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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55>
로마는 모든 길로 통한다
한밤중에 누가 복도에서 내 이름을 막 불렀다. 나는 놀라 깨어서 옆에 일파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안심한 다음, 그 부름에 대답했다. 동류도 깨어서 손으로 일파부터 더듬었다. 밖에 있는 사람은 문을 두드리면서 계속 외쳤다. “지대위! 동류, 동류!”나는 불을 켰다. “날
옌쩐(閻眞) 중국 작가
2003.10.11 09:05: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54>
궁여지책
유약진이 전화를 해서 새 집으로 이사를 했으니 호일병과 같이 놀러 오라고 했다. 새 집에 가보고서야 그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았다. “며칠 전만 해도 연애 중이라더니, 이제 결혼했구나!”호일병이 물었다.“사는 재미가 어때?”새 신부 능약운(凌若雲)이 차를 들고 들어왔
2003.10.10 09:01: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53>
묘책(妙策)을 찾아서
안 선생 댁에서 돌아온 후 한 잠도 이룰 수가 없었다. 안 선생님의 말이 옳았다. 과정과 상관없이 결과만 묻는다는 것, 나를 책임져주는 사람에게 책임을 다하라는 것, 이런 말들은 듣기에는 ‘젖이 곧 엄마’(奶就是娘)라는 식으로, 내가 살아온 원칙들과는 전혀 맞지
2003.10.09 09:08: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52>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나는 완전히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었다. 어정쩡하게 절반만 꿇어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무것도 안 되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누구한테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좀 놓였다. “한 번 뿐인 인생”이란 말도 동류의 입에서 나오자 유난히 중
2003.10.08 08:52: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51>
환골탈태(換骨奪胎)
나는 새롭게 태어나기로 맹세했다. 이전의 나는 죽여 버렸다. 그러나 결심은 굳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쉽지 않았다.목표는 정해졌다.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청사 안에서 자리 하나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이 넓디넓은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이 내겐 아주 조금밖에 남아 있
2003.10.07 08:58: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50>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 짧아졌다. 어젯밤 쌓인 눈은 벌써 길 양쪽으로 치워져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 네온 불빛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공허하고 들뜬 느낌을 주었다. 나와 동류는 유화(裕華)상점에서 네슬레 분유 두 통과 백화(白花)표 꿀 두 병을 사서 버스를 타고 중의연구원으로
2003.10.06 09:09: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49>
굴(屈)과 신(伸): 생활의 변증법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한 번뿐인 인생인데….”동류(董柳)가 제기한 그 물음에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뿐인 인생’,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원칙이며 도리가 다 설명되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간단하고, 또 가장 심오한 이치일 것이다. 나는 감히 더 자세
2003.10.03 09:25: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48>
블랙홀
일파는 입원한 지 열이레 만에 퇴원했다.아들이 퇴원을 하고 난 후 집안 분위기는 냉랭하기가 마치 얼음창고 같았다. 나와 동류는 병원에 있을 때는 그나마 일파의 상태에 관해서 대화를 나눴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조차 하지 않았다. 동류는 입을 굳게 다물었고, 일파도
2003.10.02 08:50: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47>
창랑지수(滄浪之水)
그때 또 한 가지 일이 터졌다. 나로 하여금 최후의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옮기게 한 일이.동훼의 딸이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점심에 우리를 왕부(王府) 호텔로 초대했다. 동류는 다른 사람과 근무시간을 바꾸고, 일파도 유치원을 빠졌다. 정오에 임지강이 차를 가지고 우리
2003.10.01 08:54:00
중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소설 - ‘창랑지수‘ <46>
침묵은 금이다
호일병의 말이 맞다. 나는 이 기회를 통해 나 자신에게 내가 이 세상에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저항할 수 없는 순간에 저항할 수 있고, 거절할 수 없는 순간에 거절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식인이다. 그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2003.09.30 08:5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