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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이는 계절일수록 발자국 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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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이는 계절일수록 발자국 남는 법

[문학의 현장] 발뺌

발뺌

밤새 눈이 내렸다
햇빛을 놓쳤거나 혹은 기다리는 적설 위로
열 사람의 발자국이 나 있다

그곳, 한 사람만이 제 발자국에서 걸어 나왔다

움푹한 발자국들은
미끄러운 길을 꽉꽉 밟으며
평탄대로인 양 지나갔다
날씨가 추워지고
발자국들은 얼었고
발자국들 여러 번의 햇살을 갈아 끼우는 사이
곧 녹아 사라질
밀서 같은 봄을 믿는 눈치다

눈이 녹고
발자국이 녹기 시작하고
아무렇게나 고인 물을 비켜
발자국들이 발을 빼는
발뺌을 하고 있다

봄이 되자 발자국이 사라졌다
꽃이 사라지는 일과 같은 일일 것이다

시작노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누구나 낯선 길보다 익숙한 길을 좋아한다. 가령 눈이 내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이 있다면 선뜻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여럿이 걸어간 흔적이 있으면 그 길에 합류하려 한다.

추운 겨울일수록, 눈이 쌓이는 계절일수록 발자국 남는 법이다. 녹지 않는 발자국들을 나름대로 빙점이 있지만 견고하게 굳어 있는 그 시간이 풀어질 때도 분명 있다.

아직 겨울인데도 발뺌했던 겨울 발자국들이 질퍽질퍽 녹고 있다. 아나운서가 바뀌고 각자의 처지들이 바뀐다. 그런 일, 곧 다가올 봄의 나무들은 다 알고 있는 일인데 사람들만 모른다.

들키는 일엔 이유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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