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경제사범' 이건희·정몽구, 미국에서였다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경제사범' 이건희·정몽구, 미국에서였다면…

[이권경제에서 혁신경제로 ⑪] 금융업 개혁 방안

국제금융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박창기 (주)엔오푸스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 박 대표는 서울대학교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제일제당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이 15년 중 8년은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근무했습니다. 1999년 증권정보 제공 인터넷 기업인 (주)팍스넷을 창업해 4년간 경영했고, 그 후 다양한 분야의 투자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주주이며, 희망제작소 이사를 역임했습니다. 박 대표는 이권이 지배하는 경제를 극복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주제의 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조만간 발간될 책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금융산업을 보는 시각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산업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짧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금융업은 실패를 반복해왔다. 이권은 사유화했고 실패하면 손실은 국민들에게 떠넘겨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개발독재시대에는 국민 대다수가 알뜰하게 모은 저축을 독점한 은행 돈을 정치권이 재무부를 동원하여 재벌들에 몰아주었다. 일반국민들은 대출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당시에는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았고 이자는 상대적으로 쌌으므로 대출을 받는 것은 일종의 특혜였다.

이 돈을 허투루 쓴 재벌들이 망하면서 1997년 외환위기가 터져서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고 수십 개의 재벌그룹들이 해체되었고 그 손실은 국민에게 떠 넘겼다. 조흥은행, 한일은행, 제일은행, 서울은행 등 거의 대부분의 상업 은행들이 망하며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해야 했다. 이익이 생길 때는 소수의 이권집단들이 가져갔고 손실이 생기니 국민 전체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가계대출에 주력한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살아남았고, 신설된 은행이었던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화를 면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결과 IMF를 내세우고 들어온 유대인 자본인 조지 소로스와 골드만삭스가 제일 먼저 요구했던 것이 은행에 대한 외국인 소유지분 규제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미국 투기자본의 대표격인 골드만삭스가 첫 번째 투자대상으로 삼은 것이 국민은행이었다. 정작 그들이 한국의 최대 은행의 대주주로서 경영에 간여하면서 금융산업을 선진화시켰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수많은 국민들의 푼돈을 모은 자금을 산업자본에 빌려주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으나, 골드만삭스가 경영권을 장악한 후에는 손쉽고 위험이 적은 부동산 담보 대출 등 개인 상대 대출에 치중했다. 그리고 이익을 많이 내어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해주는 것을 경영의 최고 목표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골드만삭스가 수조 원의 이익을 외국으로 가지고 빠져나가게 도와주었으며, 그들이 경영하는 동안 주택담보대출과 개인대출을 늘리는 바람에 아파트 값을 올려놓고 가계부채 문제를 키웠다. 이들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20~30년간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는 고정금리 모기지상품은 소홀히 하고, 이자만 내다가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변동금리 방식의 융자상품을 주로 영업하여 주택시장 버블을 키워서 후유증을 만들었다. 이제는 주택담보대출의 질서를 건강하게 바꾸어야 한다. 우리도 20년 이상 장기, 원리금 분할상환, 고정금리 위주로 주택금융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은행업에선 국내시장을 적당히 나누어서 과점하여 예대마진, 송금수수료, 펀드 판매수수료 등을 챙기며 담합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합병과 대형화는 리스크는 커지고 과점은 강화되므로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은행들도 경쟁을 해야 금융소비자의 복리가 늘어난다. 이권경제에서 경쟁이 치열한 요소경제로 전이시켜야 하며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혁신요소를 개발해야 한다. 은행 분야의 이권을 줄여나가려면 은행의 설립요건을 완화하여 꾸준하게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창조적인 경쟁자가 진입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점포를 두지 않는 온라인은행 같은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재벌은행'에 참여했다고 해서 논란이 된, 브이소사이어티가 주도한 온라인은행의 설립에 대해서 살펴보자.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기업의 대표로서 브이뱅크 설립에 간여했던 나는 이 은행이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확신했다. 2001년 당시 우리가 추진하던 브이뱅크는 작금에 정치권에서 왜곡하여 선전하는 '재벌은행'과는 거리가 멀다. 재벌과 벤처기업들을 포함한 수십 개의 5% 이하의 주주들이 참여하는 혁신적인 은행으로 기획되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무점포 온라인은행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고, 우리나라는 현금지급기 보급이 많고 모바일뱅킹이 발달하여 여건이 매우 좋았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많았던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이 일하는 회사 중에는 온라인은행을 성공시키는 데 필요한 요소를 가진 곳이 많이 있었다. 비싼 임대료를 내는 점포를 줄이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인건비도 줄여서 고객들에게 높은 예금이자를 지급하고 낮은 이자율로 소액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하고자 했던 것이 브이뱅크의 목표였다.

