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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깃발을 들고 있다

[문학의 현장] 깃발론

깃발론

내가 한 색깔의 깃발을 들었다면 세상을 속이는 일
세상은 속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의 깃발은 한 색깔이라고 고집한다
위장 전략이라고
타협일지라도 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나의 깃발에는 색깔이 문제가 아니다
크기도
어떻게 드는가도
내구성도
얼마나 들 수 있을지도
무게도 문제가 아니다

만성적인 명분일지라도 나는 아직 깃발을 들고 있다
자유로운 동행으로
자부하는 습관으로 들고 있다

바람 부는 광장으로 가고 있는
아, 나의 깃발

ⓒ프레시안(최형락)

시작노트

2018년 2월 9일 오후 6시,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들이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옆으로 모였다.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됨에 따라 그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하려고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광장에 들어서자 재작년 가을부터 작년 봄까지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던 촛불집회 장면이 떠올랐다. 전국에서 모여든 국민들, 깃발들, 촛불들, 각종 인쇄물, 다양한 악기들, 함성들…. 자유실천위원회는 이순신 장군 동상 옆에 상시 캠프를 차리고 23차례의 촛불집회며 다양한 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그리하여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의 회복을 마침내 이루어낸 것이다.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이룬 일이어서 가슴이 뿌듯하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뒤 광화문광장에서 손에 손을 잡고 대한민국 만세! 민주주의 만세! 한국작가회의 만세! 자유실천위원회 만세! 그리고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만세를 불렀던 순간이 떠올랐다. 다시 불러보고 싶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인 바로 옆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영령들을 모신 빈소가 여전히 차려져 있어 가슴이 아팠다. 자유실천위원회는 2016년 8월 16일부터 9월 30일까지 45일간 정부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활동 보장과 국회의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동조 단식을 진행했다. 비록 정부와 여당의 끈질긴 방해로 우리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되돌아보면 이 일이 대통령 퇴진의 불씨가 된 것으로도 보여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광장’이나 ‘깃발’을 제재로 삼은 시를 여러 편 썼다.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광장의 깃발을 제대로 들지 못해 반성하는 차원에서 쓴 것들이다. 그렇지만 “만성적인 명분일지라도 나는 아직 깃발을 들”려고 한다. “자유로운 동행”이 되고 “자부하는 습관”이 될 때까지 들려고 한다. 들어야 할 깃발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가. 함께하는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 위원들이 있기에 든든하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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