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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문(blood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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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문(blood moon)

[문학의 현장]

진돗개 무리 속에
이따금 검은 개들이 출현하는 마을
붉은 달이 떠오른 방식으로 삼백 명 승선한 배의 선미가
항구 쪽을 향해 기울고
샤먼 퀸이 풀어놓은 저승의 개들
칼춤 추듯 이빨을 드러내고 몰려다닌다

굳게 다문 사각의 창문마다 울음이 삐져나온다
주검 앞의 사내는 등 돌려 창문 막고
주먹을 입속에 넣고 흐느낀다
소금물 든 운동화가 식탁위에 차려지고
쥐꼬리만큼의 넉넉함이 얼음덩이 손에 쥐어진다

친밀함이 마지막 안식처라던 사람들*
서로 의심하며 눈을 부라린다

냉정한 죽음을 탐닉하는 검은 개들
들판은 실제 푸른 것보다 묘사할 때 더 푸르고*
떠오른 시체는 묘사할 때 더 처참하다
노란 빛 외면한 달 붉게 변할 때
공희의 바다에서 울부짖는
죽음은 끊임없이 발굴되어 떠오른다
태양빛을 받지 못한 주검들의 터질 듯 흰 빛

검은 개들을 사육하며 눈알을 번득이는 샤먼 퀸
다시 떠오를 것을 암시한 붉은 달과
죽은 자들이 안부를 전해온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세월호 학살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되어간다.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 어느 것 하나 해결된 것도 없이 세월호특별진상규명위원회는 해체되었고 유가족들은 추운 날씨에도 광화문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측근인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으로 민주주의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절차를 무시한 청와대의 조폭 같은 범죄가 낱낱이 밝혀지는 과정에 있다. 11월 첫 주에는 광화문에 성난 20만개의 촛불이 타올랐으며 두 번째 주인 12일엔 100만의 군중이 모여 박근혜 하야를 목청껏 외쳤다. 세월호 사건 때의 국정공백인 대통령의 7시간 실체가 벗겨지려는 순간이지만 소문은 무성한데 아직 명징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300명 인신공양의 굿을 했다는 소문에 나는 온 몸에 섬뜩한 소름이 돋는다.

인신공양이라니……그래서 집요하게 구조를 방해하고 일부러 배를 가라앉힌 것일까? 그래서 그토록 숫자에 집착했던 것일까? 배가 완전히 가라앉자 대통령은 그제서야 뻔뻔한 얼굴로 히죽이며 나타난 것일까?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그렇게 구하기 어려우냐고 모르는 척 눙치듯 물었던 것일까? 죽어가는 장면을 전국에 생중계하고 온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일까?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 대명천지 21세기에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미신에 의지해 청와대에서 굿판이나 벌이고 국민의 생명을 벌레만큼이나 천시하는 인간성이라니……믿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을 상상해도 상상 그 이상이다. 그동안 너무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노출되어 소문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닌 것 같다.

절망감에 지친 세월호 유가족들의 소박한 희망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박근혜를 대통령자리에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범죄조직이 나라를 좌지우지하게 놔두면 안 된다. 하야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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