주사도 한 마리씩 일일이 놓아가며 키운 놈들인데 심정이 어떻겠느냐"고 허탈해 했다.
참혹한 상황을 전하는 동안에도 수조 바닥에서는 고수온을 견디지 못한 넙치들이 하얀 배를 뒤집은 채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동티모르 출신 노동자들은 다른 작업을 뒤로한 채 긴 뜰채로 수조 바닥을 연신 훑으며 폐사한 넙치를 건져냈다. 불과 몇 분 사이 한 수조에서만 십여 마리의 폐사한 넙치들이 뜰채로 건져졌다.
수조 안에서 연신 뜰채를 휘젓던 노동자 A씨는 "죽은 넙치를 그대로 두면 다른 넙치까지 더 많이 죽기 때문에 계속 건져내야 한다"며 "양식장에 할 일이 많은데 하루 종일 폐사한 물고기만 떠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숨이 붙어있는 넙치들은 고온의 바닷물에 힘겨운 듯 A씨의 발을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겨우 피하고 있었다.
수조에서 건져낸 폐사체는 곧바로 냉동창고로 옮겨졌다. 창고 안에는 이미 죽은 넙치가 약 4m 높이의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빈 공간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게차는 전날과 이날 폐사한 넙치가 담긴 통과 팔레트를 쉼 없이 실어 날랐다.
김 대표는 천장까지 들어찬 폐사체를 바라보며 피해 보상은커녕 당장 죽은 넙치를 처리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보험료만 1년에 4000만원 가량 내는데 실제 보상은 피해액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이런 재난 피해를 보험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생산비를 반영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양식수협은 살아 있는 넙치라도 신속히 출하할 수 있도록 유통업체와 공동 출하를 추진해야 한다"며 "행정도 폐사체 처리와 긴급 출하, 현실적인 피해 보상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완도군에는 지난달 21일부터 폭염경보가 이어지면서 양식 어가의 폐사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완도군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모두 8개 어가에서 넙치 9만8800마리가 폐사해 4억2280만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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