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얘야,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구나
금강산이 좋다고들 하지만 고향도 아닌데
하루 이틀 관광길 남들 따라가서
눈물 몇 방울 찔끔거리기는 싫구나
사람의 마을에서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아픔도 설렘도 끝내 풀어내지 못하고
산길 밀려갔다 바닷길 흘러나오는
그런 부질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구나
성치 않은 몸 그렇게 부리기는 싫구나
얘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황해도 연백
늘 그리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
거기서 오랜 눈물 펑펑 쏟아내고 싶구나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죄 붙들고
오래오래 두 손 부여잡고 싶구나
연백평야 들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한숨도 고통도 풀풀 풀어놓고 싶구나
그렇게 불면의 한 세월 내려놓고 싶구나
<시작노트>
내가 묻고 남북통일 전문가가 답한다. "통일은 꼭 해야 하나요?" "그렇습니다. 꼭 해야 합니다." "왜 그렇지요?" “몇 가지 측면으로 통일에 대한 당위성을 말할 수 있는데, 우선 정치 안보적인 측면에서 한반도는 아직도 전쟁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 불안이 지속하는 한 남북한 모두 더 자유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평화와 안정을 기반으로 번영, 발전하기 위해서 통일은 꼭 필요합니다. 또, 한반도의 통일은 전쟁 위협을 해소함으로써 세계 평화에 기여하게 됩니다. 두 번째는 사회, 경제적인 측면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분단과 대립으로 인해 막대한 군사비용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이루어 군사비용을 복지와 교육 등에 투입한다면 훨씬 수준 높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민족의 동일성을 회복함으로써 보다 가치 있는 문화 번영을 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통일은 남북한의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적대적 대립관계를 청산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평화를 기반으로 한 번영을 보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묻고 내가 답한다. “통일은 꼭 필요한가?” “그렇다. 꼭 필요하다.” “왜 그런가?” “분단은 우리 민족의 큰 상처인 이산가족을 만들었다. 사람으로서 부모형제는 물론이고 친지들과 어울려 살고 마음껏 오고 가야 함이 기본 인권이다. 그럼으로 통일을 통해 자유롭게 왕래하고 언제든 만나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통일을 생각하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떠오른다. 더불어 오래전에 만났던 한 할머니의 모습이 다시 눈에 선해진다. 실향민인 그 할머니에게 주변 분들이 금강산이라도 다녀오라고 권했지만 그분은 끝내 금강산에 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통일이 되면 고향에 가서 살겠다는 것이다. 잠깐 금강산에 다녀오는 것으로는 응어리진 마음을 풀 수 없고 오히려 그리움만 상처로 더 키우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요즘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안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통일에 대한 이야기는 종적을 감추다시피 했다. 안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통일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어서 통일이 되어 그 할머니가 고향인 연백평야 들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한숨도 고통도 풀풀 풀어놓았으면 좋겠다. 펑펑 눈물로 불면의 한 세월을 개운하게 씻어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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