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가 통곡을 얻던 바닷가
살냄새가 지워진 아이들이
포르말린 냄새 가득 찬 컨테이너에 누워
굽은 손가락으로 우리를 가리키던 곳
땀복바지에 맨발로
쓰레빠를 끄는 아비가
방문객들에게 밥을 차리고
밤이면 까맣게 말라가는 어미들
이깨진 소주잔처럼 흐느끼며
파도소리를 듣는 곳
만조가 소리들을 삼키며 차오르면
아이들이 젖은 발로 앉았다 일어서는 곳
서로를 묶은 컨테이너들이
포크레인을 노려보는 종점
팽목
시작노트
직장을 정리하고 집을 정리하고 그곳을 마지막 거처로 삼은 사람들. 방파제를 하염없이 때리는 파도는 그들의 맨얼굴에 부서지고, 온 곳은 있어도 갈 곳은 없이 수평선에 붙들린 손시린 아비와 밤이면 술로 잠을 청하는 어미들이 컨테이너에 담겨 지금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 싸늘한 파도가 하염없이 밀려오는 곳. 작년 이른 봄의 팽목. 그러나 여전히 팽목인 팽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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