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가운데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 단병호 의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자>의 저자 홍세화 씨 등 500여 명이 이날 하루 동조단식에 참여했다.
지난 5일 있었던 노사 집중교섭은 끝내 결렬됐다. 코레일(옛 한국철도공사)은 "승무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노조는 "비정규직이더라도 코레일 직접고용의 승무직 복귀 아래로는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 관련기사 보기 : "이 단식이 언제까지 갈지…")
철도노조는 오는 13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철 사장 퇴진 운동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고 통과될 경우 불신임 투표 등을 거쳐 본격적인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13일은 KTX 여승무원들의 파업 500일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3143명 "이 차별의 상징 지우지 않으면 민주화도, 평화도 불가능"
32명의 승무원들의 단식에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 3000여 명이 힘을 실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김중배 전 MBC 사장, 조세희 작가, 시인 고은 씨, 신경림 작가 등 사회원로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권오성 대표, 전국불교실천승가회의 효림 스님, 불교인권위원회의 진관 스님 등 종교계 대표 및 국회의원 1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방송인 김미화 씨, 배우 권해효 씨와 오지혜 씨, 영화감독 변영주 씨와 윤인호 씨, KBS의 이강택 PD 등의 방송인과 <딸들에게 희망을>의 저자 오한숙희 씨 외에 홍세화 씨, 손석춘 씨, 박노자 씨,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 등 언론인들도 참가했다.
3143명의 사회 인사들은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1년 넘게 싸워 온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의 투쟁은 우리 사회의 부당한 차별과 탄압에 항거하는 민중의 희망과 상징이 됐다"며 "이 차별의 상징을 지우지 않고서는 진정한 민주화도, 평화도, 정의실현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지금까지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정작 비정규노동자들의 차별과 억압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투쟁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문제 해결에 정부와 코레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열흘 째 홈에버 월드컵점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통업계 여성 비정규직인 이랜드일반조조 조합원 20여 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철 사장님, 총선에 나온다고요? 낙선 아니 출마를 막겠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철 사장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철 사장이 내년 총선에서 후보로 나오면 그 지역에서 민노당이 당선은 못 되더라도 이철 사장을 낙선시킬 수는 있다"고 경고했다. 권영길 의원도 "민주노동당은 이철 류의 정치를 이 땅에서 청산하기 위해 창당된 정당이니 이철 사장의 낙선이 아니라 아예 출마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교수협의회의 조돈문 대표도 "오늘 우리는 민중을 팔아 대통령이 되고 공기업의 사장이 된 노무현과 이철이 민중의 적이 되는 기막힌 상황을 보고 있다"며 "'민중의 적'이 총선에 나오면 반드시 우리가 낙선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조 교수는 "지금이 이철 사장이 현직에서 끌어내려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농성장을 방문해 승무원들을 만났던 임종인 의원은 '이철 사장이 항상 우리를 딸처럼 생각한다고 말한다'는 승무원들의 말에 "딸을 이렇게 500일 이상 방치하고 길에서 밥을 굶는데 모른 척하는 아버지가 어딨냐"고 말했다.
임 의원은 승무원들과의 대화 도중 이철 사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기도 했다. 전화통화가 끝난 후 임 의원은 승무원들에게 "이철 사장이 자기도 단식해봤다면서 몸조심하라고 전해달라더라"며 "몸조심하라는 걸 보니 해결할 모양이다. 본인이 어떻게든 해결하고 나가야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노조 "양보할 만큼 다 했다…사장 퇴진 투쟁으로"
민세원 KTX서울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업을 벌이면서 생계를 걸었고 이제 무기한 단식으로 생명까지 걸었다"고 했다. 500일이 다 되어가는 KTX 승무원들의 투쟁이 그만큼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듯하다.
승무원들은 31명이 한여름 뙤약볕과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단식을 하고 있고 철도노조도 사장 퇴진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양보할 만큼 다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철도노조는 승무업무의 이원화까지 수용할 수 있다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천환 코레일 여객사업본부장은 지난달 1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해법은 대화 중인 만큼 밝히기 힘들지만 회사도 승무원들이 다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 인터뷰보기) 하지만 최종 결렬된 교섭에서 코레일은 "승무직으로는 안 된다"며 매표나 검표 등 다른 업무로의 복귀를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조는 "이제 사장 퇴진 운동밖에 길이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공사도 직접고용 의무가 없는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가 양보할 차례 아니냐"
500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이 문제의 해법은 도대체 어디 있을까?
농성장에서 만난 임종인 의원은 "노조도 양보했으니 회사가 양보할 차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돈문 교수도 "유일한 해법은 직접 고용하되 (승무직으로) 원직 복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에게 더 양보하라는 것은 너무 과한 요구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노동당의 단병호 의원은 "승무원 문제는 이철 사장에게도 중대한 책임이 있지만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단 의원은 "인권위도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부도 자체 조사에서 일부 불법적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으며 이 장관은 개인 소신임을 전제로 직접고용이 맞다고도 했다"며 "그런데도 안 풀리는 이 문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노 대통령의 판단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3000인 공동선언 참가자 명단을 보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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