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2월 23일 0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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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깃발을 들고 있다
[문학의 현장] 깃발론
깃발론 내가 한 색깔의 깃발을 들었다면 세상을 속이는 일세상은 속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의 깃발은 한 색깔이라고 고집한다위장 전략이라고타협일지라도 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나의 깃발에는 색깔이 문제가 아니다크기도어떻게 드는가도내구성도얼마나 들 수 있을지도무게도 문제가 아니다 만성적인 명분일지라도 나는 아직 깃발을 들고 있다자유로운 동행으로자부하는
맹문재 시인
2018.02.14 10:11:34
모든 혁명은, 젊다
[문학의 현장] 늙지 말아라
늙지 말아라 뜬 눈으로 깨어수많은 새벽을 연 자여어둠 속에서 빛을 본 자여쓰러진 자리에서 분노와 희망을 본 자여억눌린 자리에서 변혁을 본 자여펜대처럼 곧게 서서독재의 군화발이 다가서도 물러서지 않던 자여닫힌 강당에서 열린 광장을 가르치고광장에서 배움의 씨앗을 얻던 자여끝없이 회의하고 질문하고 의심하던 자여 문장의 맥락보다혁명의 맥락에 더 정진하던 자여본문에
송경동 시인
2018.02.07 14:10:54
눈이 쌓이는 계절일수록 발자국 남는 법
[문학의 현장] 발뺌
발뺌 밤새 눈이 내렸다햇빛을 놓쳤거나 혹은 기다리는 적설 위로열 사람의 발자국이 나 있다 그곳, 한 사람만이 제 발자국에서 걸어 나왔다 움푹한 발자국들은미끄러운 길을 꽉꽉 밟으며평탄대로인 양 지나갔다날씨가 추워지고발자국들은 얼었고발자국들 여러 번의 햇살을 갈아 끼우는 사이곧 녹아 사라질밀서 같은 봄을 믿는 눈치다 눈이 녹고발자국이 녹기 시작하고아무렇게나 고
이서화 시인
2018.01.31 13:39:43
인간의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문학의 현장] 테트라포드
테트라포드 서슬 퍼런 파도군단과 폭풍우의 융단폭격이 퍼붓는 해안핏줄 불끈 세운 굵은 허벅지의 테트라포드서로 스크럼을 짜고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네 귀만 남긴 채 깎이고 깎여네 개의 발로 남아 이리저리 밀리고 밀리다가화사했던 문명의 얼룩만 묻혀 당도한 국경 부근하체만 남아도 튼실한 골반으로 인류를 낳고한갖 장식품에 불과한 사슴뿔로 변신했다
권위상 시인
2018.01.25 08:46:05
거기서 오랜 눈물 펑펑 쏟아내고 싶구나
[문학의 현장] 말씀
말씀얘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구나금강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고향도 아닌데하루 이틀 관광길 남들 따라가서눈물 몇 방울 찔끔거리기는 싫구나사람의 마을에서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하고아픔도 설렘도 끝내 풀어내지 못하고산길 밀려갔다 바닷길 흘러나오는그런 부질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구나성치 않은 몸 그렇게 부리기는 싫구나얘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황해도 연백늘 그
윤임수 시인
2018.01.17 10:48:36
돌고 도는 돈의 정처 없는 착지
[문학의 현장] K의 죽음과 사설탐정 S
K의 죽음과 사설탐정 S정지된 눈동자에 먹구름이 흘렀다 생각의 방위를 따라 구름을 복기하면 삶과 죽음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룬 저울추가 보인다 한 생애를 계근하는 저울에 동전 한 닢을 올리면 어느 쪽으로 추가 기울까? S는 사설탐정 영세상인 K의 죽음을 탐문 중이다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하나 둘 셋, 셋!… 키 큰 사람은 앞에 서고 작을수록
조삼현 시인
2018.01.10 12:22:39
모든 비정규직의 삶을 생각한다
[문학의 현장] 비정규
비정규 오늘은 애도의 밤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 어떤 애도도 없이 고요하게 밤을 견디려 합니다. 당신의 마지막엔 그리하여 불가촉의 그것처럼 누구도 당도하지 않습니다. 향은 꺼진 지 이미 오래이고, 오늘 밤의 애도는 더 이상 당신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은 무엇입니까. 환하게 다가오는 헤드라이트 불빛 속에 고요는 결코 아름답습
조동범 시인
2018.01.03 11:23:31
굴뚝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문학의 현장] 세상은 그들을 잊고 있었다
굴뚝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75미터 굴뚝에 올라간 그 노동자를세상 사람들은 잊어 갔다. 1200일이 되자굴뚝 밑의 노동자들도 경찰들도 사라지고누군가에 의해 하루 세끼 밥은 올라오고 있었지만그 노동자가 왜 굴뚝에 올라갔는지무엇 때문에 내려오지 못하는지세상 사람들은 모두 잊어 갔다. 75미터 굴뚝만이 노동자를 기억했다.밥을 길어 올리는 밧줄만이오토매틱하게 그
노태맹 시인
2017.12.27 09:45:41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
[문학의 현장] 시인은 시대의 양심 아니던가
무엇을 위한 시인인가 서대문형무소는 지금도 형벌을 기억하는데친일문학의 꽃을 흔드는 자는 누구인가비명과 고통의 울음이 얼어붙어 있는데친일의 손목을 잡아주는 그는 누구인가2017년의 겨울 서대문 형무소에는 아직도독립운동의 한숨과 절규가 남았는데, 한국프레스 센터 19층에서는 친일의 미소를온몸으로 껴안고 체온을 나눈다밖에는 눈보라 치고 찬바람 불고 있는데친일문학
강태승 시인
2017.12.21 10:43:09
고공 농성으로 희망을 품는 사람들
[문학의 현장] 철탑에 집을 지은 새
철탑에 집을 지은 새 철탑 위 집은 위태롭다까치 두 마리 비닐 천막으로 집을 지었다철기둥 위로 일만 오천 볼트 특고압이 윙윙거리고땅에서는 날아오를 수 없어철탑에 집을 지었다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다 같은 새인데하늘 한번 날지 못하는 새보다 못한 사람인데 하늘에는 신이 있고,땅에는 신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법은만인 앞에 있을 뿐이다바람이 불면 집은 흔들린다땅
정연홍 시인
2017.12.14 09: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