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비정규직 탄압 사업장이라는 오명 벗어라"
지금까지 철도노사는 승무원들의 문제를 놓고 두 차례 집중교섭을 벌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사 집중협의 과정에서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사 측 태도에 약간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철도노조 관계자도 "노사 모두 '해결점을 찾아보자'는 데 합의하고 집중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사가 "노조의 요구는 절대 들어줄 수 없다"던 기존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서 승무원들의 복직을 염두에 둔 해법을 찾아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철도공사는 "공사의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KTX 문제는 공사가 들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던 사 측이 이 문제를 놓고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 자체도 달라진 분위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 KTX 지원대책위원회, 민주노동당, 노동자의 힘, 사회진보연대, 통일문제연구소,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등 사회단체들은 이날 "노조가 해결을 목적으로 1년을 넘게 싸운 결과 어렵게 열린 대화 창구를 통해 철도공사는 비정규직 탄압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중 교섭으로 안 되면 극한의 투쟁 쓸 수밖에"
지난해 3월 1일 시작한 KTX승무원들의 싸움은 어느덧 1년을 훌쩍 넘겼다. 민세원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이제 날짜를 세는 것조차 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계절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지난 1월에는 새마을호 승무원들마저 외주위탁 계획을 거부하고 이들의 싸움에 함께하는 일도 이러났다.
정종권 민노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KTX 승무원의 파업이 시작된 비슷한 시기에 함께 시작한 것이 있다"며 "2006년 2월에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는 어느덧 타결돼 체결을 앞두고 있는데 승무원들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은 지난 3~4월 정규직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한 전국 현장순회를 거쳐 5월부터는 대전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노사 집중교섭으로도 타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총파업 등을 고민하고 있다. 엄길용 철도노조 위원장은 "노사 집중교섭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극한의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한의 투쟁'는 철도노조의 총파업을 비롯해 이철 사장의 퇴진 운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엄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승무원들을 직접고용해야한다고 말하는데 이철 사장만 안 된다고 하고 있다"며 "계속 그런 태도로 일관하면 사 측의 대표교섭위원(이철 사장)을 몰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끌며 사회적 관심을 받아 왔던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백기완 "20년 전 함께 최루탄 마셨던 이철 사장, 귀가 멀었나" 이날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의 기자회견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백기완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KTX·새마을호 승무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와 이철 철도공사 사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백기완 소장은 "어떤 사람들은 최근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아 노무현 대통령이 망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망한 날은 철도공사의 여승무원들을 한 데로 내쫓은 그 날"이라고 말했다. 백 소장은 "민주화 투쟁을 같이 하던 젊은 동지"였던 이철 사장에 대해서도 따가운 비판을 쏟아냈다. 백 소장은 "20년 전 6월에 함께 최루탄을 마셨었던 이철 사장이 눈이 먼 건지, 귀가 먼 건지, 바늘로 입을 꼬멘 것인지 나타나지도 않고" 승무원들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백 소장은 "만약 6월 항쟁 20주년을 기념하는 이 6월에도 안 나타난다면 이철은 당장 사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소장은 또 오랜 파업으로 지친 승무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는 "혹자들은 세상을 뒤집는 것은 파도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세상을 뒤집는 것은 바다 깊은 곳의 화산이 터져 발생하는 해일이라고도 한다"며 "하지만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은 큰 얼음이 조금씩 조금씩 '돌돌' 녹아 메마른 땅에 스며들어 땅을 적시는 '돌돌이'"라고 말했다. 작은 싸움이 세상을 바꾼다는 얘기였다. 백 소장은 "돌돌 녹아 돌돌 스며드는 그 물이 세상에서 제일 큰 변혁을 이뤄낸다"며 "여러분의 이 작은 싸움이 이 메마른 땅을 적시는 변혁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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