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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6>
어쭈
고3 학생들은 으시대고 폼은 잡아도 좀 점잔을 빼는데 고2학생들은 때를 만났다는 듯이 뻔질나게 고1 교실을 드나들며 장광설을 늘어놓거나 잔소리를 하거나 때도 시도 없이 기합을 넣곤 했다. 그런데 그날도 고2의 한 간부학생이 하교시간인데도 두세 시간씩이나 교실에 붙
김지하 시인
2002.01.11 10:11: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5>
미군
원주주변은 미군부대 천지였다.그리고 양공주들 천지였다.또 미군물품들의 천지였다.내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물질과 생각의 대부분은 무엇일까? 누군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우리의 몸과 마음의 99%가 양키들의 물건과 생각일거라는 것이다. 맞는 말
2002.01.10 10:3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4>
미학
원주에서도 간혹 그림은 그렸다. 그러나 내 스스로 그림은 포기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간절한 마음, 그림 그리면 배고프다는 일념이 나를 마음속에서 변경시킨 것이다. 그러나 미술시간엔 역시 신이 났고 내 그림이 미술 선생님에게 인정을 받아서 강원도 중학생 미술전에 출
2002.01.09 10:24: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3>
무실리
그러나 원주에서의 나의 소년기가 이런 어둡고 음침한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투명하고 화창한 아리따운 시절이 있었으니 나는 그 시절의 영상의 이름을 ‘무실리의 날들’이라고 부르겠다.‘무실리’는 원주 교외에 있는 작은 마을이고 그 무실리에는 ‘배부른 산’이
2002.01.08 10:04: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2>
친구들
김재수가 생각난다.부모가 다 안계신 아이다. 누님 집에 얹혀있었는데 우리집 바로 옆집이었고 원주중학교의 동급생이었다.늘 어떤 슬픔 같은 것이 맺혀있었다. 그런 것을 가끔 내게 내비치기도 했었다. 지금까지도 조금 우스운 것은 그 김재수의 슬픔을 내가 소설로 쓴 적이
2002.01.07 10:0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1>
극장
원주시절의 내 정신은 학교보다는 극장에 더 매달려 있었다.원주 전진극장은 판자집이었다. 판잣집 치고는 큰 판잣집이었지만.인근엔 군부대가 지천이어서 그 군인들이 주요 관객이었다. 주로 영화를 상영하였고 중간중간에 육군 군예대 소속의 악극단이나 창극단이 와 공연
2002.01.04 10:17: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70>
치악산
원주중학교 뒤편은 미군용 비행장이 있는 허허벌판이었고 그 벌판너머엔 눈쌓인 치악산이 있었다.은혜를 갚으려고 쇠북에 머리를 짖쪼아 죽는 꿩과 뱀의 전설이 있는 산 태백산중의 영검스런 봉우리들을 간직한 채 영월군과 원성군 중간에 불쑥 솟은 치악산.양길과 궁예가 웅
2002.01.03 10:0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9>
밤
원주로 떠나기 며칠전 밤이었을게다. 언덕위의 우리집으로 가던 길인지, 아니면 우리집에서 외가로 가던 길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12시가 넘은 캄캄 밤중에 나는 검은 골목길에 홀로 서 있었다.바람은 불고 하늘에 달이 떠 있었는데 새카만 집들이 울렁울렁 숨을 쉬고 있었다
2002.01.02 10:5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8>
연극
한동안 내겐 지독한 연극열이 붙어다녔다. 차차 말하게 되겠지만 그 씨앗이 이 무렵에 싹트지 않았나 싶다.‘만열네’의 연극이었는데 내 작은 외삼촌인 정일성이 대본을 쓰고 만열이가 연출하고 공수라는 키 큰 형이 임금을 하고 내가 간신배로 출연하는 사극이었다. 외가의
2001.12.31 11:28: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67>
미술
그때중학 1학년 무렵.예술이라기보다 예술의 예감, 예술의 조짐 같은 것이 있었다.유년기에 그림에의 한(恨)같은 것이 있었는데 중학에 가면서 모르는 새 억압이 되었다. 그래 별로 심하게 그림에 기울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끔 그리기는 그렸다. 우선 미술선생이셨던 양수아
2001.12.28 10: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