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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6>
대전
전쟁은 끝이났고 휴전으로 남북은 항구적 분단 상태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그 무렵 강원도 원주에 정착하셨다. 육군 군예대에서 직영하는 원주 군인극장에서였다. 아버지를 보러 원주로 가는 길에 꼭 하룻밤 묵어가야 했던 대전의 한 허름한 역전 여인숙이 생각난다. 다른 것
김지하 시인
2001.12.27 10:1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5>
천승세(千勝世)
여기까지 이르니 기억의 한 모퉁이에서 중학생 모자를 쓰고 자전거를 타고 우리 살던 연동에 바람처럼 나타났다 또 번개처럼 사라지곤 하던 한 소년이 떠오른다.천승세.소설가 천승세씨다.내가 국민학교 6학년때 중학생으로 내 작은 외삼촌 정일성의 동급생이었다. 말투가 괴
2001.12.26 10:08: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4>
쌀
홍석이를 생각하면 대번 떠오르는 것이 쌀이다. 본디 쌀은 귀한 것인데다 삼년을 내리 흉년이 들었으니 왜 안 그러랴! 그 귀한 쌀을 과자삼아 씹어 먹으며 놀던 생각이 난다.내 짝꿍 홍석이는 하이도 섬 출신의 자취생이다. 정직하고 의젓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홍석이가 하루
2001.12.24 10:20: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3>
채석장
학교갔다 오는 대성동 고갯길 곁 깊은 골짜기 너머엔 큰 채석장이 있다. 간혹 그곳에서 시퍼런 옷을 입은 죄수들이 돌을 깨곤 하는데 돌깨는 소리와 소리 사이의 침묵이 유난히 기이하게 느껴지고 죄수들의 발목에 메인 검은 연쇄(連鎖)들이 참혹하게 느껴지곤 했다.그리고
2001.12.21 10:1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2>
연극
학교에 재입학해서 배정된 반에 갔을 때, 그 반은 학예회를 위한 연극연습이 한창이었다.국군과 인민군이 싸우는 연극인데 주제가는 이런 것이었다.‘형님은 인민군으로동생은 국방군으로……………승리는 아우게 있다.’연극을 보면서도 그랬고 연극이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2001.12.20 10:0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1>
대구
드디어 아버지에게서 소식이 왔다.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대구에서였다.대구로 곧장 오라는 것이었다.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도리어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졌으나 아버지가 소속된 육군 군예대극단은 대구에서 장기간 머물러 정규적 연예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
2001.12.19 10:2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0>
광인
그 사람.그 사람이 산정식당 고개를 넘어 천천히 학교 정문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실한오리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 그 사람, 미친 사람이었다.내 앞에 가던 여고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흩어져 내빼 달아나고 난 뒤 뻣뻣하게 굳어져 서있는 내 앞을 지나 천천히 그 키 큰 벌거
2001.12.18 10:3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9>
흉년
전쟁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전쟁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형편없는 구닥다리 유물론자, 그것도 관념적 유물론자에 지나지 않는다.전쟁은 인간과 신 사이는 물론이고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도 진행된다. 전쟁 때는 반드시 흉년
2001.12.17 10:41: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8>
나산
그 무렵 공비토벌대로 나가있던 문태숙부가 자기 있는 나산(羅山) 지서로 나를 놀러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나는 좋아서 가겠다고 했다.어린애는 어린애였다.그때의 아버지.서투른 말솜씨로 몇마디 하셨는데 그곳은 전투가 심해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없는 곳이라는 말
2001.12.14 10:11: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57>
음독
그 웃음과 눈깔사탕!그것은 음독자살의 시작이었다.아버지는 이튿날 방첩대에서 돌아올 때 사가지고 온 양잿물을 눈깔사탕과 함께 나 몰래 마시고 자살을 기도했다. 심부름을 시키는 아버지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담 너머로 흘깃 넘겨 봤을때 아버지가 무엇을 입에 물고 얼굴
2001.12.13 10: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