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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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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문학의 현장] 테트라포드

테트라포드

서슬 퍼런 파도군단과 폭풍우의 융단폭격이 퍼붓는 해안
핏줄 불끈 세운 굵은 허벅지의 테트라포드
서로 스크럼을 짜고 필사적으로 저항한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네 귀만 남긴 채 깎이고 깎여
네 개의 발로 남아 이리저리 밀리고 밀리다가
화사했던 문명의 얼룩만 묻혀 당도한 국경 부근
하체만 남아도 튼실한 골반으로 인류를 낳고
한갖 장식품에 불과한 사슴뿔로 변신했다가
몇 가닥 안테나로 우주의 소리에 귀를 열어
인간의 가장 슬픈 말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몰려온다
은폐는 모욕이다 장렬해야 한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메소포타미아의 부력은 몸을 띄운다
이집트의 바람은 머리칼을 쓸어낸다
실크로드가 폐쇄되고
실족한 파피루스 몇 개가 퇴화된다

아라비아식 식탁에서 수저통을 열자
숟가락이 벌떡 일어난다 파라오 왕의 두상
씻겨 내려가지 못한 밥알 몇 개 묻어있는 역사
창밖으로 코가 떨어져나간 스핑크스가 비를 맞고 있다
바빌론 강가에서 발견된 스핑크스의 앞발 두 짝
누군가가 몰래 노획품으로 훔쳤거나
무너져내린 왕가의 아픔을 고이 묻어두었다는 분분한 설
잘려나간 발목의 흰 뼈가 햇살에 반짝이는 이 시대에

오늘 아침 자살 폭탄 테러로 수십 명이 희생되었다는
바그다드 시내 회백색 아스팔트 위에서
테트라포드 찢겨진 채 뒹굴고 있다

* 테트라포드 : 바닷가 방파제에 설치된 4개의 뿔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 여러 개를 설치해
방파제 유실과 월파를 막는다.

<시작 노트>

아일란 쿠르디.

전쟁을 피해 시리아인 부모를 따라 난민선에 올랐다가 터키 해안에서 처참하게 죽은 아이, 아일란 쿠르디를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지금 중동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탐욕의 강대국과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들, 그리고 종파로 나눠져 죽기살기로 상대를 배척하는 이슬람교도들, 이 틈을 타 자생적 테러집단이 혼재하는 중동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결해야 될 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무고한 백성들이 수 없이 희생되고, 하루가 멀다하고 자폭테러가 벌어지고, 유구한 유물들은 이미 많이 파괴되고 사라졌다.

전쟁은 그렇다. 진 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이긴 자 역시 커다란 상처를 받기 마련이다. 가족을 잃고 친구가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울부짖는 그들을 보며 지금 우리 현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자위적 방어를 위한다며 핵실험을 해대고 글로벌 경찰국가라는 미국은 선제타격으로 북을 초토화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미국 언론은 이렇게 위험한 한반도의 남쪽, 사우스 코리아 사람들은 너무 태평하다고 호들갑을 떤다.

그들이 말하는 이 위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만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지 않고 우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금 문재인 정부의 방향은 맞다. 사드를 더 배치해 북을 자극하고 우리가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강대국 중국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을 동원해 북핵을 억제시키고 나아가서는 비록 독재자이지만 우리의 대화 파트너일수밖에 없는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내 대화를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만에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우리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 북한은 두 명중 한 명이 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유수의 언론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회복불능의 고통에 오랫동안 시달려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아일란 쿠르디가 되지마란 법이 있는가(아일란, 너를 들먹여서 정말 미안하다) 강대국 사이에 낀 태생적 리스크는 평화적인 대화와 설득 그리고 화합과 포용 이외는 추구할 그 어떤 것도 없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미덕이고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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