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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화

[문학의 현장] 광장이 환하다

비닐하우스 안에 죽은 남자와 약통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잠수병을 앓으며 꽃을 키워 팔았다

마지막 꽃송이에게 그는 무슨 질문을 했던 것일까
물소리가 들려 바다 속 아이들을 찾아 떠난 것일까
상처 난 꽃잎이 어두워지고 그 꽃잎을 떼어내다
새벽 세시 이상한 시간을 건너버린
그의 손에는 짙은 안개가 쥐어져 있었다

모든 의문의 죽음에는 뒤가 있다
뒷일을 부탁한다는 유서가 없어도

두상이 있거나 없거나 가슴 아래가 없는
흉상 같은 모니터가 쌓이고 나무는 나무로 두터워진다
문서와 유서는 내 고백이었던 의자의 잎맥과 일맥상통할까
뒤를 캐야한다 진실이 그 어떤 얼굴이라 해도
나는 볼을 쭈그러뜨리며 나무의 귀에 귀를 대본다
소설 지나 어김없이 불어오는 찬바람

뒤를 밝히지 않아서 여기다 여기까지 왔다
몸이 젖고 줄줄이 젖은 채 위험지대로

속도가 다르면 시간과 시계가 다르고
아침마다 자라던 나뭇잎이 분신하듯 붉다
침묵은 까맣게 탄 강화유리의 입을 막은 썬팅이다
빨간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일으킨다
마지막 등을 데우는 길의 순환, 광장이 환하다

▲ 진도 팽목항 ⓒ변백선

시작노트

수많은 의문의 죽음들이 쌓여있다. 산 채로 수장된 아이들이 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인양했던 김관홍 민간 잠수가가 뒷일을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죽었다. 그는 잠수병을 앓으며 대리운전기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그의 아내는 홀로 꽃바다라는 꽃배달 쇼핑몰을 운영하며 살아내고 있다. 청와대 정윤회 문서 유출사건으로 최 경위는 회유와 압박을 당하다가 자살했다. 경제는 막힌 하수구고 생활고로 자살한 국민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다. 권력을 쥔 자들은 자기의 안위만을 살피고, 국가가 위험에 빠진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 것을 지켜보았다.

세월호의 진실은 영원히 묻혀 있지 않을 것이다.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날이 다가오고 있다. 소중한 아들의 피를 먹고 쟁취한 민주주의는 짓밟혔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권력을 쥔 그들을 심판해야 한다. 지금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1차 2차 3차 대국민담화는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수천만 분노한 국민의 함성을 모기소리로 듣고 있을지 모른다. 촛불은 더 분노하지만 악마는 묵묵부답이다. 꼼수를 부리는 그들은 광장의 촛불이 꺼지기를, 계단을 오르내리는 수많은 국민들이 지쳐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이 주범인 각종 사건들은 막장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연일 방송사들을 점령하고 있다. 기함할 노릇이다. 첫눈이 내렸다. 낭만을 즐길 수 없다. 침묵은 죄다. 범죄자다. 굳이 한나 아렌트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지금 청산하지 않으면 이 권력은 영원히 부패할 것이다. 대통령만 물러나서는 안 된다. 거짓말을 하늘에 맹세했던 그 일당들 모두 제거해야 한다. 사죄하고 사죄해도 그 벌은 용서 받을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르고 수장된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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