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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백전노장' 이헌재 굴복시키다!

재경부의 파생상품 투자손실 1조8천억 적발, 이헌재 '백기항복'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환율 방어를 위해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입은 사실을 공식시인했다. 이같은 사실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날카로운 국정감사에 따른 결과다.

금융계에서는 "국회의원 초년병인 심 의원이 백전노장인 이헌재 부총리를 초토화시켰다"며 "재경위 의원들 가운데 단연 군계일학"이라고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심상정 공세에 이헌재 '백기항복'**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12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파생상품 시장을 통한 정부의 외환개입으로 1조8천억원대의 대규모 손실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부나 중앙은행은 파생상품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통례인데 무엇때문에 개입했냐"고 따졌다.

심 의원은 "투기를 막으려고 투기에 나선 것이냐"고 질타한 뒤, 다음 재경부 감사일 이전까지 외평기금 종목별 이자 지급 상세내역을 제출토록 요구했다.

이 부총리는 심 의원의 추궁이 계속되자 답변에서 "지난해 하반기 투기적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정상적 외환거래로는 환투기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일시적으로 한 것"이라고 파생상품을 통한 시장개입 사실을 시인했다. 이 부총리는 "효과적이고 방어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해명에 급급했다.

그는 이어 "이런 개입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고 주장한 뒤,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래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으므로 별도 질의하면 필요한 자료는 다 제출하겠다"고 더이상의 질문을 제지했다.

한마디로 말해 '쩔쩔매는' 분위기였다. '40년 짠밥'의 백전노장이 국회에 입문한 지 반년만에 안된 초년병 의원에게 백기항복을 하는 순간이었다.

***심상정 의원, 재경부 제출 자료 갖고 '은폐된 비밀' 발굴**

이헌재 부총리의 파생상품 거래 시인은 심상정 의원의 날카로운 국정감사의 산물이다.

심 의원은 국정감사에 앞서 재경부에 대해 올 1~8월의 외평기금 이자지급액과 외평기금 발행잔액을 요구했다. 외평기금이란 환율 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해 조성되는 기금을 가리킨다.

재경부는 별다른 생각없이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재경부 입장에서 보면 '재난의 시작'이었다. 심의원은 두 자료 사이에 숨겨진 '비밀의 열쇠'를 찾아냈다. 외평기금은 올 들어 30%도 안 늘어났는데, 이자 지급액은 이미 작년 지급액의 두 배나 급증한 '괴이한 미스테리'를 찾아낸 것이다.

재경부가 11일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중 외평기금 이자지급액은 3조1천1백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연간 이자(1조6천6백18억원)의 무려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그런데 외평기금 발행잔액은 작년말 33조4천억원에서 올 8월말 43조원으로 28. 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원금 증가폭에 비해 이자지급액이 지나치게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시중금리가 계속 낮아졌음을 감안하면 앞뒤 안맞는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심 위원은 바로 이 미스테리에 주목했다. 앞서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중 원화 외평채 이자비용은 9천2백41억원,외화 외평채는 1억5천4백만달러(약 1천1백70억원)였다. 한은에 따르면 여기에 8월 이자지급분까지 합치면 원화 외평채 이자는 1조1천억원을 조금 웃돌고 외화 외평채 이자는 1천7백8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한은이 올 1~8월중 외평기금 이자비용 명목으로 회계처리한 금액은 1조3천억원 가량으로 재경부 발표액(3조1천1백32억원)보다 1조8천억원이나 적다.

심 의원은 바로 이 1조8천억원이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핫머니들의 투기판인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겁없이 뛰어들어 발생한 손실이라는 사실을 간파, 재경부를 몰아침으로써 마침내 이헌재 부총리로부터 백기항복을 받아내기에 이르른 것이다.

이 부총리의 백기항복을 지켜본 정부계 금융기관의 고위관계자는 "재경위원들 가운데 단연 심상정 의원이 군계일학"이라며 "평생 노동운동만 해와 경제는 문외한일 것으로 여겨져온 심의원이 이처럼 날카롭게 허점을 치고들 올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었다"고 격찬했다.

***우물안 개구리 재경부의 '자살행위'**

재경부가 파생금융상품에 뛰어들어 2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손실을 보았다는 사실은 국민혈세 수조원을 우습게 여기는 '환율 주무당국' 재경부의 어처구니없는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이는 재경부가 그동안 공개부인에도 불구하고 환율조작에 깊숙히 개입해왔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제사회로부터 격렬한 환율공세를 예고하는 치명적 자충수이기도 하다.

파생금융상품 시장이란 한마디로 헤지펀드 등 국제 금융계의 내로라하는 투기세력들의 목숨을 건 전쟁터이다. 이처럼 살벌한 시장에 '원화환율을 일정 수준으로 묶겠다'는 누가 봐도 뻔한 목적을 갖고 재경부가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자살행위'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민 혈세를 국제금융투기세력에게 헌납한 것에 다름아니라는 말이다.

1997년 IMF사태 당시 재경원을 책임맡았던 강경식 부총리는 그후 "국제금융계를 몰랐던 게 천추의 한"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바 있다. IMF사태 발발 7년을 맞이한 지금 재경부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국내파들이 재경부 금융라인을 장악하고 있기에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파생금융시장이라는 투기판에 뛰어든 게 그 증거다.

이달초 G7(서방선진7개국) 회담에서 이들은 중국을 위시해 한국, 태국을 '환율조작국'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마당에 우리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직접 파생금융시장에까지 뛰어든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앞으로 서방의 환율공세 압력은 노골화될 게 불을 보듯 훤한 상황이다.

IMF사태라는 국가경제 붕괴의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경부만은 도통 바뀐 게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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