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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6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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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 6470

[문학의 현장] '헬조선'이 사어가 되는 나라를 꿈 꾼다

초코파이 한 상자를 들었다 놓는다
인도의 달리트처럼
불가촉의 개돼지에게 한 상자의 달콤한 여름은 사치인가

흐린 눈으로 먹이통을 향해 질주하지 않건만
권력을 위해 사냥감을 좇다가 솥에 들어가지도 않건만

2017년 새로운 어록에 의해
우리 목소리는 컹컹 짖는 소리 꽥꽥 지르는 소음으로 환전된다

때가 되면 뒤집어 놓는 모래시계처럼
위 칸에 있던 권력은 개돼지의 아래 칸으로 내려가겠지만

개돼지의 분뇨 같은 모래를 받아먹으며
아니 고혈을 쥐어짜 삼키며
얼마나 오랜 지배를 꿈꿀 것인가
납작 엎드리며 제 분뇨 속을 뒹굴면서

한 시간 일하고 손에 쥔 시급으로는
약 지을 돈이 남지 않아 위염 진료를 포기하기로 했다
초코파이 대신 사발면과 잔돈을 선택했다

여름은 짤랑거리고
잔돈처럼 마냥 짤랑거리고 귓속을 쩔렁거리고
마침내 가로수의 잎새가 모두 동전으로 환전될 즈음

그들은 빗장을 질렀다
가축에게서 인수공통 전염병이라도 옮을까 몸서리치며

그러나, 본다, 우리는
지축이 서서히 각도를 움직여
계급의 모래시계가 뒤집히기 시작하는 것을

▲ 알바노조 관계자들은 지난 7월 국회 앞에서 '2017년 최저임금 6천470원, 만원은 대체 언제?' 기자회견을 하며, '2017년 최저임금 6470원'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시작 노트

1만 원과 6470원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정치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상에 불과한 일이었을까. 한 시간당 3530원의 차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현재 물가로는 15개 들이 계란 한 판이거나 끝물 과일 한 소쿠리, 친구와 나눠 먹을 뻥튀기 한 봉지 가격에 불과하다. 아니, '불과하다'라는 말에는 어폐(語弊)가 있다. 그것은 자고 숨 쉬고 '밥만' 먹는 삶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숨통'의 가격이다. 우정을 나누고, 한 소쿠리의 지난 계절을 맛보고, 자식의 숟가락 위에 단백질 한 덩어리를 올려줄 수 있는 돈. 초코파이를 들었다 놨다 하지는 않아도 좋은 돈. 동네 의원에 들러 아픈 데를 치료하고 한 봉지의 약을 지을 수 있는 돈 정도는 된다, 시급 1만 원이라는 돈은….

6470원의 시급은 노동자의 머리와 가슴을 가격했다. 500만 명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염원은 이 땅의 계급주의자들, 노동 환전상, 개돼지론자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2017년의 생활도 맹물 마시고 이 쑤시는 삶의 연속선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는 꿈 꾼다, 현실적인 시급이 정착되는 사회를…. 힘차고 밝은 세상, 미래를 바라보며 희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사어(死語)가 되어 급속히 사라져 버리는 나라를…. 콧노래 부르며 무를 썰고 비질을 하고 물건을 실어 나르는, 계급 없는 그런 나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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