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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문제, 철도공사의 '취업사기'에서 시작"

교수모임 "첫 단추 잘못 낀 철도공사가 결자해지"

"그 동안 KTX 승무원 문제를 지켜보면서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같은 상황을 놓고 어떻게 이렇게 철도공사와 KTX승무원들의 주장이 다를 수가 있냐'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승무원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싸우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들이 KTX 여승무원 문제와 관련해 28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다시 한 번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9월 70여 명의 교수들이 모여 만든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2달 새 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위의 두 가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조 교수가 가진 의문은 파업 273일째를 맞는 KTX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조 교수는 "자세히 자료를 검토해보고 직접 승무원들과 공사 직원을 만나 조사해 본 결과, 이 두 가지 의문 모두 한 가지 답으로 설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 답은 "KTX 승무원 문제는 철도공사의 취업사기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인 줄은 알았지만 채용 및 교육 과정에서 1년 후에 정규직 보장을 약속한다는 장담을 수도 없이 들었고 그 억울함 때문에 이렇게 오래 싸울 수 있었다. 철도공사 역시 초기에 자신들이 한 거짓 약속, 즉 '취업사기'를 무마하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와놓고 왜 떼를 쓰냐구요?"
▲ ⓒ프레시안

철도공사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비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왔으면서 정규직으로 해달라고 승무원들이 떼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수모임은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인 줄 알고 들어왔지만 입사 당시 공사에서 '1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는 등 철도공사에게 속았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수모임은 "아직도 우리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간접고용이 무엇인지, 외주위탁·파견·도급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며 "대부분의 예비취업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곳에 고용된다고 생각하며 그 사업장의 주인이 곧 자기의 고용주라고 생각하고 취업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교수모임은 "철도공사는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승무원 지원자들에게 취업조건, 고용형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승무원들에게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여승무원들은 당시 철도공사가 한 약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정성주 본부장이 와서 이렇게 말했다. 정년보장은 당연히 되는 것이고 준공무원 대우를 해주겠다고 했다. 정년이 보장되기에 철도가 유럽과 러시아에 갈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준공무원 대우이기에 하루 8시간 노동은 당연한 것이고 주 5일제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 이상은 쉴 수 있다고 했다." - KTX열차승무지부 조합원 정주영 씨.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내가 바보 같기도 하지만 그때 당시에는 철도공사의 임원진들과 (주)한국철도유통(구 홍익회) 정성주 본부장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를 해 믿을 수밖에 없었다." - 조합원 장수경 씨.

"오리엔테이션에서 정성주 본부장은 지금은 철도청이어서 KTX 승무원을 철도청 소속으로 뽑을 T.O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홍익회 소속으로 뽑는다고 했다. 내년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바뀌면 그땐 공사소속으로 반드시 전환된다고 말했다." - 조합원 이혜정 씨.

"입사 초기부터 1년 후에, 철도청이 공사가 되면 공사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는 약속을 수도 없이 들었다. 1기 승무원들이 1년 계약기간이 끝나고 재계약서를 작성할 때도 처음과 달리 이것 저것을 물어보는 승무원들에게 '길어야 2~3달이면 철도공사 정규직이 될 텐데 뭘 그렇게 꼬치꼬치 묻냐'고 핀잔을 줬다. 심지어 1기 승무원이 입사한 후 1년 뒤에 2기 승무원이 들어왔을 때 '너희 선배들은 1년도 넘게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공사 정규직이 되는 것인데 2기들은 입사 몇 달 만에 공사 정규직으로 되는 것이니 운 좋은 줄 알고 더 열심히 일하라'는 말까지 했다." - 조합원 정혜인 씨.

"철도공사는 적극적으로 정보제공을 회피하고 거짓 약속 했다"

교수모임은 "철도공사의 약속들이 거짓이었다는 것은 취업 후 서서히 드러났다"며 "임금은 매해 오히려 15% 수준씩 깎였으며 승무원들은 수시로 계약 해지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다.

교수모임은 "공사는 소극적인 차원에서 정보제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KTX로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방법으로 거짓 약속을 한 것"이라며 철도공사가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취업사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진 변호사는 "요즘 세간의 화제인 부동산 분양 광고에 보면 조감도 그림 밑에 '본 조감도는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며 "이런 문구를 안 쓰면 그림과 실제가 다를 때 엄청난 손해배상을 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구직자들 사이에 이런 경우의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많다"며 KTX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처음부터 명확히 근로조건을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은 철도공사에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속임수 "KTX관광레저 정규직으로 가라"

교수모임은 또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들을 계열사인 KTX 관광레저 정규직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또 다른 속임수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계열사 정규직으로 가라는 것은 전형적인 '위장 고용'"이라면서 "'정규직'이라 할지라도 KTX관광레저에 간접고용될 경우 철도공사는 승무원에 대해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되며 정리해고는 단순히 위탁사인 KTX관광레저와의 위탁계약 해지만으로 자동적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조순경 교수는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은 철도공사"라며 철도공사가 적극적으로 KTX 승무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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