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불과 한달사이에 50원 넘게 급락하며 1천1백원선까지 붕괴하자, 수출기업 다수가 '출혈수출' 상태에 빠져들었다는 업계의 비명이 잇따르고 있다.
****무역협회, "수출기업 90%가 출혈수출로 고전"**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5일 업종별 대표 수출 기업 3백92개사를 대상으로 적정환율 및 환율급락에 대한 영향 등을 설문조사해 15일 발표한 <최근 환율급락의 수출기업 영향>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적정환율은 1천1백74원으로 조사돼 현 환율수준에서 수출기업 대부분이 적정이윤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손익 분기점 환율이 평균 1천1백27원으로 조사돼 1천1백원 안팎의 현 환율수준에서 수출기업의 약90%가 출혈수출 중이거나 이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73.2%의 수출기업은 기수출분이 적자에 직면했거나 적자로 전환됐다. 또 70.2%는 환율급락으로 채산성이 맞지 않고 신규 주문 수주를 주저하고 있다. 10.2%는 수출물량 일부를 내수로 전환할 것을 모색하고 있으며 7.5%는 기수출계약분을 취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율급락으로 수출기업의 53.4%는 주요경쟁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크게 약화되었으며 4.2%만이 가격경쟁에 별 다른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역협회는 "조사 시점시 환율이 1천1백원대였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환율하락으로 3개월내 수출둔화 가시화"**
수출기업들은 환율하락이 수출둔화로 나타나는 시차에 대해 "3개월 이내"라는 응답이 82.4%를 차지해 수출둔화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10% 하락시 "내년 수출이 6%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이 약 60%를 차지해 최근 환율급락이 내년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 사업계획 환율에 대해 1천1백원대 이상이라는 응답이 92.6%로 나타나 최근 환율수준을 감안하면 10개 사 중 9개사는 내년도 사업계획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환율 10% 하락시 수출가격을 '인상할 수 없다'거나 '2% 이내 인상 가능'하다는 응답이 58.7%를 차지해 환율하락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환율운용에 대해 "적극 방어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70.5%로 나타나, 최근 환율 급락에 대해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거의 속수무책임을 반영했다.
무역협회는 "이러한 상황은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에까지 가시화되고 있어 현 추세라면 내년 수출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현 환율수준은 수출기업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의 안정적인 환율운용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들도 철강,석유화학을 제외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업종 대부분이 수출채산성이 크게 악화되었고 환율이 추가하락하면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둔화가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철강과 석유화학은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이 환율하락을 상쇄하고 원료수입액 비중이 높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중국과 동남아이사국가에 비해 환율동향이 불리한 경공업 전반은 이미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일부 기업은 적자수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자동차와 선박, 컴퓨터 등 일부 업종도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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