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년 11월 26일 18시 57분
홈
오피니언
정치
경제
사회
세계
문화
Books
전국
스페셜
협동조합
배는 날고 까마귀는 떨어지네
[문학의 현장] 나는 슬픔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배배는 날고 까마귀는 떨어지네배는 날고 까마귀는 떨어지네 아빠는 어디 계시니?배 엄마는?배 오빠는?배 그 아이, 나이먹지 않는 오빠의 사진을 품은 채 처녀가 될 것이고 어느 해 봄, 4월의 꽃을 든 신부가 되어도 이 세상 여전히 더러운 물결은 칠 테지만 바닥부터 구멍 난 숙명, 모든 기만deceit은 배에 있다 까마귀는 떨어지고 배는 날아가네까마귀는 떨어
한우진 시인
2017.09.29 16:55:18
창고는 아니야 쇠창살이 있으니까
[문학의 현장] 저수지
저수지 창고는 아니야 쇠창살이 있으니까 터널을 지나면 숨겼던 얼굴을 꺼내야 해 그것은 어둠과 양떼를 뒤섞는 일침묵해, 목소리가 달라질 거랬어 헬륨을 통과하면 노랑에도 송곳니가 돋지 신발 곰인형 책가방 부르튼 입술 새끼손가락, 식인상어 뱃속에서 진흙 사람들이 맞는 첫 밤처럼 무슨 말인가 뱉어낼 듯 일렁이다가기슭을 미끄러지는 거품 사이의 스
임재정 시인
2017.09.20 17:39:02
초록택시는 초록택시가 가야할 길을 갔을 뿐이고
[문학의 현장] 5.18민주화 운동을 새로 조명한 <택시 운전사>
초록택시는 초록택시가 가야할 길을 갔을 뿐이고 거기 있던 사람이 없어져도 알 수 없는 장막이었으므로초록택시는 초록택시의 길을 갈 뿐이었다가는 길은 넓어졌고 알아야 할 일이 거기 있어서초록택시는 초록택시의 길을 아직도 달리고 있다 37년 동안 막힌 골목들들어섰다가 나왔다가 들어섰다가 또 돌아 나왔지만아직까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증언, 규명, 인권, 심판, 회
천수호 시인
2017.09.13 15:03:35
이제는 '그들만의 공화국'에 종언을 고할 때
[문학의 현장] 그들만의 공화국
그들만의 공화국 얼굴을 가린 시간들이게으름을 가장하며 빠르게 흘러갔다.고통은 폭죽처럼우리의 몸속에서 수시로 폭발했고,미래처럼 불투명한 짙은 먼지가뿌옇게 몸속을 뚫고 나왔다.지극히 구체적인 고통 앞에서희망은 낙첨된 복권처럼 부질없었다.입 밖으로 고통을 말하던 사람들은일제히 겨울의 밀사에게입을 틀어 막힌 채 소리 없이 유배되고배소(配所)의 꽃들은 나날이사람의
문계봉 시인
2017.09.06 15:06:02
미래의 '나'를 마중하려, 과거 '나'를 반성한다
[문학의 현장] 리좀 - 2017. 7. 15. 전시에 부쳐
리좀- 2017. 7. 15. 전시에 부쳐 안성이 떠돈다, 흔들린다. 안성에 사는 내가 마산에 있는 갤러리 리좀에 도착한다. 무사히 안성이 펴진다. 나무를 그린다. 낯선 지명을, 긋는다. 다 그린 거 맞나요, 캔버스 틀을 짜기 위해 화방에 들렀다. 그는 틀 안에서 자른다. 나뭇가지에 앉았던 바람을 자르고, 새의 발톱이 가로채던 먹잇감을 자르고, 이웃나무에서
금은돌 시인
2017.08.30 09:39:59
이제는 평화, 사드는 가라!
[문학의 현장] 촛불이 가야할 곳은 성주다
성주사람 내 집에저런 먹구름 들이지 마라.내 가슴에유기질 단내 나는 내 가슴에저런 두려운 것 심지 마라.내 곧은 눈화톳불 이글거리는 두 눈에저런 고약한 사술 피우지 마라.내 가는 길닿는 대로 평화이고 푸르던 내 길에저런 철조망 치지 마라.내 기침소리벌겋게 각혈하는 내 기침소리저런 불구덩이 외세는 아웃 시작노트 지난 7월 26일, 성주군 소성리 수요집회에 갔
최기종 시인
2017.08.23 14:58:23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는 아비규환이었다
[문학의 현장] 그일
그일 그 일은불덩이를 삼키는 일지방과 단백질과 힘줄을 차례로 태우는 일아침이면 불 들여 사리를 굽고저녁이면 구운 소금을 캐는 일 그 일은단 한 방울의 물기마저 짜내어사막을 걷는 일그늘 없는 모래 언덕 마른 나뭇가지에손차양을 만들어 거는 일 그 일은갈비뼈 풀어헤쳐 내장을 내어놓는 일내어 놓은 허파로대머리독수리를 부르는 일부려놓은 창자 새들의 부리로 쪼게 하는
정기복 시인
2017.08.16 15:31:58
다른 건 온전하고 사람만 망해버려라
[문학의 현장] 지겨운 철쭉
지겨운 철쭉 철쭉이 흙에서 걸어 나와엉덩이를 씰룩일 때가 있을 거다.개 발에서 손이 뻗어나 컴퓨터를 다루고사람 엉덩이에 꼬리가 솟아 살랑거릴 때가 있을 거다.그렁저렁 세월을 묵새기면철쭉의 손에 스마트 폰이 쥐어지고 톡하느라정신없을 날이 있을 거다.달은 지금보다 세 배나 커지고 해는 뜨거울 거다.지구란 별이 다섯 번쯤 망가지고 난 다음붕어가 거리를 배회하며
박광배 시인
2017.08.09 10:22:09
친일문학상 심사자·수상자, 부끄러움 알게 해야
[문학의 현장] 왼쪽 바짓가랑이가 자주 젖는다
소변 보고 오줌을 털면 왼쪽 바짓가랑이가 자주 젖는다 왜 항상 왼쪽이지? 의식하고 털어도 왼쪽 가랑이가 젖는다 군대 가기 전 두 친구와 방안에 나란히 누워 돌팔이 의무병 출신 직장 선배한테 포경수술을 받을 때 표피가 잘못 잘린 탓이다 술집에서 좌측이 자꾸 젖어서 나오는 나를 보고 선후배들은 천상 좌파라고 놀린다 난 좌파 아닌데 거시기가 왼쪽으로 삐뚤어져 항
공광규 시인
2017.08.04 01:53:32
무인공장사람들은 언제 기계가 되는가
[문학의 현장] 무인공장
무인공장 넓디넓은 공장에 사람은 없고 기계만 돌아간다쉴 새 없이 기계는 돌며 상품을 쏟아낸다 그대가 공장에서 일을 할 때도 사람은 없었다기계와 함께 돌아갈 때 그대는 기계였다 스무 살이었다 공장에서 삶을 찾으려고 했던 때가서른다섯 살이었다 공장에서 쫓겨나던 때가 그때, 우리가 공장의 주인이다, 라고 외쳤는데지금도 그 말은 맞다 공장의 주인은 기계다 오래전에
조기조 시인
2017.07.26 17: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