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20~21일) 개막 전날인 19일(현지시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위안화 평가절상을 위해 변동환율제 채택 압박을 가할 예정이라고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영국의 로이터 통신, 파이낸셜 타임즈(FT) 등이 일제히 보도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의 요구대로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원화도 동반 평가절상되면서 '원고(高)' 현상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외신들, "부시, 후진타오에게 위안화 절상 압박 가할 것"**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18일(현지시간) 이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위안화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은 위안화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다"면서 "위안화 문제는 미국의 주요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최선의 경제체제는 자유무역과 변동환율제 그리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는 체제"라는 존 스노 재무장관의 말을 환기시키면서 "미국은 중국 정부가 수출을 부양하고 미국의 제조업체를 돕기 위해 보다 유연한 환율제도를 채택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저널은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APEC 회의때도 비슷한 언급을 한 적이 있으며, 이후 중국은 변동환율제로 전환하기 위한 미세한 조치들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16~17일 해외이민자 재산 반출 허용, 달러예금 금리인상, 해외유학생 반출 외환환도 상향 조정 등 위안화 절상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보이는 일련의 외환자유화 조치를 취했다.
외신들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산업선진20개국(G20)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도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중국 및 아시아 국가들에 유연한 환율정책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이 집권2기를 맞아 위안화 평가절상 등 아시아 환율정책에 본격적인 압박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동참 없이는 유럽과 일본 정책 담당자들이 자국 통화 가 치 절상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압력이 성과가 있을 경우 미국은 달러화에 대한 아시아 주요통화에 대한 평가절상을 이끌어내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유로화 강세 움직임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유럽도 미국에 동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도 미국 압력에 동조**
미국의 이같은 방침에 유럽국가들도 동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9일 "독일은 잠재적인 통화위기를 막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주요 국가들간의 환율에 대한 공조를 취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한스 에히첼 재무장관은 20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G20(서방 선진국 및 신흥시장)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에 대한 합의 문제를 토론할 것을 제안했다. 에히첼 장관은 달러에 대한 최근의 유로화 강세를 "참혹한 현상"이라며 "환율이슈에 대해 막후에서 일본, 미국, 유럽이 토론해야만 하고 공동의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 떠돌던 '제2의 플라자합의설'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나, 이 신문은 "달러 약세에 합의한 1985년 뉴욕의 플라자합의처럼 새로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달러 약세 의지를 갖고 있는 미국과의 견해차가 큰 데다 미국,유럽,일본 이외의 국가들이 다수 참석하고 있어 달러약세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중국 역시 위안화 평가절상을 허용하는 쪽에 더 가깝고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는 등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이어서 독일과 같은 방식으로 외환시장의 긴장을 해결하는 것에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우리나라 원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도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다. G7재무장관은 위안화와 함께 우리나라 원화, 태국 바트화를 정부의 시장대로 저평가된 화폐로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문제 이외에도 APEC정상회담을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또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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