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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환율전쟁' 선포, 세계금융시장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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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환율전쟁' 선포, 세계금융시장 패닉

美경상적자 줄이기 위한 '약한달러-고금리' 선언, 주가-달러 폭락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로 볼 때 일정 시점이 되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틀림없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설득력이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장의 19일(현지시간) 발언으로 달러화가 폭락하고 미국과 유럽 주요증시들이 일제히 급락하며 세계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그린스펀, "달러 수요 감소 불가피"**

그린스펀 의장은 베를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 참석에 앞서 19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금융인회의에 참석해 행한 연설에서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궁극적으로 줄어들 것이며 미국은 경제적 충격을 예방하기 위해 막대한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줄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또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에 대규모 개입을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지속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로 인해 금융조달의 한계에 부딪쳤다는 조짐을 뚜렷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자산에 대한 수요가 현재의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은 이날 경상적자에 대한 경고와 함께 금리인상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린스펀은 '국제 투자자들은 궁극적으로 달러 자산 비율을 조절하거나, (미국에 대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면서 "금리가 오른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여러 곳에서 공지된 것으로 금리인상을 대비하지 않은 사람들은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이 앞으로 외자 유치 차원에서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린스펀, 이례적으로 노골적 발언"**

그린스펀의 이같은 노골적인 '약한 달러' 정책 발언은 세계를 경악케 했다.

로이터 통신은 "시장분석가들은 미 행정부가 달러 하락을 초래하고 있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그린스펀의 메시지가 너무나 명확하게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놀라고 있다"고 국제금융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모호한 말로 일관하던 그린스펀이 약한 달러 정책과 금리인상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날 그린스펀은 독일의 한스 아이헬 재무장관이 "달러 급락 문제에 관해 세계 각국의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며 국제환율공조를 제안한 데 대해,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간의 환율 공조는 현재로써도 충분하다"고 말해 '약한 달러' 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는 이같은 그린스펀의 발언을 연간 1조달러에 달하는 경상-재정적자, 즉 쌍둥이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앞으로 노골적인 '약한 달러' 정책을 취하겠으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금리인상을 계속 강행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에게는 더없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환율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발언으로 달러투매,주가 폭락**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달러투매와 주가폭락 사태가 발발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장중 한때 달러당 1백3엔선이 무너져 지난 2000년 4월 이후 4년 7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고, 유로화도 사상최고치인 1.3074달러까지 치솟았다. 뉴욕 현지시간 오후 4시52분 엔.달러는 전날보다 1.08엔 떨어진 1백3.09엔, 유로.달러는 0.63센트 오른 1.302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내년 6월까지 유로.달러 환율은 1.34 달러, 그리고 엔.달러 환율은 98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럴 경우 원화환율 역시 달러당 1천선마저 위협받게 될 전망이다.

뉴욕 주식시장도 그린스펀의 추가 금리인상 발언에 따라 다우지수가 2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지는 등 그린스펀 쇼크로 크게 흔들렸다. 금리가 계속 인상될 경우 증시에서 채권시장으로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백15.64포인트(1.09%) 떨어진 1만4백56.91, 나스닥은 33.65포인트(1.6%) 떨어진 2천70.63, S&P는 13.21포인트(1.12%) 떨어진 1천1백70.34를 기록했다.

런던, 독일, 프랑스 주식시장에서도 `달러 약세-유로 강세`가 유럽의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주가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런던의 FTSE는 전날보다 44.50포인트(0.93%) 떨어진 4천7백60.80, 독일의 DAX는 43.79포인트(1.05%) 떨어진 4천1백34.89, 프랑스의 CAC는 31.61포인트(0.83%) 떨어진 3천7백98.78을 기록했다.

반면 금선물 가격은 달러 약세 영향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선물은 4.10달러 오른 온스당 4백47달러를 기록, 198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 국채 가격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매입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 국채 10년물은 전날보다 9bp 오른 4.2%선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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