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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현장] 깨끗한 웃음이 다가오기를
한참을 울고 체중계에 올라가도 몸무게는 그대로였다 영혼에도 무게가 있다면 대지는 오래 전에 가라앉았겠지 꿈속에서 많이 운 날은 날이 밝아도 눈이 떠지지 않습니다 눈 속에 눈동자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에 부목을 대고 굳은 무릎으로 여기에 왔다 목소리 위에 목소리가 쌓인다 우리는 각자의 목에 돌을 하나씩 매달고 목소리의 탑을 쌓는다 다른 시간을 가리키
신철규 시인
2016.12.23 15:15:30
울화
[문학의 현장] 광장이 환하다
비닐하우스 안에 죽은 남자와 약통이 쓰러져 있었다그는 잠수병을 앓으며 꽃을 키워 팔았다 마지막 꽃송이에게 그는 무슨 질문을 했던 것일까물소리가 들려 바다 속 아이들을 찾아 떠난 것일까상처 난 꽃잎이 어두워지고 그 꽃잎을 떼어내다새벽 세시 이상한 시간을 건너버린그의 손에는 짙은 안개가 쥐어져 있었다 모든 의문의 죽음에는 뒤가 있다뒷일을 부탁한다는 유서가 없어
김명은 시인
2016.12.15 10:13:59
팽목
[문학의 현장] 아이들이 젖은 발로 앉았다 일어서는 곳
번호가 통곡을 얻던 바닷가살냄새가 지워진 아이들이포르말린 냄새 가득 찬 컨테이너에 누워굽은 손가락으로 우리를 가리키던 곳 땀복바지에 맨발로쓰레빠를 끄는 아비가방문객들에게 밥을 차리고 밤이면 까맣게 말라가는 어미들이깨진 소주잔처럼 흐느끼며파도소리를 듣는 곳 만조가 소리들을 삼키며 차오르면아이들이 젖은 발로 앉았다 일어서는 곳 서로를 묶은 컨테이너들이포크레인을
김일영 시인
2016.12.09 07:39:09
강이 산을 넘어야 강산이다
[문학의 현장] 이제 곧 이 산천 위로 눈이 내릴 것이다
지지배배 모여는 보는 모꼬지 가는 길이었제웬 젊은네 자리 곁으로 앉게 되았는디시 꼬부랭이럴 끼적이는 놈이라고 수 인사부텀 지극하데요망시룬 시절이다가 보니 여기 저기 내부치는 소리들마다귓구녕이 호사허도록 들을만은 허데만은곁에서 자꼬 뽀시락거리는 눈치가 보여서는비니루 가방에서 도토막헌 책 한 권을 납수는 대목에서해필 골 때리는 예수쟁이에나 걸렸는가 싶기도 해부
정윤천 시인
2016.12.01 10:24:50
블러드 문(blood moon)
[문학의 현장]
진돗개 무리 속에이따금 검은 개들이 출현하는 마을붉은 달이 떠오른 방식으로 삼백 명 승선한 배의 선미가항구 쪽을 향해 기울고샤먼 퀸이 풀어놓은 저승의 개들칼춤 추듯 이빨을 드러내고 몰려다닌다 굳게 다문 사각의 창문마다 울음이 삐져나온다주검 앞의 사내는 등 돌려 창문 막고주먹을 입속에 넣고 흐느낀다소금물 든 운동화가 식탁위에 차려지고쥐꼬리만큼의 넉넉함이 얼음
성향숙 시인
2016.11.28 09:43:31
현실 1416304
[문학의 현장] 시가 현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들이 그 짓을 하는 동안 익사 당하는 학생들이 부러진 손톱 끝으로 벽을 후벼파며 외쳐불렀다 저 것들을 좀 보라고 죽음에 이르르니 저 것들이 하는 짓이 보인다고 불의는 공공건물 출입문처럼 가까운데 몇 번이나 이 문은 열리고 닫히는가 백주대낮에 경찰에 죽임을 당한 농민이 냉동된 주검안치실에 씨를 뿌려 한 해 농사를 짓고 독재자의 얼빠진 딸은 제 권력의 얼굴
나해철 시인
2016.11.16 14:46:27
11월 12일, '분노의 광화문'으로 가자!
[문학의 현장] 발가벗겨지는 순간 공포가 엄습한다
지하 취조실이다. 고문에 앞서 경찰은 피의자의 옷부터 벗긴다. 부끄럽게 하려고? 천만에! 치열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는 수작이다. 실제로 발가벗겨지는 순간, 피의자는 공포의 엄습으로 부르르 몸을 떤다. 1972년 10월 7일부터 사흘 동안 살인적 고문을 당했던 정원섭 씨의 회고에 의하면 그렇다. 그는 40년 동안 살인자로 살다가 지난 2012년에야 살인 누명
유채림 소설가
2016.11.10 11:20:35
노동의 십자가
[문학의 현장] 복직투쟁
임성용 시인이 시를 읽는 걸 보면서 가만 저 친구들과 어울리면 오늘밤 이 곳 평택에서 자야 될 것도 같고 아니면 대리운전을 불러야 될 것도 같아 그냥 구경꾼들에 섞여 땅 속까지 울리는 임 시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 등 바로 뒤에서 누군가가 아주 지당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니미럴, 아니 인생을, 꼭 노동만 해 먹고 살라는 법이라도 있어 다른 일도 널
최종천 시인
2016.11.04 06:41:03
일곱기둥철강
[문학의 현장] '메이드 인 코리아' 청년
스물일곱 그가 사라졌다 온갖 이질적인 것들을 녹여내던 용광로 죽음조차 흔적 없다 금속성의 찬 빛을 뿜으며 놓여 있는 숟가락 쇳물에 빠져 녹아버린 청년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별들도 고단해 창백하게 깜박거리던 출퇴근 한적한 곳에서의 흥얼거림은 못이 되고 숟가락이 되어 집으로 회사로 음식점으로 팔려가고 가슴에 품었던 길은 가로등이 되고 자동차가 되어 거리에서 항구
박설희 시인
2016.10.28 14:08:00
시급 6470
[문학의 현장] '헬조선'이 사어가 되는 나라를 꿈 꾼다
초코파이 한 상자를 들었다 놓는다 인도의 달리트처럼 불가촉의 개돼지에게 한 상자의 달콤한 여름은 사치인가 흐린 눈으로 먹이통을 향해 질주하지 않건만 권력을 위해 사냥감을 좇다가 솥에 들어가지도 않건만 2017년 새로운 어록에 의해 우리 목소리는 컹컹 짖는 소리 꽥꽥 지르는 소음으로 환전된다 때가 되면 뒤집어 놓는 모래시계처럼 위 칸에 있던 권력은 개돼지의
최세라 시인
2016.10.20 04:0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