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2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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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내리는 도시의 표정'
김민웅의 세상읽기 <129>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습니다. 우산 속의 사람들이 외롭게 보입니다. 마치 그것은 자연이 만든 어떤 차단된 좁은 울타리에 갑자기 가두어진 존재처럼 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와 우산 그 미세한 빈틈을 비집고 빙 둘러쳐진 듯한 투명한 경계선, 그 밖으로는
김민웅 프레시안 기획위원
'그림이 보이지 않는 동굴'
김민웅의 세상읽기 <128>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가 이따금 발견될 때마다 우리는 그 그림의 속에서 원시 공동체의 기원을 목격하게 됩니다. 사냥과 관련된 수렵도나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모두 단지 자연환경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회화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
'회의할 줄 모르는 바보들'
김민웅의 세상읽기 <127>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Que sais-je?)""라는 서문과 함깨 "확신하고 회의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바보뿐이다"라는 경구. 이 말은 오늘날 "에세이"의 원조가 된 <수상록>의 저자 16세기 인문주의자 몽테뉴가 남긴 것입니다. 이어 그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
'아시아, 그리고 아사달의 뿌리'
김민웅의 세상읽기 <126>
"아시아"라는 말의 기원은 그리스어인 "아스바"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에게 해 동쪽의 땅"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아스바"가 서양문명권에서 점차 "아시아"로 굳어져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기원전 1300년경 "앗
"인간적 진실을 소중히 했던 탁월한 인문주의자"
<추모사> 정운영 선생을 그리워하며
뛰어난 사회과학자인 동시에, 그이만큼 인문학적 소양과 표현력을 풍부하게 지닌 지식인이 오늘의 당대에 과연 있었던가? 엄청난 다독(多讀)의 내공으로 동서고금을 종횡 무진하는 그의 사유(思惟)는, 중원에서 필적할 자가 없는 고수가 황홀한 검무(劍舞)를 추는 듯했다. 그
"가을의 숲, 그 바람"
김민웅의 세상읽기 <125>
가을바람이 숲을 흔들고 지나가면 우리의 영혼은 새롭게 숨을 쉽니다. 그건 마치 매우 부드러운 손길처럼, 생명이 피해가기 어려운 긴장을 여유롭게 어루만지는 동작을 닮아 있습니다. 덕분에 스스로 떨쳐 내기 어려운 짐을 내려놓고 자신과 세상을 새삼 평화롭게 응시할 수
"스기무라 후카시의 회심의 미소"
김민웅의 세상읽기 <124>
스기무라 후카시(杉村濬)는 1875년부터 요코하마 마이니치 신문사의 기자로 활동했고, 이후 조선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무명의 언론인에 불과했던 그가 그러던 중, 1880년 서기관의 직위로 서울 주재 일본 공사관에 부임하게 되면서 조선정세 파악에 본격적으로
"혹 평화를 두려워하는가, 미국은?"
김민웅의 세상읽기 <123>
아무런 실체적 근거도 없이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이유를 내세워 이라크에 대한 침략을 저지른 미국은 지금 그 이라크에서 곤욕을 치루고 있습니다. 오만과 탐욕, 그리고 폭력의 권능에 대한 집착이 자초한 업보가 아닌가 합니다. 파죽지세로 바그다드를 점령했다고 생각
"늙어버린 제우스"
김민웅의 세상읽기 <122>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는 로마신화에서는 주피터가 됩니다. 이름만 달라졌을 뿐이지, 신화의 전승은 그대로 지속되었고 신화에 등장하는 존재들의 역할도 그리 달라지지 않게 됩니다. 제우스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자식으로서, 자기 자식들이 자신의 권좌를 노릴 것을 두려
"누가 결국 패배자가 되고 말까?"
김민웅의 세상읽기 <121>
페르시아 제국의 전설적 대군주 다리우스로부터 그의 손자 아르타크세르크세스 왕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중근동 지역과 지중해에는 거대한 제국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계승자 페르시아는 동으로는 인더스 강에, 서로는 이집트를 비롯하여 에게 해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