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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기둥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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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기둥철강

[문학의 현장] '메이드 인 코리아' 청년

스물일곱 그가 사라졌다
온갖 이질적인 것들을 녹여내던 용광로
죽음조차 흔적 없다

금속성의 찬 빛을 뿜으며 놓여 있는 숟가락
쇳물에 빠져 녹아버린 청년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별들도 고단해 창백하게 깜박거리던 출퇴근
한적한 곳에서의 흥얼거림은
못이 되고 숟가락이 되어
집으로 회사로 음식점으로 팔려가고

가슴에 품었던 길은
가로등이 되고 자동차가 되어
거리에서 항구에서 빛을 발하겠다

금가고 찌그러진 시간
붉은 눈물, 푸른 눈물 철철 흘리며
다시 용광로로 돌아올까

다 쓸어넣어
달구고 두드리고 벼리는 나날

환멸을 제련해서 간절한 기대로
고장난 시계들은 압착하고 용접해서 강철무릎으로
과열된 체온은 바람으로 단련하는
일곱기둥철강 주식회사

식탁 위, 메이드 인 코리아 선명한데
눈송이 스러지듯
흐려지는 얼굴

▲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서봄 역할의 고아성의 모습. ⓒSBS

시작 노트

많은 죽음이 있었다. 사방에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이럴 때 시를 쓴다는 건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어느 노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먼저 우는 자고 가장 나중까지 우는 자'다.

용광로에 빠져 죽은 청년이 있다. 그의 꿈과 추억까지 알뜰히 삼켜버린 쇳물. 쉼 없이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시시때때로 나는 청년을 발견한다. 숟가락이 되어 내 식탁에 놓여 있을지도, 어쩌면 자동차 일부가 되어 이 시간에도 거리에서 굴러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 청년들의 삶은 팍팍하다. 어디 청년만 그러할까. 거대 자본의 힘으로 환멸도 기대로 만들 수 있는 대한민국 주식회사. 이곳에 나는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도 '메이드 인 코리아'로 판매대에 진열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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