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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승무원에게 전염되는 'KTX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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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호 승무원에게 전염되는 'KTX의 악몽'

철도공사, '외주화' 추진…"KTX만으로는 부족한가?"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가 현재 공사 소속 비정규직인 새마을호 승무원 115명을 외주업체 소속으로 변경하려고 하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파업 260일을 넘기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이 "위탁업체 정규직보다는 공사 소속 비정규직이 더 낫다"고 주장하며 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철도공사가 새마을호 승무원들까지 KTX 여승무원과 같은 지위의 (주)KTX관광레저 소속으로 옮기는 절차를 밟으려고 하는 것.

철도공사측은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축소 대책에 따른 것으로 (철도공사의) 비정규직에서 (관광레저의) 정규직으로 옮겨가는 것이니 더 좋은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KTX여승무원들과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2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주화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KTX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가 또 다른 KTX 승무원들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철도공사 "근로조건 개선과 안정된 고용 위해 위탁운영하려는 것"
▲ 2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새마을호 승무원 외주화'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 ⓒ프레시안

철도공사는 지난 16일 각 지사장 앞으로 "내년부터 새마을호 승무사업을 계열사인 KTX관광레저에 위탁운영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서 철도공사가 밝힌 새마을호 승무업무의 위탁의 이유는 "승무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철도공사는 각 지사장에게 "관련 내용을 승무원에게 설명해 주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24일까지 전적동의서를 받아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공사는 지난 3월 KTX관광레저와 새마을호 승무사업의 위탁과 관련한 협약서를 체결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1년 단위로 철도공사와 계약을 체결해 왔던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계약기간이 대체로 연말에 종료됨에 따라 최근 이들의 소속 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

공사와 KTX관광레저 간의 위탁 협약서가 체결된 지난 3월 이후 고용된 새마을호 승무원의 경우 면접 당시 이미 구두로 관광레저로의 소속 변경을 받아들인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115명 가운데 70%정도가 철도노조 조합원인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현재 공사의 이같은 방침에 대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

"누가 위탁업체 정규직이 공사 비정규직보다 낫다고 하는가?"

겉으로 보기에 새마을호 승무원의 소속 전환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인만큼 노동조건이 더 좋아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철도공사가 밝힌 소속 변경의 표면적인 이유도 '근로조건 개선과 고용안정'이다. 공사는 그 동안 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KTX 승무원들에게도 "관광레저의 정규직으로 가라"며 "관광레저 정규직이 더 낫지 않냐"고 말해 왔다.

그러나 KTX 승무원들과 교수들, 노동계의 의견은 이와 거리가 멀다. 외주위탁 업체의 소속이었던 KTX 승무원들이 이미 충분히 경험했듯이 "외주위탁 업체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관계없이 더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규직이 더 낫지 않냐는 철도공사의 주장은 기만일 뿐"이라며 "외주업체로 옮겨지면 이들이 공사 소속의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노동조건의 문제를 외면·방치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KTX 승무원들의 증언도 마찬가지다. "보건휴가 등 노동조건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면, 위탁업체인 철도유통은 '우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철도공사는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니 유통에 가서 말해라'고 서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것.

"위탁 계약 해지되면 언제든 짤리는 게 위탁업체 정규직의 본질"
▲ 기존에 위탁업체 소속이었던 KTX 승무원들은 "위탁업체 정규직보다는 차라리 공사 비정규직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레시안

더욱이 '정규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위탁업체 소속 정규직은 공사와 업체간의 업무위탁 계약이 해지되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처지에 있다는 점에서 철도공사가 얘기하는 '고용안정'이라는 명분도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KTX 여승무원들이 정리해고를 당했던 과정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KTX 여승무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단체행동을 시작하자 공사는 KTX 승무사업을 맡아 왔던 기존의 한국철도유통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KTX관광레저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존의 KTX 여승무원들의 고용계약도 해지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KTX 승무원들은 '우리는 왜 관광레저로 갈 수 없는가'라는 입장발표문을 통해 "우리가 관광레저의 정규직이 된다 하더라도 승무원이 노사문제를 일으키면 공사는 언제든지 업무위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때문? 승무업무는 핵심업무다"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의 직접고용 불가 원칙'과 '새마을호 승무원의 외주화'는 정부의 공공부문 대책을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KTX 및 새마을호 승무업무는 국가인권위와 관련 전문가들이 인정했듯이 외주화할 수 없는 '핵심 업무'"라고 반박했다.

철도공사가 외주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기본 취지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줄여가겠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은 상시적인 핵심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 한다는 것으로 주변업무의 경우에는 외주화, 즉 '아웃소싱'의 길을 열어놨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비정규 법안이 오히려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조건의 위탁업체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사례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새마을호 승무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 대책 자체가 갖고 있는 모순과 더불어 승무업무를 주변업무로 볼 수 있는가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존재한다. 교수모임 소속 교수들은 승무업무는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핵심업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새마을호 승무원들이 철도공사의 방침에 별다른 '반항' 없이 KTX관광레저로의 이적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승무업무의 위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승객의 안전 문제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의 실효성 논란은 장기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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