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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분노의 광화문'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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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분노의 광화문'으로 가자!

[문학의 현장] 발가벗겨지는 순간 공포가 엄습한다

지하 취조실이다. 고문에 앞서 경찰은 피의자의 옷부터 벗긴다. 부끄럽게 하려고? 천만에! 치열한 공포를 불러일으키려는 수작이다. 실제로 발가벗겨지는 순간, 피의자는 공포의 엄습으로 부르르 몸을 떤다. 1972년 10월 7일부터 사흘 동안 살인적 고문을 당했던 정원섭 씨의 회고에 의하면 그렇다. 그는 40년 동안 살인자로 살다가 지난 2012년에야 살인 누명을 벗었다.

그러니 옷을 벗는다는 건 방어막 없는 완전한 노출을 의미한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 괜한 말인가, 발가벗겨졌으니 공포는 파도처럼 산불처럼 밀려든다. 최순실 사태로 알몸이 돼버린 박근혜 대통령이 딱 그렇다. 부끄러움은 후차적이고, 오직 공포에 질린다. 누더기든 뭐든 상관없이 일단 아무거나 걸치고 본다. 물론 그래 봤자다. 김병준을 걸치고 한광옥을 걸친들 그 누더기가 방어막이 될 리는 없다. 하면 발가벗겨진 박 대통령은 목하, 끝난 건가? 전국 지지율 5퍼센트면 끝나긴 끝난 거지. 아주 끝난 거지.

그러나 세상사 다 그렇듯, 아직 박근혜는 안 끝났다고 발버둥치는 자들이 있다. 지난 11월 5일, 20만 명이 집결한 '광화문 항쟁'을 보고서도 그들은 그런다. 박 대통령이야 당사자니까 그렇다 치자.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 역시 당사자니까 그렇다 치자. 광화문 항쟁 때 냅다 여고생의 뺨을 친 주옥순 여사나 그가 대표로 있는 '엄마 부대' 역시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여튼 그럴 수 있는 거니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새누리당 친이계들은 뭘 잘못 먹었기에, 박 대통령이 여태 건재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겉으로는, 박근혜는 끝났어, 하면서도 실인즉 왜 박근혜를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 건가. 범인으로선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뜻이라도 담겨 있는 건가? 풋,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애초 국가를 사기업 화한 이명박에게 철학적 사유란 게 있을 리 없으니까. 그를 따르는 친이계들 역시 언제나 목구멍이 포도청이었을 뿐이니까. 그들에게 박근혜는 방어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프레시안(최형락)

김영삼 정부 시절 국회의원이었고, 당시 비정규직법을 발의했던 이명박은 그동안 박 대통령 덕에 안심하고 살아온 게 사실이다. 지난 4월 25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요즘도 테니스 치십니까?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묻는 이들이 많은데, 네 여전히 즐기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엔 모처럼 친선대회에 참가해 승리의 기쁨도 맛보았습니다."


박 대통령이 복수의 화신이란 말이 맞나 싶다. 유승민 원대대표를 단칼에 베고, "나쁜 사람" 한 마디로 문체부의 두 공무원을 단숨에 날려버린 걸 보면 복수의 화신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도 2007년 17대 대선과 2012년 19대 총선에서 치명적 상처를 입힌 이 전 대통령에게만은 어떠한 복수도 않고 있다. 그게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명박이 박근혜의 약점을 꽉 틀어쥐고 있다니까, 그것 때문이란 말인가. 복수의 화신인 박 대통령이 깃털 하나 손 못 댄 걸 보면 그럴듯한 이유는 되겠으나, 전적으로 믿을 건 못된다. 왜냐면, 이런 젠장! 그걸 굳이 설명해야 하는 걸까?

어쨌든 박근혜라는 방어막은 벗겨졌다. 이제 이명박과 비박계 의원들은 날것 그대로 국민 앞에 서게 됐다. 그들은 급한 김에, 우리는 친박이 아닙네, 하면서 불같이 화를 내는 척하거나, 새누리당의 전면적 혁신을 외치는 척하고 있다. 이런 젠장, 그걸 믿어달라는 말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누군가? 그는 2007년 대선 때 "BBK는 내가 설립했다"는 광운대 동영상으로 곤욕을 치른 인물이다. 때문에 그는 대선을 열흘 앞두고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하니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겠다"면서 BBK 동영상을 덮으려 했다. 1000억 원대의 재산가로 알려진 그는 결국 취임 3년 차에 청계재단을 만들고 330억 원 상당의 재산을 내놓았다. 청계재단은 재단 설립 뒤 6년 동안 91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그동안 장학 사업에는 28억 원만 내놓았으니, 뭘 해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그의 됨됨이는 다시금 증명된 셈이다.

그런 이명박이지만 임기 5년 동안 국가 경제는 거덜 내왔다. 설마 제 주머니가 아니니, 상관없다고 생각한 때문은 아닐까. 설마 준엄한 대통령 자리를 남에게 맡겨도 상관없을 만큼 가벼이 여긴 때문은 아닐까, 박근혜처럼! 하여튼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웰빙'을 외치던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 5년 만에 '헬조선'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4대강 사업은 22조2000억 원이나 쏟아 부었으되, 해마다 5000억 이상 추가로 쏟아 붓고 있지 않느냐 이 말이다.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40조 원이나 들였으되, 35조 원의 손실만 입고 나가떨어진 상태가 아니냐 이 말이다. 방위 산업체 비리나 한식 세계화 사업의 재원 낭비에 이르면 그가 정말 한 나라를 책임져온 대통령이 맞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말이다.

그리하여 파멸로 치닫고 있다. 이명박과 그 추종자들은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여전히 친박과는 결이 다르다며 핏발만 세우고 있다. 자리 보전을 위해선 합종연횡도 불사할 태세다. 그러니 어쩌? 파국의 책임자들에게 우리가 보여줄 패는 우리의 결집된 분노일 뿐이고, 우리의 으깨어진 정의를 다시 세우는 것뿐이고, 우리의 지금보다 나은 희망의 나비를 날리는 것뿐이다. 11월 12일 토요일, 우리 함께 '분노로 광화문'에 가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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