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마다 마주치는 지역난방공사 굴뚝을 쳐다보면, 저만한 높이에 지금 이 순간에도 서울 목동 75미터 굴뚝에 올라가 있는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를 생각하게 된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떻게 견디나, 그들 걱정이 먼저 된다. 내가 세상 걱정을 다 뒤집어쓰고 사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지금은 밑에서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차광호 노동자가 408일 동안 왜관 스타 케미칼 38미터 굴뚝에 있을 때의 그 풍경이 떠올라서다.
차광호 노동자가 408일 동안 굴뚝 농성을 할 때 나는 진료를 위해 10번 그 굴뚝을 올라갔다. 난 지금도 그 때의 스산한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비닐 천막으로 버티는 겨울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 긴 시간을 홀로 견뎌준 차광호 노동자에게 나는 늘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때 밑에서 뒷바라지와 투쟁을 조직하고 있던 홍기탁, 박준호 두 노동자가 올라갔다. 그 소식을 들으며 막막했다. 그저 막막하다, 는 마음만 들었다. 세상은 늘 이래왔다는 걸 알면서도, 이러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알면서도 나는 막막하다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세상이 이만큼이라도 버텨온 것은 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싸워온 많은 사람들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싸움은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는 것이 맞지만, 이것이 진리 명제이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이길 수 없음을 알면서도 투쟁해 온 많은 비극적 영웅들이 있어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기억과 눈물 속에 묻고 살아온 민중들의 힘을 통해서라고 나는 믿는다.
기억하고 인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길 수도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 75미터 굴뚝 위에 두 노동자가 있다. 기억하고 인식하자. 공간적으로 함께 할 수 없을지 라도 그들이 지금도 저기 있음을 잊지 말자. 아파서 얼굴 찡그린 나의 이웃들이 바로 내 앞에 있음을 눈을 뜨고 지켜보고,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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