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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왜 '8.31 대책' 우습게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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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왜 '8.31 대책' 우습게 봤나

[기자의 눈] 경실련 "노 대통령의 부동산 대책, 황우석 논문 같아"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빛바랜 호언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

노 대통령은 "부동산 격차는 양극화의 심각한 원인이기도 하고 양극화의 핵심적 결과이며, 자산양극화의 핵심이자 원인"이라면서 "부동산 거품이 빠질 때 경제위기를 맞게 되고, 그 경우 그 부담을 힘없는 사람이 다 짊어지게 되는 등 부동산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노 대통령은 지난해 발표된 '8.3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해 "지금 8.31 대책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우습게 보지 말라' 이렇게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3단계 부동산 대책을 준비 중"이라면서 "앞으로 4, 5단계 부동산 대책으로까지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8.31 대책이 아직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할지라도 최소한 8.31 대책이 '우습게 보였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왜 처음부터 8.31 대책에 후속대책이라는 것들이 포함되지 못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을 떨치기 힘들다.

'8.31 대책' 발표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면서 "이번에도 실패하면 직에서 물러났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적어도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호언은 틀렸음이 드러났다.

'8.31 대책' 이후에도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판교와 분당 등 경기 남부지역의 아파트들은 심상치 않은 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급기야 국세청이 이들 지역의 아파트 취득자나 당첨자 전원에 대해 투기혐의를 검증하겠다고 나설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 취득자들이 실수요자?**

정부는 이들 지역이 면적으로 치면 전국의 2%도 못 되는 극히 일부 지역의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으로 치면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의 4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면적으로 따질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수요자들은 왜 '8.31 대책'을 우습게 보는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일부 언론에서 8.31 대책은 '강남아파트를 겨냥한 세금폭탄'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로 주민들의 '조세저항'을 부추겼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왜 계속 상승하는 것일까.

최근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8.31 대책' 이후 강남 아파트 취득자의 80%가 1가구 1주택자와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라고 한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한 채에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는 사람을 실수요자라고 부르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의문을 표시한다. 수십억 원 짜리 '주거용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엄연히 '무주택자'이기 때문이다.

희소가치가 있는 강남 아파트를 찾는 수요자들은, 공급이 부족하다면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세금폭탄'이라는 보유세 부담 증가도 집값 상승에 비하면 '파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8.31 대책'을 우습게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아파트거품빼기 운동본부장 김헌동 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내세우는 '8.31 대책'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과 비슷하다"고 일갈했다.

줄기세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단계에서 마치 있는 것처럼 일단 논문부터 발표하고 나중에 줄기세포를 만들어내겠다는 황우석 교수의 논리와, 실효성이 없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8.31 대책'을 발표하고 추후에 진짜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현재의 집값 폭등, 재건축만의 문제인가"**

김 본부장은 "노 대통령은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재건축을 지목하면서 재건축의 개발이익만 환수하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면서 정부가 곧 내놓겠다는 추가대책에 대해서도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부가 추가적인 8.31 대책을 고려하는 것은 이미 8.31 대책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이며, 현재의 집값 폭등은 재건축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한다"면서 "8.31 대책에는 선분양 아파트 원가 공개, 민간아파트 후분양제 즉각 이행, 분양권 전매금지, 2% 수준의 공공주택 20%대로 확대와 같은 투기근절과 수요완화 대책은 모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80%가 넘는 지지여론에 대해 대안으로 내놓은 원가연동제는 판교 신도시에 처음 적용되면서 미봉책임이 드러났다.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평당 100만 원 이하로 수용한 농지로 조성된 판교 신도시 택지는 600만 원에 민간에게 공급됐고, 여기에 건설업체들은 600만 원의 건축비를 붙여 평당 1200만 원의 분양가를 책정해 성남시에 승인을 요청한 것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정부는 원가연동제에 따른 표준건축비를 300만 원 이하로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명목으로 건설업체들이 그 두 배의 건축비를 요구할 수 있게 길을 터줘 고분양가 논란을 자초했다"면서 "원가공개나 후분양제를 하지 않는 한 주변 집값을 올리는 분양가 상승의 폐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주장대로 8.31 대책의 실효성이 나타날 시간이 필요하다면 참여정부 임기 내에는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그동안에 국민들이 감내해야 될 주거의 고통과 1주일 사이에 몇억 원씩 상승하는 집값폭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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