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3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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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현장] 나는 광장을 광장이라 부를 것이다
[문학의 현장] 앙상블
아직은 아니다 몹시 추운 저녁 밝다 여기는 도시의 광장 길고 견고한 벽이 정면에 있다 벽에 올라선 사람들은 위태롭다 절벽 여러 표정과 식탁에서의 침묵이 암막에 가려 있다남자의 손을 잡은 아이가 묻는다 남자는 대답할 수 없다 남자와 그의 아내는 거리로 나왔다 내외는 아이가 잠들 때까지 등을 쓰다듬곤 했다 그런 손사람들이 철제에 달라붙었다 그것은 지하의 것이
최지인 시인
2017.03.02 15:28:05
20161207 광화문엘레지
[문학의 현장] 여전히 촛불은 타오르고 있다
20161207 광화문엘레지 우리는 걸었다흘렀다흘리었다스몄다섞였다일어났다구부려 앉았다꾸부정했다올라섰다올라탔다팔을 올렸다팔을 높이 올렸다멈췄다아주 오래 멀리 멈췄다질렀다크고 멀리 외쳤다노래였다외침이었다고함이었다함성이었다가리킴이었다팔을 잡아주고 내려주었다걸었다아주 길고 동그랗고 두껍게 돌고 돌았다맞섰다아주 오래 맞서 온 몸을 들었다어둠을 향한 416횃불은 잘
김명신 시인
2017.02.22 13:05:47
[문학의 현장] 이러려고
[문학의 현장]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러려고 이러려고 운동을 했나고등학교 때부터 쉰다섯이 되도록 수십 번새벽 댓바람부터 상경해붉은 띠를 머리에 칭칭 동여매고광화문, 서울시청, 국회 앞 딱딱한 아스팔트에 앉아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노숙을 했나국정원에서, 검경에서, 검은 안경 쓴 낯선 사람에게서회유당하고 협박당하고 생명까지 위협받으며 싸움을 했나나는 교사, 자랑스러
김정원 시인
2017.02.15 16:44:18
우공이산
[문학의 현장] 봄날에도 그들은 겨울 옷을 입는다
우공이산봄날에도 그들은 겨울 옷을 입는다그들의 피부는 하나같이 그을었다그들은 웃을 때도 똑같다얼굴은 웃는데 눈에는 눈물이다먹는 밥도 똑같아사철 내내 먼지 섞인 밥이고 물이다천막에 앉은 그들의 시야는사람들 무릎아래온갖 종류의 신발들이 떠들며 스쳐간다정해진 규격에 맞춰 걸어가는 신발은절대 그들을 알지 못한다알려고 하지 않는다알아도 발길을 돌리지 않는다그래서 그
김홍춘 시인
2017.02.08 11:19:05
생각하는 동물의 고뇌
[문학의 현장] 4월 16일이라는 상흔을 안고 산다
생각하는 동물의 고뇌 자다 깨면 더 깊은 잠이 그립던 내가날이면 날마다 자다 깨면 말짱말짱 잠 못 이루네. 1000일이 지난 물 안에 사람들,1000일이 지난 물 밖에 벌 받는 사람들,어디로 가라고 나라가 다가가 죽이고어디로 가라고 나라가 나서서 외면하는가? 자다 깨면 날마다 말짱말짱 잠못 이루는날이면 날마다 깊어지는 한숨이 물 밖과 물 안을 잇네. 사라지
김형효 시인
2017.02.02 11:01:29
망각하는 자
[문학의 현장] 문학의 언어는 가장 늦게 쓰인다
망각하는 자 우리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다우리는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 우리는 가지 않고 간다미지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미지는모든 불가능성을 획득한다 우리는 미지에서 한때바다의 목소리를 찾는 모험을 꿈꾸고우리는 미지에서서남쪽 섬으로 항해하라, 은빛 돛을 펼치고우리는 미지에서 누구나 부를 수 있는뱃노래를 부르지미지에 포함되어서야비로소 우리는삶과 죽음의 신비를
김현 시인
2017.01.26 14:21:23
故 한광호 열사에게
[문학의 현장] 우리의 양식
거기까지는 가지 못한다두 번 밟을 수 없는 길이다숯불을 디디는 맨발로도 열 동이의 눈물로도백 권의 책으로도 겨우 그대를 잊지 않고 지내는 나날들부끄러움은 우리의 새 거주지가 되었다들을 귀 없는 자들과볼 눈 없는 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산성을 켜켜이 높인 채침묵하다 그 뒤에서부끄러움도 없이 수군거린다 죽임이죽음을부르고 죽임이삭발을부르고 죽임이단식을부른다죽임이
이영숙 시인
2017.01.19 07:54:57
그들이 갑자기 바다에 한꺼번에 들어가 버렸다
[문학의 현장] 연애편지
소란한 신발들이 조용해졌다신발장처럼 나란히 나는 네게 걸어갈 수 없어 하지만 매일 저녁, 노을의 습관처럼우선 신발을 벗고죽음의 하얀 목소리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너보다 더 가까운 곳으로 봄이니까떨어진 안경을 주울게너는 부끄러운 비밀처럼 발목이 희구나 늘 거기 있어발목과 안경 사이에 몸이 없어도 이해해 줘 시작 노트 맥랑(麥浪)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을
최호일 시인
2017.01.11 17:00:46
광장의 詩
[문학의 현장]
역사의 진실은 민중의 피로 만들었고역사의 거짓은 권력의 총칼로 만들었다네 1919년 3·1항일독립운동1960년 4·19혁명1980년 5·18민주화운동1987년 6·10민주항쟁 피 서린, 피 서린, 피 서린, 피 서린, 친일권력부정부패군사독재총칼의 광장 여전히진실의 역사가 민중의 피로 물들고거짓의 역사가 권력의 총칼을 찬양한덧없는 세월 2016년 11월세상의
정세훈 시인
2017.01.04 15:43:45
낙인(烙印)
[문학의 현장] 횃불을 드높이자
가혹한 노동의 속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 마라그 불만을 글로 유포하지 마라그 글로 불순분자가 되지 마라금서禁書가 되지 마라 수면을 대폭 줄여가며 조직에 충성하라통제는 지극히 자발적이고 음성적이며통제가 아닌 듯 통제하라 감히 불평은 논할 틈도 없게 하라한 번 쫓겨나면다시는 보장된 혜택의 대열에합류할 수 없도록 하라 아무리 밤 지새워 심신을 혹사시켜도가족적인
정원도 시인
2016.12.28 11:4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