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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농성으로 희망을 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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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 농성으로 희망을 품는 사람들

[문학의 현장] 철탑에 집을 지은 새

철탑에 집을 지은 새

철탑 위 집은 위태롭다
까치 두 마리 비닐 천막으로 집을 지었다
철기둥 위로 일만 오천 볼트 특고압이 윙윙거리고
땅에서는 날아오를 수 없어
철탑에 집을 지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면 다 같은 새인데
하늘 한번 날지 못하는 새보다 못한 사람인데

하늘에는 신이 있고,
땅에는 신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법은
만인 앞에 있을 뿐이다
바람이 불면 집은 흔들린다
땅에서 모든 것은 흔들린다
붉은 머리띠를 매고 주먹을 불끈 쥐면
세상이 흔들리고, 빌딩이 흔들리고

누가 새 아닌 새라고 말 할 수 있나
사람 아닌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있나
높은 데서 내려다 보면 세상은 그 자리인데
세상의 상처도 그대로인데
빌딩 밑 음지를 옮겨 집을 짓고
스스로 새가 된 사람들

하늘을 날아 올라 새가 되어야만
새가 있다는 것을 안다
부지런히 집을 짓는 새들
희망이 부활할 때까지 알을 품는 새들

ⓒ금속노조

<시작노트>

우리나라 노동현장의 투쟁은 고공 투쟁의 역사이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시작된 전국 노동자의 함성이 들불처럼 번졌고, 각 지역마다 노동조합 설립의 불씨가 되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노동자들의 함성이 자연스레 거리의 함성으로 번져나갔다. 이로 인해 작업 여건과 복지와 임금이 일정 부분 보장되었고, 지위도 향상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절박한 심정으로 살아간다. 힘없는 설움을 사회에 호소해 봐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 많지 않다. 그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는 이도 해결해 주는 이도 드물다. 많은 정치인들이 투쟁의 현장을 왔다가 갔다. 많은 사회 지식인들이 다녀갔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어쩌면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해결이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심정은 그만큼 절박하다.

절박한 심정은 급기야 고공농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0년 현대중공업 골리앗 크레인 고공농성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노조위원장이 공권력에 구속되고 회사 안에 경찰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공장 안에 퍼지자 노조원들이 82미터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 투쟁을 지속하게 되었다. 크레인의 크기와 높이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크레인 위에 집단으로 올라가 투쟁을 계속하자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2011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부산에서 300일이 넘는 장기간 고공 투쟁을 하였다. 전국민의 관심 속에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몰려들었고 어느 때보다 한마음 되어 장기간 투쟁을 이어갔다. 이후 그에 따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그때 그 곳 투쟁의 현장에도 여러 명의 노동자가 이미 목숨을 달리하고 난 이후였다.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힘없는 사람은 목숨까지 건 투쟁을 하여도 절박한 심정은 그렇게 잊혀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투쟁은 단순히 끝나 버리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희망버스에 보았듯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그들의 마음은 전국으로 번져나가는 원천이 되었다.

고공농성은 이후에도 절박한 투쟁의 현장에 등장하였다. 하지만 고공투쟁은 단순히 세간의 주목을 끌기 위한 일회성 투쟁이 아니었다. 어떤 이는 그곳에서 끝내 세상을 버리기도 하였고, 장기간 투쟁으로 건강을 잃어버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 땅에는 많은 이들이 오늘도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라, 출퇴근길에 한번쯤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왜 그렇게 높은 곳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지 한번쯤 고민해 보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하늘은 원래 사람의 공간이 아니다. 그 곳은 새들의 공간이거나 신의 공간이다. 그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그들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언제 환하게 웃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내일은 분명 햇빛이 따사로운 하루가 될 것이다. 고공농성을 계속하고 있을 그들의 이마에 따뜻한 햇살이 깃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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