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상호 모순되는 효과를 낳는 두 가지 정책, 즉 투기를 억제하는 불로소득 환수 정책과 투기를 유발하는 공급확대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참여정부가 국토 균형발전이란 명분으로 추진하는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각종 개발정책과 판교신도시에 이어 내놓은 송파신도시 건설정책은 과거의 개발정권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정책과 조장하는 정책들을 동시에 사용하는 정책상의 모순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토지정의시민연대'와 '헨리 조지 연구회'가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정책토론회 '헨리 조지와 한국 부동산 정책'에서 전강수 교수, 심상정 의원 등 참가자들은 토지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및 거래세 인하를 뼈대로 하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정책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부동산 대책의 근본적인 방향에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는 독재정권이 더 잘 잡는다'는 인식은 잘못**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비교의 관점에서 본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발제문에서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의 군사정권과 김영삼·김대중의 문민정권의 '부동산 성적표'를 분석한 결과 군사정권의 과도한 개발주의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성적표' 삽입)
이어 이 교수는 "참여정부가 편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보유세의 점진적 인상과 그에 상응하는 거래세의 인하, 주택 과다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강화, 거래 투명성의 강화, 거래 투명성의 확보, 서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 등에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최초로 옳은 방향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심상정 의원 "노무현 정권은 임대주택 건설실적도 부진"**
그러나 심상정 민노당 의원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개발독재 및 군부 정권과 비교해서 '그래도 좀더 낫지 않느냐'는 소극적 관점이어서는 안 된다"며 "게다가 참여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삼아온 역대 정권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을 편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서민주거 대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임대주택 건설 실적만 하더라도 10년 이상 장기임대의 경우 노태우 정권은 연평균 4만4000가구, 노무현 정부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만8000가구로 집계되고 있다. 최저 주거기준치에 못 미치는 주거생활을 하고 있는 빈곤층 1000만 명에 대해서도 참여정부는 과거 정권들처럼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심 의원은 "10.29 조치 후 종합부동산세가 '종합구멍세'로 전락한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여당에 있다"며 "보유세 실효세율 1% 확립 방침이 갑자기 휴짓조각이 된 것이나 기반시설부담금제의 내용을 당정협의를 거쳐 후퇴시킨 것 등을 고려하면 정부 여당 스스로 8.31 대책을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전강수 교수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이 부동산 투기 불렀다"**
전강수 대구카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도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소위 '세금폭탄론'을 내세운 일부 언론의 맹렬한 공격에 밀린 느낌"이라며 "보유세의 강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개발부담금제의 경우 부과대상이 너무 제한적이고 부과율 또한 낮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에서 얻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서, 동시에 투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부동산 공급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들 간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음을 지적했다.
전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균형개발 정책이 토지 불로소득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토지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한다면 균형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텐데 인위적으로 지방에서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해 토지 불로소득을 산발적으로 발생시키는 방식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것은 정책오류가 아니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동근 교수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토지보유세 강화를"**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모순이 있다는 이같은 지적이 옳다면 부동산 투기의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아무리 강력해도 부동산 투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부동산 정책은 이제 경기부양책과는 인연을 끊고 투기근절책과 서민주거 대책이라는 두 방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강수 교수는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공유지의 비율을 꾸준히 높여 개발이익의 환수, 도시계획 기능의 제고, 부동산 투기 억제, 사회간접자본의 건설 등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동근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개발규제의 완화, 재개발의 완화, 신도시 건설을 처방으로 제시하는 '시장주의자들'과 토지투기를 지가앙등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토지 보유세를 지지하는 '조지스트(헨리 조지 주의자)들'의 주장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으며 이 둘이 결합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색다른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시장주의자들은 토지 보유세가 다른 어떤 세금보다 사회에 미치는 부담이 적다는 경제학의 상식을 외면하고 있다"며 "진정한 시장주의자라면 목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토지 접근성을 높여 진입장벽을 낮추어주고 투기적 목적으로 퇴장된 토지를 시장으로 끌어내는 동시에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땀 흘려 번 돈의 가치를 높이는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을 확립하는 정책을 옹호해야 하고, 토지 보유세의 강화는 바로 그런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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