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가파른 원고(高)를 막기 위해 최후수단으로 한국은행에 대해 돈을 찍어 달러화를 사들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한은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국-일본, 환율 초강세-주가 폭락**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지난 주말 종가보다 6.00원 떨어진 1천62.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지난 주말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의장의 '약한 달러' 용인 발언에 자극받아 지난주말 종가보다 6.70원 떨어진 1천62.00원으로 거래를 시작, 한때 1천60.00원까지 떨어지면서 1천60선도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 회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1천64.80원까지 올라간 뒤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약세 현상은 두드러져, 엔화는 거래 시작과 함께 달러당 1백2엔99전을 기록하며 4년8개월만에 1백2엔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후 일본 중앙은행 총재 및 대장성의 시장 개입 경고에 따라 오전 10시30분 현재 엔화는 지난주말 종가보다 89전 하락한 1백3엔19전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원화와 엔화 등 초강세를 보이면서 주가는 급락해, 우리나라의 경우 주말종가보다 종합주가지수가 20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일본도 3백엔이상 떨어지는 폭락장세를 연출하는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처럼 서울-도쿄 등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린스펀 미연준 의장의 발언외에 21일 끝난 선진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담에서 달러화 폭락을 막기 위해 시장개입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들 이날 택한 성명에서 "우리는 (달러화 가치 안정을 위해서는 우선) 미국의 중기적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유럽과 일본, 아시아 신흥 경제국들의 경제 구조 개혁 지속 및 재정 부문 개혁을 통한 외환 제도 유연성 강화 등의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화살을 아시아국가로 향해, 미국의 약한 달러 정책을 용인하고 그 대신 아시아국가의 외환에 대한 평가절상을 압박했다.
참석자들은 당초 최근의 급격한 달러화 약세를 문제삼으려 했으나, 이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존 스노 미국 재무장관의 강한 반발로 이를 거론하지 못하고 대신 아시아 통화에 대한 공세를 펴는 데 그쳤다.
***재경부 '발권력 동원' 요구에 한은 '난색'**
달러화 약세로 원화환율이 연일 급락하자,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 권태신 청와대 정책비서관은 이날 오전 외환시장이 열리기 전 조선호텔에서 긴급 조찬회동을 가졌다.
재경부와 한은은 회동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한은에 환율의 급락세를 막기위해 발권력 동원을 주문했다고 전하고 있다.
재경부가 이처럼 한은에 대해 돈을 찍어 환율을 방어하자고 요구한 것은 현재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이날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1조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이로써 18조8천억원에 달하는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발행한도는 이날 발행된 1조원을 포함해 이미 17조원을 써 숫자상으로는 1조8천억원이 남아있으나, 지난 2001년에 발행돼 이달말에 만기가 돌아오는 3년만기 외평채 1조2천억원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는 모두 소진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외환시장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여력이 없다고 판단해 원고가 가파르게 진행되자, 재경부가 한은에 대해 발권력 동원을 요구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재경부 요구를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은은 과도한 원고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미국의 약한 달러 정책으로 전세계적으로 달러화가 급락하고 있는 국면에서 우리나라만 돈을 찍어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은은 특히 최근의 원화 초강세가 GDP(국내총생산)의 5%를 넘는 경상흑자에도 불구하고 수출 드라이브를 위해 재경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해 원화 환율을 오랜 기간 일정수준에서 묶어온 데 대한 반작용의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은은 또한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찍어 달러화를 사들일 경우 가뜩이나 4백조원대 단기성 부동자금으로 촉발된 '유동성 함정'이 심화되면서 부동자금의 투기화가 한층 심해지고 장차 커다란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어, 과연 재경부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단 한은도 원화의 1차 방어선을 달러당 1천50원선으로 삼고 있어, 당분간 여러 형태로 더이상의 원고를 막기 위한 다각적 개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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