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는 최근 직접고용 비정규직이었던 새마을호 승무원의 소속을 계열사인 (주)KTX관광레저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승무원들에게 '전적동의서' 서명을 요구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서울차량관리단 소속의 비정규직 80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85명의 노동자들에게 지난달 29일 '해고예고 통지서'를 보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에 대해 철도노조는 비정규법안 발효를 앞두고 철도공사가 2년 이상 동일한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하는 비정규법안을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외주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파업 280일을 넘기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에 이어 새마을호 승무원들도 (주)KTX관광레저로의 이적을 거부하면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철도공사 내의 비정규직 문제의 향배가 주목된다.
"원한다면 재계약 보장해준다더니 갑자기 계열사로 가라고?"
5일 서울역 앞에는 KTX, 새마을호 승무원들뿐 아니라 최근 대량 해고통보서를 받은 차량관리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철도노조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16일 공사로부터 갑작스럽게 소속 변경을 통보받은 새마을호 승무원들은 비록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였다.
김상미 새마을호 서울열차승무지부 부회장은 "2004년 12월 입사 당시 철도공사에서는 원하는 한 재계약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은 정확한 계약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일단 KTX관광레저로 가는 전적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공사가 내세운 새마을호 승무업무 외주화의 명분은 '근로조건 개선과 안정된 고용'이다. 철도공사 비정규직보다는 계열사인 관광레저의 정규직이 더 낫지 않냐는 것.
그러나 'KTX관광레저 정규직'을 거부하고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의 얘기는 다르다.
"철도공사는 지난 5월 경영상의 이유라는 명분으로 KTX 승무업무의 위탁을 철도유통에서 KTX관광레저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우리 승무원들은 전원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외주화란 그런 것이다. 경영상의 이유면 언제든 공사와 위탁업체 간의 계약은 해지가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 역시 해고가 손쉬워진다."
한효미 KTX서울열차승무지부 부지부장의 말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새마을호의 외주화가 최근 통과된 비정규법안에 대한 부담을 애초에 차단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마을호 승무원의 외주화는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이 '근거 있는 얘기'라고 강조한다. 지난 8월 KTX 승무원들이 공개한 철도공사 기획조정본부의 '비정규법안 관련 비정규계약직 대책 검토(안)'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철도공사 내 비정규직 업무를 위탁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관련기사 보기 : 철도공사, 정부대책 '정면역행'…"청개구리냐")
따라서 철도 노동자들은 공사의 이같은 외주화 작업이 새마을호 승무원에서 끝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결의문에서 "새마을호 승무원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며 "매표, 수송, 시설관리 등 철도의 모든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외주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의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한효미 KTX 승무원은 이날 집회에서 "철도 노동자는 하나"라면서 새마을호 승무원을 비롯한 모든 철도 노동자가 함께 싸울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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