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는 감사원으로부터 매각·청산을 권고 받은 자회사 KTX관광레저(주)를 정당한 이유 없이 유지키로 결정했고, 이 회사에 KTX 승무사업을 위탁해 영업실적이 급격히 개선되도록 도와줌으로써 퇴출을 막아줬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자회사 지원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된다."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30일 KTX 승무원의 위탁업체로 잘 알려진 KTX관광레저가 철도공사로부터 부당한 지원을 받았다며 철도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교수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승무업무 외주화와 관련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제출 자료와 감사원 자료 등을 분석·검토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거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매각·청산 대상으로 권고된 5개 자회사 중 KTX관광레저만 남긴 이유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자회사에 대한 부당 지원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부당 지원행위 심사지침'에 따르면, "지원객체가 속하는 일정한 거래분야에 있어서 당해 지원행위로 인해 지원객체의 퇴출이나 타사업자의 신규진입이 저해되는 경우"가 부당 지원행위로 규정되어 있다.
즉, 철도공사가 자회사인 KTX관광레저에 무언가 도움을 줘 이 회사의 퇴출을 막아주고 새로운 업체의 진입을 사실상 방해했다면 이는 부당한 지원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수모임이 철도공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제기하는 출발점은 KTX관광레저가 감사원으로부터 매각·청산을 권고 받은 기업이었다는 데에 있다. 감사원은 2005년 12월 '한국철도공사 출자회사 설립 운영실태'라는 감사 결과에서 KTX관광레저를 비롯해 5개 자회사가 "사업타당성이 없거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매각 또는 청산할 것을 권고했다.
철도공사는 이같은 지적에 따라 외부 컨설팅회사에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그 결과에 따라 KTX관광레저를 제외한 4개 업체만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수모임은 "이같은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그 이유는 연구용역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인 지난해 2월 27일 이미 철도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KTX관광레저는 철도공사에서 청산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통·폐합 대상 계열사도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더욱이 2개월 연구용역이 채 끝나기도 전인 3월 16일 새마을호와 KTX의 승무업무 위탁계약을 KTX관광레저와 체결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토대로 볼 때 철도공사가 승무업무 위탁을 위해 KTX관광레저를 일부러 남겨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KTX관광레저의 흑자, 승무사업 위탁 때문"
철도공사가 KTX관광레저를 유지시킨 근거로 내세우는 것 가운데는 KTX관광레저가 흑자로 돌아섰다는 것도 있다. 교수모임은 "KTX관광레저가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던 것은 승무업무를 관광레저에 맡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수모임은 철도공사의 자료를 토대로 "KTX관광레저가 승무사업을 위탁받은 2006년 상반기에 전년도에 비해 영업실적이 850% 급증했다"며 "관광레저의 흑자는 승무사업 위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교수모임은 "KTX관광레저의 주된 사업은 승무사업을 제외하면 여행 및 관광업인데 이는 감사원에서 지적한 바대로 '민간 부문과 경쟁 관계에 있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업종'이며 '철도공사의 경영 개선이 저해될 소지가 있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다른 사업을 통해서는 흑자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의 경영정보공개 자료를 살펴보면 이같은 주장은 더 설득력을 가진다. KTX관광레저의 지난해 전체 예산 69억 가운데 KTX승무업무 위탁과 관련된 예산이 48억 수준이다. 전체의 70% 정도에 해당된다.
교수모임은 "그 어떤 기업이라도 아무런 위험부담이 없는 사업인 승무사업을 위탁받게 된다면 흑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바로 이 점에서 승무사업 위탁은 KTX관광레저의 퇴출과 존립을 가늠하게 하는 지원행위"라고 주장했다.
'철도공사의 승무사업 위탁' 적절성 논란 가열될 듯
물론 이같은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철도공사는 "승무사업 외주화가 경영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철도공사가 강조하는 경영의 수평적 분사라는 원칙이 이에 해당되는 해명이다.
하지만 교수모임은 대법원 판례 및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지침을 근거로 "단순한 사업경영상의 필요 혹은 거래상의 합리성 내지 필요성만으로는 부당지원행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부당성 및 공정거래 저해성이 부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경영상의 필요는 부당거래행위에 대한 해명으로 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교수모임은 "결국 종합적으로 볼 때, 철도공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서 승무업무를 KTX관광레저에 위탁한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수모임의 주장대로 철도공사와 KTX관광레저의 관계가 부당한 지원, 즉 불공정거래행위로 결론이 나더라도 KTX승무원들의 직접고용 요구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과징금 부과 수준의 벌칙에 그칠 뿐 위탁계약 자체를 취소하도록 하는 강제력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수모임은 "지금까지의 분석 자료와 철도공사의 경영과 관련된 다른 자료들을 근거로 필요하다면 감사원에 감사청구신청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철도공사의 경영 및 승무사업 위탁에 대한 적절성에 대한 논란은 상당기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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