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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5>
율려
서기 2003년쯤이던가 2004년쯤이던가, 전북 전주시 모악산(母嶽山) 자락 구릿골(銅谷)에 있는 김형렬(金炯烈)가의 귀퉁이방에서 증산(甑山) 강일순(姜一淳) 선생이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앞으로 오는 후천시대에는 율려(律呂)가 세상을 다스릴 것이다."율려가 무엇인가?율려
김지하 시인
2003.06.03 08:4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4>
치우
어느 날 중앙일보 문화면 톱.초호활자다."전쟁터지다!"그보다 조금 작은 활자다."한국과 중국의 필사적 세계관 전쟁 탁록대전 발발하다.그보다 조금 더 작은 활자다."유목과 농경의 문명통합을 지향하는 한국의 고조선족 치우(蚩尤)와 유목을 청산하고 농경일변도로 혁신하려
2003.06.02 09:2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3>
안데스
일산에서 연대 가는 길목의 증산동 큰길에서 조금 벗어난 한 골목어귀에 있는 신식전통찻집 '안데스'에 들어간다. 저물녘이다. 탁자마다 촛불을 켜놓고 남녀가 머리를 맞대고 차를 마시며 수군거린다. 이 집에서는 절대로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 높이면 쫓겨난
2003.05.31 09:06: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2>
슬픈 사랑
노을 무렵 한강변의 자유로에서 일산을 바라다볼 때의 첫 느낌! 노을에 타는 흰 아파트숲들! 어느 날 노을녘 한 환상이 찾아왔다. 무서운 환상이었다.아, 아파트숲 저기에 나를 배신한 불륜의 여자가 숨어 있다. 예언자 미카처럼, 호세아처럼, 혹은 어쩌면 에레미아처럼 저주
2003.05.30 09:02: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1>
변산의 밤
변산의 밤.캄캄했다.물결도 없고 달도 별도 없었다.왕포 앞바다는 캄캄하게 잠들어 있었다.담배 또 담배, 그리고 담배!내가 앉은 짝띠 저 뒤편 술집에서 아우들이 떠들고 있었다.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검은 어둠속에 피어오르는 흰 담배연기 속으로 한가지 분명한
2003.05.29 08:49: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90>
서거
해남 전후하여 천관우 선생과 김재준 목사님이 서거하시고 윤배 형님이 서거하였고 또 함석헌 선생님께서 서거하시었다.일산에 이사한 뒤 지학순 주교님과 장일순 선생님께서 서거하시었다. 내 언제나 사랑하는 내 고향 다시 갈까? 아아 내 고향 그리워라.―지주교님은 당뇨
2003.05.28 08:48: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9>
일산
새로 이사한 일산의 이층 아파트는 눈부신 흰빛이었다. 목동, 그 침침하고 컴컴한 넋, '쉰'의 어둑어둑한 그늘에 날카롭게 대비되는 흰빛이었다.조명(照明)이 인간의 내적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알게 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일산 새 집 들어 빈 방에 흰빛
2003.05.27 08:58: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8>
탑
오늘 낮, 인터넷에 연재중인 회고록에 관한 이야기를 한 아우에게서 전화로 들었다. 해남에서 환상에 휩싸이고 서울 목동으로 이사한 뒤로부터 소위 학생들의 집단적인 분신사태에 관한 칼럼을 쓸 때까지 내가 뭘 했으며 어디서 어떻게 살았느냐에 관해 아무 기록이 없어 궁
2003.05.26 08:49: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7>
그물코
이무렵의 시들은 틈이 많고 엉성하다. 그러나 이 틈을 통해 나는 많은 이야기와 노래와 담론을 뭇생명들과 주고받았으니 나는 이것을 바로 '그물코'라 이름지어 이 이름으로 새로운 문화운동을 시작하고자 했다.그러나 나에겐 친구가 없었다.나는 친구를 혼신으로 불
2003.05.24 09:08:00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86>
줄탁
생명의 때가 무르익어 달걀 속의 병아리가 깨고 나오고자 쪼아대는 껍데기의 한 부분을 어미닭이 정확히 부리로 쪼아주어 안팎의 동시 쪼음으로 마침내 달걀이 깨어지는 것을 줄탁(啄)이라 한다. 불교용어로는 수좌(首座)의 선기(禪機)가 무르익었을 때 조실(祖室)이 이를 알
2003.05.23 09:00:00