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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그리고 아사달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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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그리고 아사달의 뿌리'

김민웅의 세상읽기 <126>

'아시아'라는 말의 기원은 그리스어인 '아스바'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에게 해 동쪽의 땅'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아스바'가 서양문명권에서 점차 '아시아'로 굳어져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는 기원전 1300년경 '앗수바'라는 종족이 살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리스어 '아스바'는 이 종족의 이름에 따른 지역의 명명이었던 셈이었습니다.

'앗수바'는 태양이 떠오른다, 즉 일출(日出)을 의미하는 '앗스'에서 연원했다는 것인데, 고대 '앗시리아'의 앞에 붙은 '앗'이 바로 그 일출의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아시아'라는 말은 결국 동쪽 태양이 떠오르는 땅, 그리고 그 땅에 살고 있는 족속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때에 해가 지는 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아시아는 자신들에 비해 태양의 기운이 그득한 곳이라고 여겨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서에서 예수 탄생과 관련해서 동방박사의 존재가 등장하는 것도 이들이 신비의 땅, 태양의 나라에서 온 현자라는 인식을 고대인들이 했음을 반영해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가만히 따져보면 이 태양이 떠오르는 땅 '아시아'라는 말의 어원학적 뿌리 '앗' 또는 '앗스'라는 말은 우리말의 뿌리와도 매우 가까운 핏줄이 통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 '앗'은 '시작' 또는 '근원'을 뜻하기도 하며 태양이 떠올라 날이 밝는 아침으로 이어지는 말이 됩니다. '씨앗'이라는 말에서의 '앗'이 그러하며, 이 '앗'이 변용을 일으켜 '아사' 또는 '아츰'에서 점차 '아침'으로 되어간 것이지요.

존재의 시작은 '앗', 시간의 시작은 '아사'로 변해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 존재와 관계된 '앗'은 '알'이라는 발음으로도 이어져 존재의 내부에 알의 받침 리을 자의 모양처럼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말로 되기도 했습니다. 시간의 시작을 뜻하는 '앗'은 '아사', '아침', '아직', '아차' 등의 새끼치기를 하는 과정을 이어나가게 됩니다.

'아침'의 고대어 '아사'는 일본어에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일본의 <조일신문(朝日新聞)>의 머리글자 '아침 해'라는 뜻의 '朝日'은 '아사히'로 읽힙니다. 이때 '히'는 '해'와 같습니다. 문명권의 지리적 거리로 보자면 한참이나 멀지만, 우리말의 '앗'이 일출을 의미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의 '앗스'와 그대로 일치한다고 여겨지는 것입니다.

아마도 당대에는 그리스의 처지에 비하자면, 문명의 태양이 떠오르는 곳은 에게 해 동쪽의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명의 주도세력은 '앗수바 종족'으로 대표되는 존재들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문명의 힘이 서양 쪽으로 무게중심이 역전된 것은 사실 긴 인류사에서 보자면 얼마 되지 않는 과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날 아시아가 다시 약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 서양의 위세에 눌려 있던 아시아의 힘이 다시 솟구쳐 오를 기세인 것입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합작 영화가 적지 않게 제작되어가고 있는 현상은 그러한 기세의 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시아 전체가 아침이 떠오르는 들판, '아사달'이 되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존재와 시간의 새로운 시작, '앗'의 땅 아시아, 거기에서 우리는 어떤 주역을 맡게 되어갈 것인지 인류사의 긴 안목으로 살아가는 힘이 무럭무럭 자라났으면 좋겠습니다. 동네 골목 조무래기 같은 정치는 이제 제발 그만 접고 말입니다. 아사달 겨레의 위신을 생각해서라도 말입니다.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센타'(오후 4-6시/FM 104.5, www.ebs.co.kr)의 5분 칼럼을 프레시안과 동시에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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