이러한 시도는 금융실명제법을 빙자한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되었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계좌를 개설하는 본인이 직접 점포를 찾아와서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본인확인을 해야만 했다. 사실 정보통신의 발달로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면 본인 확인이 가능하고,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런 혁신경제를 키우는 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혁신사업을 시도했으나, 당시 기득권을 가진 은행권과 이권을 나누어주는 것을 자신들의 고유권한이라고 생각하는 '모피아' 관료들의 성채는 너무 높았다. '모피아'의 정신세계는 아직도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현재 금융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석동 씨가 재정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일하던 2003년 카드사태 당시에 한 발언)는 봉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금융업들도 이권산업적인 성격이 강하다. 저축은행업, 보험업, 신용카드업, 증권업 모두 정부의 인가가 필요한 사업이다. 허가를 받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이권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돈을 모아서 굴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카드대란 사건 당시 삼성카드와 LG카드를 포함한 대다수의 신용카드 회사들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결국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파산에 직면한 신용카드 회사들에게 투입되었다.

2012년 현재 진행되는 저축은행 사태도 이권을 장악했던 대주주가 금융감독 관료들과 정치인에게 이권을 적당히 나누어 주면서 무리하게 경영한 결과 수십만 명의 예금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대통령의 형 이상득 씨와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 씨 그리고 박영준 씨가 이들의 범죄행위를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포함하여 20개 저축은행이 파산했고 부실화되어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해야 되는 자금 규모가 무려 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금융범죄자는 금융회사 주요 주주가 되지 못하게 해야

금융감독 체계를 근본부터 바꾸어 저축은행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는 금융범죄자들이 금융회사의 주요 주주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집행하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 설립은 자유롭지만, 주요 주주의 자격심사는 매우 까다롭다. 연방수사국(FBI)까지 간여하여 엄격하게 심사한다. 기존의 주요 주주가 금융범죄를 저지르면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미국에서였다면 여러 경제범죄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은 삼성생명이나 현대캐피탈의 주주와 이사의 자격이 박탈된다.

증권업계도 국내에만 갇혀 있어 후진적이며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 개인투자자들의 절반은 1년 이내에 투자손실을 보고 주식시장을 떠난다. 지나치게 투기적인 선물옵션시장에서 수수료 수익을 얻는 데 급급하며 투자자들이 손해 보는 것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증권업계는 우리 경제의 위상에 맞게 투자은행 기능과 자산운용 기능 그리고 국제사업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보험업도 대표적인 이권사업이다. 보험업의 핵심적인 기능은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산하는 장치로 사망, 사고, 질병 등이 발생했을 때 요긴한 보장성 보험이 중요하다. 또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연금보험도 중요해졌다. 2011년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총 자산규모는 442조 원이고 2010년도 연간 총 수입보험료는 83조 원이며 연간 지급된 보험금의 규모는 53조 원에 이른다.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보험료 중 사업비가 얼마나 많은지, 중도해지 비율이 얼마나 많은지, 중도해지 환급금이 얼마나 작은지, 통계를 자세하게 밝히도록 하여 보험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장성 보험 외에 저축성 보험을 지나치게 많이 팔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다. 2년 이내에 해약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이때 환급 받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 피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보험시장은 라이선스를 가진 삼성, 한화, 교보 등 소수가 과점하고 있으며 서민들은 지나치게 많은 돈을 보험료에 쓰고 있다. 사설의료보험은 국민의료보험에 비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낭비적이다. 아는 사람의 권유에 마지못해 보험에 가입한 후 후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저축성 보험은 은행예금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 보장성 보험은 외국에 비해 매우 비싸다.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보장성 보험과 저축성 보험을 혼합한 상품을 금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험은 원래 목적대로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사업하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만 해결해도 서민의 가계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989년 보험업을 국제자본들에게 개방하여 푸르덴셜 등이 국내영업을 시작하였고 1999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알리안츠 생명 등 여러 외국계 생명보험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했다. 그러나 외국계 보험회사들은 한국 보험시장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혁신적 사업자로서 역할은 크지 않았고, 한국 생명보험회사의 관행에 편승하여 이권을 챙기는 데에 열중했다.

신용카드는 모든 상점에서 강제로 받아야 하므로 이미 국가의 화폐와 같은 지위를 획득했다. 그런데, 소매점에서 지불수단에 대해서 2~3%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음식점이나 편의점 등 자영업자들의 경우 매출에서 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과 자기인건비를 뺀 마진은 10%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중에서 3%를 카드회사가 가져간다는 것은 총 마진의 30% 이상이 국가가 강제하는 지불수단 때문에 비용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소매사업자가 카드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받지 않는 것이 불법인 상황에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전제인 계약의 대등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소매점의 수수료를 1% 이하로 낮추고, 카드를 씀으로써 외상구매와 같은 혜택을 보는 소비자가 회비 등을 내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조치는 우리나라의 취약계층인 자영업자들에게 큰 환영을 받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