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KTX승무원은 불법파견" 대통령까지 알아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KTX승무원은 불법파견" 대통령까지 알아

기예처 2005 경영평가…교수모임 "철도공사가 떼 써"

오는 25일이면 파업 300일을 맞는 KTX 여승무원들의 싸움과 관련해 기획예산처가 한국철도공사(사장 이철)에 대한 2005년 경영평가에서 "KTX 여승무원은 파견근로에 가까운데 서비스 업무는 파견근로 대상이 아니다"면서 "공기업은 솔선수범해야 할 책임이 있으니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기예처의 경영평가는 평가단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면 기예처 장관, 재정경제부 차관 등으로 구성된 정부투자기관 운영위원회에서 확정하고 대통령과 국회에까지 보고된다. 따라서 이는 공기업의 경영방향을 결정하는 기예처뿐 아니라 재경부, 국회와 대통령까지 "KTX 여승무원은 파견근로에 가깝다"는 판단을 인정하거나 공유한 셈이다.

'KTX 승무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교수모임'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이 담긴 철도공사 경영실적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고 "국가인권위까지 포함하면 핵심 정부부처들이 사실상 'KTX 여승무원의 파견은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승무원 직접고용 불가 방침이 철도공사 사장 및 경영진의 권한을 넘어선 문제라는 공사의 주장이 근거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이번에 밝혀진 철도공사에 대한 기예처 경영평가 보고서는 "승무업무 도급은 적법"이라는 노동부의 1차 판정과 재조사 발표 사이인 지난 7월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기예처 경영평가 "서비스업은 파견근로 안 되니 적절한 조치 취하라"
▲ 오는 25일 파업 300일을 맞는 KTX 여승무원 문제와 관련해 기획예산처가 지난 2005년 경영평가에서 "KTX 승무원은 파견근로에 가깝다"고 판단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프레시안

기예처는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따라 매해 14개 정부투자기관, 즉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를 실시한다. 교수모임이 공개한 '2005년도 정부투자기관 경영실적 평가' 가운데 철도공사에 대한 평가 내용을 보면 기관 평가와 사장 평가 두 곳에서 모두 KTX 여승무원 문제를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이 경영평가 보고서는 "KTX 여승무원의 근무내용을 보면 위탁계약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파견근로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업의 경우는 파견근로 대상이 아니다"고 적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29일 "KTX 승무업무 도급은 적법"이라는 노동부의 재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물론 다수의 기업에서 관행적으로 이런 변형된 위탁 혹은 파견근로가 이뤄지고 있음은 사실이나, 공기업은 노사관계에서도 민간기업과는 달리 솔선수범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라며 "향후에는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 혹은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권고했다. 기예처가 철도공사의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교수모임 "경영평가 내용은 정부의 입장으로 볼 수 있어"

교수모임은 "공기업 경영평가 보고서에서 현안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경영평가 내용이 정부투자기관 위원회에서 확정해 보고하는 것이므로 이같은 판단 및 개선 조치 권고는 정부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수모임은 또 "철도공사 또한 국정감사 때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기예처의 경영평가 결과를 모두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산하기관 경영평가에 참가한 바 있다는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 문제를 포함해 노사관리의 합리화를 위한 기관과 사장의 노력 평가 및 예산운용 평가에서 C0와 D0라는 낮은 평가를 받았는데 이런 성적은 웬만하면 받기 힘든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라며 "최종적으로 공사는 전체 14개 공기업 가운데 14위였다"고 밝혔다.

"민간기업도 28% 정규직화 하겠다는데…공사 인력의 1.3% 못한다?"

철도공사가 승무원의 직접고용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예산 문제였다. 그러나 교수모임은 "기예처의 보고서를 보면 철도공사가 2005년 예산 가운데 사용하지 않은 불용액이 7400억 원"이라며 "이 때문에 철도공사 사장은 '예산 운용' 부분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교수모임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주승용 의원이 지적한 사항을 근거로 "이철 사장은 3명의 비서실 직원을 취임 후 20명으로 늘렸고 이에 따라 비서실 인건비가 7.5배 증가해 9억200만 원에 달했다"며 "철도공사가 진정으로 비용절감을 원한다면서 비서실 인력을 7배나 증원하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조은 동국대 교수는 "정작 떼를 쓰고 있는 것은 승무원이 아니라 철도공사 경영진"이라고 비판했다. "철도공사 스스로 승무원을 직접 고용할 수 없다는 아무런 근거나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직접고용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는 것.

이날 기자회견에 하루 앞선 20일 우리은행 노사는 전체 직원의 28% 수준에 달하는 3100명의 비정규직을 내년 3월부터 정규직화하겠다고 합의했다.

조순경 이화여대 교수는 "민간 기업이 28%를 정규직화 하겠다는데 전체 인력의 1.3% 수준인 승무원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공사 경영진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기예처의 지적대로 철도공사는 공기업으로서 노사관계에서 민간 부분에 앞서 선도적 모범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모임, 조사연구단 구성키로…학술 심포지엄도 고민 중

교수모임은 "KTX 여승무원뿐 아니라 새마을호 여승무원도 외주위탁하려는 철도공사의 경영방식이 내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위해 조사연구단을 구성해 내년 초부터 조사연구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교수모임은 법학, 사회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KTX 여승무원 문제와 관련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