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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
한 고운 작은댁이 있었다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목포로 떠나올 때 배 떠나가는 갯가, 뻘밭으로 십리를 내내 울며 불며 외쳐부르며 함께 데려가 달라 애걸복걸하며 나막신 벗겨지고 엎어지고 고꾸라지며 끝끝내 따라오던 한 슬픈 여인이 있었다 한다.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김지하 시인
2001.09.28 22:2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5>
5. 할아버지함자는 옥삼(玉三).우리 할아버지는 무서운 분이다.내게만 아니라 집안 모든 이들에게, 심지어 이웃에게까지도. 장대한 체격, 높은 이마, 짙은 눈썹 아래 노여움이 이글거리는 타는 듯한 눈, 대춧빛 얼굴, 짙고 검은 긴 수염, 희고 넓은 동정 받친 시커먼 두루마
2001.09.28 09:41: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4>
4. 주아실동학군이 관군과 왜군과 민포군에게 풍비박산이 나고 영광 법성포 주아실 주아머리에 피신한 증조부는 여러 해 거기 숨어 사시다 그 뒤 법성에서 광주 나가는 후미진 고갯마루에서 이상한 죽음을 당하셨다. 이상한 죽음! 또 이상한 죽음이다! 목 졸려 살해당한 것인
2001.09.27 09:19: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3>
3. 증조부증조부를 생각할 땐 난 늘 상쾌하다. 맑은 시냇물이 소리쳐 달리고 푸른 수풀 속에 벌거벗은 큰 사내들이 깃발처럼 흰 옷을 흔들며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그런 쾌활한 영상이 보이곤 한다. 우리 증조부는 우뚝한 분이었다 한다. 성함은 영(永)짜 배(培)짜. 얼굴 잘
2001.09.26 09:3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2>
제1부1. 앞 글 노을 무렵인데 짙푸른 하늘 아래 파아란 초겨울 보리밭 가장귀에 버려진 채 모로 누운 돌부처.옛 꿈이다. 스물두 살 땐가 처음 꾼 뒤로 여러 번 거듭 꾼 이상한 꿈이다. 꿈에서만 아니라 생시 쓸쓸하고 괴로울 때도 가끔 떠오르는 환상이다. 고즈넉하고 황량하
2001.09.25 10:1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김 지 하글머리에 오늘이 무슨 날인가? 오늘, 단기 4334년, 서기 2001년 6월 25일. 음력으론 신사년(辛巳年) 단오(端午)날이다. 오늘 인터넷신문 ‘프레시안’과 나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를 오는 9월 하순 그
2001.09.23 21: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